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평균 거래대금이 코스닥 시장과 맞먹을 정도로 가파른 성장 가도를 달렸던 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이 올해 들어 반토막 났다. 전 세계적인 유동성 축소 기조 속에서 루나·테라 사태까지 겹치며 자금 이탈이 가속화된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 대기성 거래자금인 투자자 보유 원화예치금과 등록 계좌(계정 수) 또한 같은 기간 각각 22%, 14% 쪼그라들었다.
이런 와중에 가상자산 거래는 3040세대에 집중됐다. 특히 전체 이용자 5명 중 1명이 30대 남성일 정도로 이용률이 두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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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코인마켓 모두 거래액 축소…시총도 반토막
26일 금융위원회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가상자산 시장 일평균 거래금액은 원화마켓 5조2000억원, 코인마켓 300억원 등 총 5조3000억원에 그쳤다. 이는 작년 하반기 11조3000억원 대비 무려 53%나 줄어든 것이다. 특히 코인마켓 거래금액은 같은 기간 95% 급감했다.
가상자산 시가총액 1위로서 대표적인 가상자산인 비트코인(BTC) 가격이 지난해 11월 개당 6만7000달러에서 올해 6월 1만9000달러까지 70%가량 급락하자 시가총액 자체가 쪼그라들었다. 6월 말 기준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 시총은 약 1117조원으로 반년 만에 58% 감소했다. 국내 가상자산 시총 역시 이 기간 58% 줄어든 23조원에 머물렀다.
이처럼 가상자산의 전반적인 가격 하락에 변동성은 더 심화됐다. 가상자산 최고점 대비 가격하락률을 나타내는 가상자산 평균 MDD는 올해 상반기 73%로 작년 하반기(65%)보다 상승했다. 원화마켓 시장 평균 MDD는 79%, 코인마켓 시장은 61%를 기록했다.
악재가 연속된 영향이 컸다. 연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어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으로 실물경제가 위축된 상황에서 5월 루나·테라 사태가 터졌고, 여기서 막대한 손실을 본 헤지펀드 쓰리 애로우스 캐피털(3AC)은 파산 지경에 이르렀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에서 가상자산 규제를 본격화한 것도 가상자산 가격을 끌어내리고, 투자 심리를 악화시켰다.
결국 가상자산 시장에서의 대기성 자금 성격인 투자자 보유 원화예치금도 지난 6월 말 기준 5조900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22% 쪼그라들었다. 이 원화예치금은 지난해 12월 8조5000억원으로 최대치를 찍은 이후 올해 1~2월 7조원대에서 3월 6조원대로 감소했고 6월에는 5조원대로 다시 몸집이 줄었다.
상반기에만 상장폐지된 가상자산이 147건, 유의종목 지정도 206건을 나타냈다. 신규 상장은 154건이었다. 5월 루나 사태 이후 상장은 1분기 95건에서 2분기 59건으로 감소한 반면, 거래중단(62→85건)과 유의종목 지정(92→114건)은 늘어났다.
기타, 사업자 공동으로 루나와 비슷한 알고리즘형 스테이블 코인 8종, 증권형 토큰 추정 코인 9종, 다크코인 1종 등에 대한 고객투자유의 안내 등도 올 들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가상자산 623종 중 89종(14%)과 단독상장 가상자산 403종 중 84종(21%)이 올 상반기 거래지원이 중단됐다.
가상자산 시가총액 및 비트코인 가격/자료=FIU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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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금법에 확인 계정은 늘어나…3040이 전체의 57%
상반기 가상자산 등록 계좌는 1310만개(사업자간 중복 포함)로 반년 새 14% 감소했다. 원화마켓 계좌가 1245만개로 같은 기간 10% 줄었고 코인마켓 계좌는 64만개로 52% 급감했다. 개인투자자 계좌는 1309만개로 14% 감소한 반면 법인 계좌는 5523개로 24% 증가했다.
가상자산 이용자는 작년 말 132만명에서 올해 상반기 말 690만명으로 24% 불어났다. 그러나 실제 투자자가 늘어났다기보다는 연초 가상자산 사업자 대다수가 특금법(특정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고객확인의무(KYC)를 수행해 거래가능한 이용자로 '확인'된 계정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상반기 가상자산 시장이 악화일로였던 가운데서도 3040세대의 거래는 집중됐다. 전체 이용자의 57%가 이들 3040세대였고 세대별로는 30대(31%), 40대(26%), 20대(24%), 50대(15%), 60대(4%) 순이었다. 성별로는 남성이 전체의 68%로 여성(32%)보다 2배 이상 높은 이용률을 보였다. 30대 남성은 148만명으로 전체의 21%를 차지해 가상자산 이용이 가장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자산 보유규모는 50만원 미만이 455만명으로 전체의 66%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100만원 미만 가상자산 보유 이용자 비중도 전체의 73%로 작년 말보다 17%포인트 확대됐다. 반면 1000만원 이상 비중은 7%로 반년 새 8%포인트 감소했다. 1억원 이상은 전체의 0.4%에 불과했다.
한편 이번 결과는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 국내 가상자산 사업자 29곳을 제도권에 편입한 뒤 처음으로 낸 공식 집계에 이어 두 번째다. 당국은 앞으로도 반기별 실태를 조사해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동욱 FIU 가상자산검사과장은 "올 들어 가상자산 시장은 작년 하반기와 비교해 확실히 큰 폭으로 축소됐다"며 "급격한 가격변동이나 유동성 부족 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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