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119, 최근 3년간 접수메일 분석결과 발표
“일터에 숨은 ‘제2의 전주환’들 드러나”
“젠더폭력 제보 51건 중 스토킹 11건”
“‘특별대응팀’ 구성…연말까지 ‘신고센터’ 운영할 것”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성화장실에서 20대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피의자인 31세 전주환이 21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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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 1. 상사가 사적인 연락을 한 뒤 부서 이동과 연봉 인상을 약속하며 만남을 요구했습니다. 거절하자 상사는 제게 “후회하게 될 거다, 결국 나를 만나게 될 거다”고 협박했습니다. 무슨 일을 당할까 봐 너무 두렵습니다.
# 2. 직장상사가 카톡으로 계속해서 말을 걸고 저녁을 먹자고 하며 퇴근 후에는 따로 불러서 원치 않는 사적인 대화를 합니다. “정규직으로 채용시켜 주겠다”며 사적인 만남도 요구했습니다. 견딜 수가 없어서 제가 좋아했던 회사를 그만두고 말았습니다.
이 사례들에서 보듯이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처럼 일터에서 스토킹을 당하는 여성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최근 3년(2020년 1월~2022년 9월)간 접수된 e-메일을 분석한 결과, 성희롱을 제외한 젠더폭력 제보가 51건이었다고 21일 밝혔다. 지속적인 접촉과 연락을 시도하는 스토킹이 11건(21.6%)으로 가장 많았고, ‘강압적인 구애’ 8건, ‘고백 거절 보복’과 ‘악의적 소문’이 각 7건으로 뒤를 이었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분석 결과, 불법촬영과 외모 통제 등이 있었다”며 “대부분 여성이 아니라면 겪지 않았을 위험”이라고 설명했다.
직장 안에서 이뤄지는 폭력은 여성을 동료가 아닌 연애나 성적 욕구 충족 상대로만 취급해 벌어지게 됐다고 직장갑질119는 설명했다. 이 단체 관계자는 “처음에는 외모 통제 정도였다가 스토킹, 불법 촬영으로 이어진다”며 “주변에서는 ‘좋아해서 그래’라고 2차 가해를 하며 피해자를 더욱 고립시킨다”고 지적했다.
연애 고백을 거절하면 보복하는 경우도 많았다. 해당 단체에 제보한 한 피해자는 “회사 대표의 교제 강요를 거절했는데 폭언, 협박, 성추행 등의 보복이 이어졌다”며 “다른 남자를 만나지 말라고 강요하고 집으로 찾아와 전화하며, 부모님께 인사드리러 가자고 해 싫다고 했더니 폭언하고 업무에서 배제하고 따돌렸다”고 했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스토킹에서도 ‘깨진 유리창 이론’이 적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깨진 유리창 이론은 사소해보이는 괴롭힘·폭력을 미뤄두고 방치하면 결국 더 큰 피해가 생긴다는 이론이다. 이에 따라 직장갑질119는 ‘직장 젠더폭력 특별대응팀’을 구성하고 이날부터 연말까지 ‘직장 젠더폭력 신고센터’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 단체 관계자는 “직장 내에서 젠더불평등으로 야기되는 여러 위험에 대해 이제라도 여성 노동자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경청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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