17살 여성 이란 시위 중 사망 의혹
폭력 진압에 대한 분노 더욱 거세져
4일 튀르키에 이스탄불에 있는 이란 대사관 앞에서 벌어진 히잡 반대 시위에서 한 시위 참여자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에브라임 라이시 대통령을 반대하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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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당국이 3주째 이어지는 히잡 반대 시위를 폭력 진압하자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도 제재를 예고했다. 당국의 과잉 진압으로 17살 여성이 또다시 목숨을 잃자 반대 시위의 열기는 더 뜨거워지고 있다.
4일 <아에프페>(AFP) 통신 등에 따르면, 주제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이날 “이란 보안군이 시위에 대응해 온 방식을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루 전 미국이 “이란의 폭력적 진압 가해자에게 추가 비용을 묻겠다”는 성명으로 제재를 예고하자, 유럽연합도 동참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외교장관도 이날 하원에 출석해 “유럽연합이 이란 정부 고위 관계자의 자산을 동결하고 여행을 금지하는 방안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이란 정부가 3주째 이어지는 청년들의 히잡 반대시위를 최루탄과 총 등을 동원해 폭력 진압하고 있지만, 이란 고위 관료들의 자녀들은 서방에서 히잡 없이 자유롭게 유학 생활을 하고 있다. 외신들은 미국와 유럽연합의 제재가 이란 지도층의 ‘이중적 태도’를 겨냥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이란 시위대들은 히잡 착용을 강제 하는 고위 관료들이 자신들의 자녀들은 해외에서 자유 복장을 하고 다니는 것을 방치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다. 나아가 이들은 억울한 죽음에 대한 항의를 넘어,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이후 40여년 동안 이어져 온 현재의 신정일치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전환까지 요구하는 중이다.
국제 사회의 강한 압박과 3주째 이어지는 항의 시위에도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 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이날 의회에 출석해 “이번 시위는 이란의 적들에 의한 음모에 불과하다. 통합은 우리의 적을 절망하게 만드는 필수 요소”라며 통합을 호소했다. 이란의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이니도 최근 이란에서 이어지는 반정부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하고 “미국과 이스라엘이 시위를 계획했다”고 책임을 돌렸다.
지난 4일 열린 이란 의회에 참석한 여성 국회의원들. 테헤란/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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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란에선 시위 중 테헤란에서 목숨을 잃은 17살 여성이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사망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그에 따라 당국의 폭력적 시위 진압에 대한 분노 역시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는 중이다. <비비시>(BBC) 방송 페르시아어판 등은 3일 이란 당국이 시위 중 사망한 17살 여성 니카 샤카라미(Nika Shahkarami)의 주검을 급히 수습해 이달 초 매장했다고 보도했다. 샤카라미는 시위 발발 사흘째인 지난달 20일 테헤란 시위에 참가하기 위해 외출한 뒤 실종됐다. 가족들은 샤카라미와 연락이 닿지 않자 실종 신고를 했다.
가족들은 이란 언론에 실종 신고를 한 뒤 열흘이 지나 구치소 영안실에서 샤카라미의 주검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사망 원인을 밝혀달라며 이란 당국에 고소장을 제출했고, 인권단체는 그가 구금 중 숨졌다고 주장하는 중이다. <비비시>는 이란 당국이 샤카라미의 죽음이 더 많은 시위를 촉발할 것을 우려해 주검을 급히 수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 죽음을 계기로 히잡 반대 시위가 여학교 교실로까지 번지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4일 소셜 미디어에 게재된 이란의 여학교 교실 시위 영상을 보도하며, 이들이 수업을 거부하고 우르르 교실을 빠져 나와 교정 내외를 행진했다고 전했다. 여학생들은 속박의 상징인 히잡을 불태우며 샤라카미의 죽음을 추모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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