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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왜 이재명은 신안군에 꽂혔나…신재생, 인구반전 그리고 D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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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0일 오전 전남 무안군 전남도청 서재필실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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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 위기 속에서도 전남 신안군은 유일하게 인구가 늘고 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공개석상, 유튜브 라이브 등에서 자주 하는 말 중 하나다. 지난 28일 이 대표의 교섭단체대표 연설문에도 이 문장이 들어갔다. 신안군은 총 두 번 언급됐다.

민주당 당직자는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냥 스쳐가는 한 문장이지만, 대표 연설문에 포함된 문장 하나하나는 수많은 논의 속에서 최종 낙점된 것"이라며 "그 무게감이 상당하고, 당은 대표가 꽂혀서 제시한 정책방향을 어떻게 실행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신안모델'에 꽂혀 있다는 의미다.

◆ 분기별 인당 50만원 받는 햇빛연금


이 대표가 전남 남서부 해역에 3만8170명(올해 7월 기준)이 거주하는 신안에 관심을 두게 된 배경에 '햇빛연금'이 있다.

햇빛연금 배경엔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있다. 신재생에너지법 제27조의2는 신재생에너지 설비가 설치된 지역의 주민은 발전 사업에 출자할 수 있고, 사업자는 주민 참여로 인한 가중치로 발생한 수익을 지역민에게 제공하도록 규정한다.

신안은 2018년 10월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특수목적법인(SPC)에 따른 이익 공유 방안을 만들었다. 태양광 발전 사업에서 발생한 수익을 매분기 1인당 11~50만원 정도 차등 지급 중이다.

이 대표가 신안 모델을 처음 공개 언급한 것은 지난해 11월 26일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후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일환으로 전남 신안군을 찾았을 때다.

당시 행사명은 '섬마을 구호천사 닥터헬기와 함께 하는 반상회'다. 주민과 전문가들과 닥터헬기 도입 필요성을 논하던 말미에 이 대표는 "사실 신안군은 전에 한번 왔는데 해상풍력 발전을 많이 하면서 그것을 주민과 일부 나누고 있던데 앞으로 확대해야 할 것 같다"고 먼저 말을 꺼낸다. 그는 농촌직불금을 "차라리 지역화폐 쿠폰으로 지급하는 게 어떤지, 농촌기본소득으로 일부 전환하는 방식도 좋을 것 같다"며 햇빛연금 같은 지원이 더해지면 지역민 소득이 늘어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우량 신안군수에겐 "신안이 인구가 늘어난다고 자랑하는데 폭발 직전까지 갔으면 좋겠다"는 덕담도 건넸다.

30일 이 대표는 전남 무안에서 주재한 현장 최고위원회와 전남 예산정책협의회를 끝내고 다시 신안을 방문해 햇빛연금 현장 시찰도 진행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대표는 햇빛연금 아이디어 자체에 충분히 공감을 하고 있고, 실제 성과도 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사업 모델에 관심이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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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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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 먹거리는 '재생에너지'


이 대표가 소득 형태인 햇빛연금만으로 신안을 주목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은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 중 핵심은 신재생에너지라는 게 이 대표의 확고한 생각"이라고 입을 모은다. 앞선 이 대표측 관계자도 "에너지 사업을 미래핵심사업으로 키워야하고 이를 위해 신안 모델을 잘 살펴서 부족한 부분, 개선할 부분 등을 찾아내 발전 시켜보겠다는게 이 대표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는 지난 28일 대표연설에서도 "이대로 가면 다섯 번째 멸종한 공룡에 이어 인류가 여섯 번째 멸종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면서 기후위기 문제 해결을 위해 재생에너지 관련 산업 발전이 필요하다는데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이 대표는 "유럽연합(EU)은 극심한 에너지난을 겪으면서도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을 45%로 늘리고, 탄소국경조정제도를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도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반도체 같은 그린뉴딜 산업을 자국 내에 집중육성 하고 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태양광 육성 사업을 '적폐'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수사·감사를 진행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 윤 대통령을 겨냥해 "세계적 무한경쟁 속에 우리만 거꾸로 가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안으로 이 대표는 "탈석탄·감원전·재생에너지 확대가 에너지정책의 미래"라고 밝혔다. 재생에너지를 만드는 원료인 햇빛과 바람이 풍부한 신안을 꼽았다. 또 전국에서 누구나 재생에너지 생산·판매가 가능하도록 해 관련 산업과 일자리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태양광, 풍력, 바이오 매스, 바이오 가스 같은 지역특성에 맞는 재생에너지 발굴로 주민들이 에너지기본소득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신안 모델이 다양한 지역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한 친명계 의원은 "이 대표는 신안 모델이 지방소멸의 속도를 늦추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지역균형발전에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 DJ의 고향


이 대표는 지난해 8월 경기도지사 시절에 신안 하의도면에 김대중(DJ)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했다. 정치인이 하의도를 찾는 배경엔 DJ를 계승할 정치지도자임을 부각하려는 것이다.

이 대표도 당시 페이스북에 "거인의 삶에 해법이 있다. 인생 대부분을 고난과 역경 속에 보내셨음에도 정치가 국민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포기하지 않으셨고, 늘 미래를 내다보며 한발 먼저 준비하셨다"고 글을 남겼다. 이후에도 자주 그는 DJ 철학인 '서생의 문제의식, 상인의 현실감각'을 강조했다.

한 호남지역 의원은 "민주당의 정치적 심장인 호남에서 확고한 차기 민주당 지도자로 각인 시키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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