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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수)

폐플라스틱 돈 되자…대기업 “들어간다” 중소기업 “막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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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위, 다음달 안 본회의서 결정해야

적합업종 지정되면 대기업 3년 동안 진출 못해

대기업 “원료 확보 필요” 중기 “영세업체 보호”

전문가 “더 많은 양 효율적 원료화 가능하지만

‘뿌리’ 중소기업 붕괴 우려…상생협력 길 찾아야”


한겨레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재활용품 업체에서 폐플라스틱을 수거하고 있다. 화성/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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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위원회(위원장 오영교)가 오는 23일 조정위원회를 열어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한국자원순환단체총연맹 등이 지난해 10월27일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이하 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한 건이다. 위원회는 신청 접수 1년 안에 지정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위원회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 중소벤처기업부가 맡아 조정한다.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3년 동안 대기업 진입과 사업 확장이 금지된다. 1회에 한해 연장도 가능해, 해당 업종 중소기업 쪽에서는 최대 6년까지 시장을 보호받을 수 있는 셈이다. 통상적으로 대기업들은 시장의 성장 가능성까지 가로막을 수 있다며 적합업종 지정에 반대하고, 중소기업들은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규제가 필요하다며 지정할 것을 요구한다.

플라스틱 업종에선 폐기물이 돈이 되는 시대가 됐다. 돈이 된다는데 대기업이 그냥 놔둘리 없다.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 폐플라스틱 수거·재활용 확대는 환경 측면에서는 권장해야지 규제 대상이 아닌다. 대기업 참여를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는 지점이다. 문제는 앞선 자본과 기술력을 가진 대기업이 뛰어들면, 그동안 이 업종에 터를 잡고 살아온 중소기업들은 밀려나거나 고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의 길을 찾는 방법도 있다.

■ 물리적 재활용과 화학적 재활용

사용된 플라스틱은 분리수거 뒤 재활용 선별처리 등 재활용 시설을 갖춘 기업들로 보내진다. 그러나 민간 플라스틱 재활용 업체 대다수가 영세하다 보니, 손으로 직접 분류·선별을 한 뒤 특정 재질 플라스틱만 처리하는 중간 처리 업체를 거쳐 재활용하는 추가 단계를 밟는다. 그 과정에서 상당량은 버려진다. 국내 플라스틱 재활용 비율(20~60%)을 놓고, 정부와 환경단체 간에 진실공방이 벌어지는 이유이다.

20일 통계청 자료와 배재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의 분석을 종합하면, 국내 폐기물 산업 진출 업체의 99%가 중소기업이다. 연간 매출이 1억원을 밑도는 영세업체가 59.2%, 종업원 5인 미만 기업이 54.8%에 이른다.

반면 세계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연평균 성장률이 7.4%에 이른다. 플라스틱 재활용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알갱이 형태로 자르거나 부수는 물리적 재활용에 더해, 최근에는 열·압력·촉매 등을 이용해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화학적 재활용 방법이 부상하고 있다. 물리적 재활용은 단일 재질 플라스틱을 물리력으로 부숴 활용하는 방식이라 탄소배출량이 적고 재재활용 가능성도 높다. 화학적 재활용은 오염됐거나 복합 재질 플라스틱까지 한꺼번에 원료화할 수 있어 재활용 효율이 높다. 기존 영세업체들은 물리적 재활용 방식이 중심이고, 대기업들은 기존 기술력과 설비를 활용하는 화학적 재활용 방식으로 뛰어들고 있다.

현재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에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개선 경영 방침을 앞세운 대기업과 돈 된다는 것을 간파한 사모펀드들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기존 물리적 재활용 사업장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발을 걸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에스케이(SK)에코플랜트는 2020년 환경시설관리 업체, 지난해에는 폐기물업체 4곳을 연이어 사들인데 이어 지난 8월에는 재활용 플라스틱 업체 2곳(디와이(DY)폴리머·디와이인더스)을 인수했다. 보광산업은 인천광역시 폐기물 선별장을 인수했다. 사모펀드(PEF) 시몬느와 이음은 2020년 플라스틱 재처리업체를 인수한 뒤 15개월 만에 13%(내부 수익률)의 수익을 내고 매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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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22일 경기도 화성의 한 플라스틱 재활용 공장. 물리적 재활용을 해 분쇄된 폐플라스틱 재활용 원료가 쌓여있다. 화성/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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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 진출 시 장점은?

한국자원순환단체총연맹은 지난해 10월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달라고 신청하면서 “대기업은 화학적 재활용 시장에만 매진해달라”고 요청했다. 사업장 인수 등의 방식으로 물리적 재활용 시장에 진출하는 행위는 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반면 석유화학 업계를 대변하는 한국석유화학협회는 “재활용 시장 (진입을 막는) 규제가 생겨선 안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협회는 “대기업 진출로, 영세업체에 맡겨져 있는 플라스틱 재활용 산업을 고도화하고, 국내 플라스틱 폐기물의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어, 국내 관련 산업과 기업의 경쟁력은 물론이고 지구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사실 (중소기업이 지적하는) 물리적 재활용에는 관심이 없다. 핵심은 쓰레기(폐플라스틱)를 누가 어떻게 원료로 만드느냐다. 화학적 재활용에도 플라스틱이 필요하기 때문에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선별 부분에서 서로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외 석유화학 업계에선 이미 폐플라스틱 원료 구하기 경쟁이 치열하다. 독일의 바스프(BASF)는 2019년 1월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해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료로 사용하고 있고, 미국 이스트만(Eastman)은 2025년 가동 예정인 프랑스 재료분자 재생시설에서 폐플라스틱을 연간 최대 16만t씩 재활용할 예정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사빅(Sabic)은 영국 회사와 손잡고, 네덜란드에 상업 폐기물 재활용 공장을 설립하는 중이다. 프랑스 듀폰(Dupont)은 화학적 재활용에 더해, 미국에서 의류를 수집·운송·재활용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등 물리적 재활용에도 뛰어들었다.

지방자치단체 등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폐플라스틱 공급망을 확보해가고 있는 한 대기업의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폐플라스틱 재활용) 원료 공급처 경쟁이 시작됐는데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한국은 뒤처지게 된다. 앞으로 이 분야 투자·사업 계획도 여기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 대기업 진출 시 단점은?

중소기업 쪽은 “대기업 진출을 방치하면, 기존 산업 생태계가 붕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상생 협약은 강제 이행 장치가 없다. 적합업종 지정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주섭 한국자원순환정책연구원장은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 모든 대기업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지만, 상생협약으로 약속하면 서명하지 않은 기업은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고, 사모펀드 역시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재활용 산업은 ‘뿌리 산업’이고, 영세한 사업구조를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항변한다. 독일 등 주요 선진국에선 재활용 쓰레기 도매업 성격의 고물상 산업이 중견·대기업 중심으로 구조화돼있고, 지방자치단체장이 재활용 가능한 자원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영세한 민간에서 재활용업을 하기보다 공공 위주로 수거해 도매업자에게 넘기는 식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민간 영세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어 정부의 제도적 규제와 보호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중소기업들은 “폐플라스틱 재활용 산업을 적합업종으로 지정한 뒤 관련 규제 개선과 지원 등이 이뤄지면, 중소기업이 스스로 성장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6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 자원재활용업체 보호를 위한 대기업의 산업 진출 실태와 상생방안 토론회’에서 만난 한 중소기업 대표는 “정부가 지원해주면 중소기업도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물리적 재활용의 경우, 선별·세척해 펠릿을 만드는 공정의 설비·기술 투자가 이뤄지면 질이 좋아질 수 있다고 본다. 다만, 더 넓은 부지·자본 투자 등이 필요하다. 최주섭 연구원장은 “이미 유럽·중국으로 고품질 폐플라스틱 재활용 원료를 수출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많다. 국내 대기업들은 이를 싼값에 사려고 하니 단가가 맞지 않는 문제가 있다. 대기업이 시장 진입을 해서 중소기업 먹을거리를 빼앗아가는 게 아닌, 원료 판매 단가를 보장해주고 경영권 인수 대신 30% 정도의 지분 투자 등으로 협력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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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22일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한 재활용품 업체에서 한 노동자가 폭염에도 폐플라스틱을 분리하고 있다. 화성/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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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위 논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한 업계 관계자는 익명을 요청하며 “단기적으로 보면, 물리적 재활용 방식에선 기존 중소기업이나 신규 진출하는 대기업이나 기술력 차이는 크지 않다. 결국은 자본력의 차이가 될 것이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호소하는 것”이라며 “(두 차례 정도 조정회의를 가졌는데) 대기업이 나서서 상생을 제안한다 해도 현재 (중소기업들의) 불신이 너무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대기업 진출이 단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제한을 둘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대기업 스스로 대기업이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에 진입하면 중소기업 중심으로 운영되던 때와 비교해 무엇이 얼마나 개선될 수 있는지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대·중소기업 상생 불가피…“합리적 역할 분담 필요”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월18일 환경부 업무보고를 받으며 “자원 재활용 산업 경제 실현과 환경 부문 민간 시장 확대”를 주문했다. 환경부는 “석유제품 산업은 폐비닐 등으로 만든 열분해유를 석유 대체 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원료 수급 관련 규제 혁신을 지원한다”고 밝혀, 열분해유 관련 투자와 사업이 늘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폐플라스틱 의무 사용 규제가 늘고,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관련 기업 쪽에서는 폐플라스틱 시장 선점을 당면 과제로 삼을 수 밖에 없게 됐다. 대기업의 물리적 재활용 사업장 인수에는 제동을 걸더라도, 화학적 재활용 목적 진출까지 다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예를 들어, 열분해유는 대규모 시설을 갖춘 정유사와 연계해 사업을 해야 채산성이 더 높아진다. 결국 상생 협약을 통해 역할을 분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배재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성장을 위한 협력을 강조했다. 배 교수는 “일본과 유럽연합 등 선진국에서는 재활용 사업만 갖고 대기업으로 성장한 사례가 많지만, 국내는 고물상과 넝마주의부터 시작해 열악하다보니 경쟁과 지원이 부족했다. 무조건 중소기업 위주의 재활용 산업을 보호하는 것이 옳다고는 보지 않는다”며 “경쟁을 통해 중소기업의 선진화를 유도하고, 대기업은 중소기업이 처리하기 어려운 폐기물 처리와 고부가가치 재활용을 확대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상생 협약에서는 대·중소기업 모두의 합리적 역할 분담이 중요하다”며 “경영설비 도입과 전략 수립을 할 때 우수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대출금리 인하, 인력 지원 등 우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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