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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조국, 고량주로 회포 풀었지만…민주당은 왜 냉랭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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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하던 방식대로 협력과 경쟁이 공존하는 관계 아니겠느냐.”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26일 오전 YTN 라디오에 출연해 전날 저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만찬 회동 의미를 이같이 표현했다. 친명계 핵심으로 통하는 그는 “두 분, 두 당이 현 시점에서는 협력해야 할 것들이 더 많지 않을까”라면서도 “어차피 다른 당”이라고 강조했다.

야권의 대승으로 끝난 4·10 총선 이후 첫 회동을 가진 이 대표와 조 대표는 민 위원장의 표현처럼 가깝고도 먼 관계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대표 입장에서 야권의 잠재적 대권 경쟁자인 조 대표에게 쏠리는 여론의 관심이 반길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총선 과정에서 지역구는 민주당을,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을 찍으라는 ‘지민비조’ 구호가 야권 지지층 결집을 통해 민주당 승리에 도움이 된 측면도 크지만 총선 뒤에도 ‘조국 바람’이 이어지는 건 전혀 별개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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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만찬회동을 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민주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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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회동 자체도 그런 분위기 속에서 성사됐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담을 준비하던 이 대표를 향해 지난 22일 조 대표가 “(윤 대통령을 만나기 전에) 범야권 연석회의를 만들어 주도해 달라”고 공개 요청하자 민주당은 이틀 뒤인 지난 24일 “이번 회담은 (대통령과) 민주당의 회담”(박성준 수석대변인)라고 거절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자 조국혁신당은 즉각 “안타깝고 섭섭하다”(김보협 대변인)는 반응을 내놨다.

양당 사이에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지자 이 대표가 직접 나섰다. 이 대표가 조 대표에게 직접 전화해 저녁 식사를 제안했고, 전날 약 2시간30분가량 만찬이 진행됐다. 고량주 2병을 나눠 마신 두 사람은 “우리 사회의 개혁에 조국혁신당이 선도적 역할을 해달라”(이 대표), “민주당이 수권 정당으로서 무거운 책임과 역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조 대표)는 덕담을 나눴다. 그러면서 ▶수시로 자주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공동의 법안과 정책은 양당 정무실장을 통해 협의하자는 일종의 합의 내용도 발표했다. 다음달 31일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175석의 민주당과 12석의 조국혁신당이 공조 약속을 한 셈이다.

실제 두 정당은 대통령 권력 견제와 검찰 개혁처럼 공통 분모를 가진 공약이 많았다. 민주당은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대통령 재의 요구권(거부권) 제한 ▶대통령 4년 중임제 도입 등을 내세웠고, 조국혁신당은 ▶검찰청→기소청 전환 ▶검사 직접 수사 개시권 폐지 ▶대통령 4년 중임제 도입 등을 내걸었다. 양당은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의 처리에도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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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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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제 두 정당이 정말 순조롭게 협력 관계가 될지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상당하다. 실제 이·조 대표의 회동 의미를 대하는 양당의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다. 조국혁신당은 회동에 적잖은 의미를 부여했다. 황운하 원내대표는 26일 SBS 라디오에서 “2시간여 대화했다는 그 자체가 의미가 있다”며 “우군으로서 상생·협력·연대하면서 윈윈할 수 있는 관계를 잘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국혁신당 관계자도 “지금부터는 민주당이 최소 187석(민주당 175석, 조국혁신당 12석)의 무게를 갖게 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다른 기류였다.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 공개 부분에선 ‘조국’이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한 최고위원은 “워낙 바빠 조 대표와의 회동을 얘기할 틈이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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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의 원내교섭단체 구성 여부는 양당 공조 체제를 확인할 가늠자로 여겨진다. 조국혁신당은 현행 국회법상 교섭단체 구성 요건(20석)에 한참 모자란 12석을 갖고 있다. 국회법을 개정해 구성 요건을 15석 정도로 낮추거나, 야권에서 최소 8명의 의원을 추가 확보해야 교섭단체가 될 수 있다. 둘 다 민주당의 도움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지만 민주당에선 “전 국민이 다 보고 있는데 특정 정당만을 위해 인위적으로 국회법을 개정하거나 의원을 꿔줄 순 없다”(지도부 관계자)며 선을 긋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이 대표와 조 대표의 대권 경쟁 구도가 야당 협력의 최대 걸림돌로 지목된다. 황운하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에서 이·조 대표의 대권 경쟁에 관한 질문에 “무슨 3년 남은 대선 얘기를 벌써 하느냐. 전혀 바람직하지 않은 얘기”라고 즉답을 피했다. 반면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지난 23일 CBS라디오서 ‘이 대표와 조 대표는 대선 경쟁자냐’는 물음에 “그렇게 보지는 않는다”며 “국회가 제대로 운영 안 된다면 그 책임을 조국혁신당이 지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이 대표와 조 대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동급’으로 보는 표현에 거부감을 드러낸 셈이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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