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을 수억 원 낮춘 급매가에 주택이 거래되면서 대단지를 중심으로 급매 가격이 새로운 시세 기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동구 고덕아르테온. [매경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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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이 하락기로 접어든 가운데 서울 주요 단지들에서 발생한 하락 거래에 시장 참여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억 원씩 하락한 급매 거래들도 나오고 있는데 일부 대단지는 해당 가격이 시세로 고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상승장에서 신고가가 호가를 끌어올렸던 것처럼 하락기에 급매가가 곧 시세가 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고덕지구 대장주로 꼽히는 '고덕아르테온'(4066가구)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6일 14억8000만원(19층)에 거래됐다. 지난 7월 26일에도 14억8000만원(18층)에 거래된 데 이어 같은 가격에 또다시 거래가 성사된 것이다. 불과 일주일 전인 7월 19일만 해도 16억4000만원(13층)에 거래된 바 있어 시장에선 7월 26일 거래를 예외적인 급매 사례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불과 2주 만에 같은 가격에 거래가 나오면서 반응은 바뀌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두 채가 벌써 14억8000만원에 거래가 됐고 또 급매물이라면서 14억8000만원짜리가 나와 있으니 그 이하가 아니면 거래가 안 되죠"라며 "지금 시장은 급매가를 시세로 봐야 한다"고 했다. 올 8월까지 만해도 16억5000만원이었던 이 단지 전용 84㎡ 호가는 현재 14억8000만원까지 내려온 상황이다.
다른 단지들에서도 하락 거래가 연달아 일어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에 위치한 4300가구 규모 'DMC파크뷰자이'의 경우 전용 84㎡가 지난 6월 3일 14억500만원(17층)에 거래된 바 있다. 그러나 같은 달 14일 12억7500만원(12층)에 거래된 데 이어 지난달 1일에는 11억5000만원(13층), 16일엔 10억7000만원(14층)에 거래됐다. 두 달 사이에 3억3000만원가량이 빠진 것이다.
이들 단지는 모두 3000가구 이상 규모로 대단지일수록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매도 물량이 많다 보니 매도자들끼리 경쟁이 생기고 급매가 또 다른 급매를 낳는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상황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급매물을 던지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투매의 전조 현상"이라며 "매물들이 소화가 안 되고 적체가 일어나면 급락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시장이 하드랜딩(경착륙)이 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정책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라고 진단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상승장에서 몇 건 없는 거래지만 신고가가 나오면 그게 가격 상승이나 마찬가지였다. 하락장에서도 급매로 몇 건이 거래되면 그게 가격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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