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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검찰청 불이 꺼진다"…평검사대표 호소에 재판관들 고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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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솔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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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추진에 대응하기 위해 평검사회의가 열렸다. 간사를 맡은 김진혁(왼쪽) 당시 대전지검 검사와 윤경(오른쪽) 의정부지검 검사가 전날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이어진 밤샘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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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의 불이 꺼지고 있습니다. 실체 진실을 규명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검사들의 수사의지도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범죄피해를 입은 국민들은 어디서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습니까."

27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인 채 양측의 변론을 경청하던 헌법재판관들이 검찰 측 마지막 변론에 고개를 들었다. '검수완박' 정국에서 평검사 회의를 이끌었던 김진혁 부부장검사(대검찰청 검찰연구관)의 목소리였다.

이날 오후 헌재에서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의 위헌성을 놓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 법무·검찰 대리인단과 국회 대리인단이 공개 변론을 진행했다.

이날 청구인 마지막 변론에 나선 김 부부장검사는 "범죄대응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는 50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지만 무너지는 건 불과 몇 달이면 충분하다"며 "우리 형사사법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헌법재판관들의 현명한 판단으로 이 상황을 대처할 수 있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김 부부장검사는 평검사회의 대표로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강행 당시 저녁 7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밤샘 회의를 이끌었다.

김 부부장검사는 "검수완박법의 위헌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전국 평검사 대표회의를 준비하며 일선 검사들의 고충을 들을 수 있었다"며 "어렵게 수사해 진범을 찾아 수사를 개시하려 해도 '수사 개시 범위에 벗어난다'라는 말로 모든 노력이 수포에 돌아가면서 많은 검사들이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15년 동안 검사 업무에 임하면서 검사는 사건의 실체진실을 규명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배웠다"며 "검찰의 수사의지와 노하우가 지켜지고 더 발전할 수 있도록 현명한 판단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검사 외에도 평검사들이 이날 변론에 대거 참여했다.

남소정 서울동부지검 검사는 검수완박 입법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국회의원들이 토론과 숙의절차의 중요성을 간과한 채 합의문을 금과옥조같이 여기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남 검사는 검수완박 국면에서 백서 제작을 제안하며 검찰 수사권 지킴이를 자처한 평검사다.

차호동 대구지검 검사는 변론요지서의 오탈자에 대한 재판관에 지적에 "치명적인 오류"라며 빠르게 수습하는 모습을 보여 방청석의 웃음을 끌어냈다. 검찰 측 변론요지서에 전건 송치주의라는 단어가 '온전할 전(全)' 대신 '앞 전(前)'으로 잘못 기재됐다.

이날 방청석에는 신자용 법무부 검찰국장과 박억수 대검 인권정책관, 김상민 대검 공판2과장 등 법무·검찰 간부진이 참석해 후배 검사들에 힘을 실었다.

공개변론이 5시간여 넘게 진행되는 내내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과 박경미 국회의장 비서실장은 방청석에 앉아 무거운 표정으로 변론을 지켜봤다.

박솔잎 기자 soliping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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