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차전지 기업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선제적으로 투자에 나서 왔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가 간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조치도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국내 기업으로선 유럽 배터리 지침(Battery Directive),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2018년 유럽을 중심으로 구성된 세계배터리동맹(GBA)은 전기차 배터리 주도권을 쥐고 있는 한국·중국·일본에 대응하는 자구책이라 할 수 있다. 배터리 지침은 순환경제를 통한 친환경 산업 조성뿐만 아니라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 ESG 경영 등 제조비용이 증가하는 유럽 업체를 보호하는 측면이 있다. 2024년까지 유럽 시장에서 유통되는 배터리는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명시해야 한다.
다만 사용후 배터리는 배터리 재사용·재제조 시 폐기물에서 제외된다. 이 규정을 통해 다양한 신제품과 서비스 창출 기회를 제공한다.
지침은 배터리가 더 이상 재사용이 불가능할 경우 100% 재활용해야 하는 의무도 부여하고 있다. 2026년부터는 코발트·리튬·니켈의 일정한 비율을 반드시 재활용 소재로 사용해야 한다. 재활용 비율 역시 확대해야 한다. 종합적인 관리를 위해 배터리 여권(Battery Passport) 제도라는 체제의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IRA는 미국 전기차 산업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한 제도다. 배터리 핵심 광물을 북미 지역 또는 미국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채굴·가공해서 사용해야 한다. 사용 비율은 내년 40% 이상부터 시작해 2027년에 80%까지 높여야 한다.
자원이 부족하고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에는 도전적인 대외 환경이 새로운 기회로 될 수 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의 재활용은 국내 기업이 오로지 기술로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다.
국내에서도 사용후 배터리의 활성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2021년 전에 등록한 전기차 배터리는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혜택을 이유로 반납해야 했다. 반면에 2021년부터 등록하는 전기차는 배터리 반납 의무가 없다. 그동안 연 100대 규모로 발생하는 사용후 배터리 관련 제도는 공공 주도의 수거·보관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제는 연 1만대 이상의 사용후 배터리 활용 신산업, 민간 주도의 전기차 배터리 전 주기 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한 시기다. 효율적인 사용후 배터리 관리체계를 위해 배터리 생산·유통·사용·재사용·재활용 등 전 주기 이력 관리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야 한다.
사용후 배터리의 무단 폐기, 해외 반출 역시 금지하는 한편 재사용·재제조 용도 변경에 대한 필수 정보를 기업과 소비자에 제공해야 한다.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는 핵심 광물과 동등한 자원이나 다름없다. 재활용 핵심 원료 추출을 통해 배터리 생산 전방위 관리가 필요하다. 한국은 광물 자원이 전무한 상황이다. 사용후 배터리는 리튬·코발트·니켈 등 핵심 자원과 동등하게 취급해야 하고,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민간 주도의 이번 공급망 확보와 배터리 관리체계 구축을 통해 국내 배터리 산업이 친환경 산업으로 도약하길 기대한다.
정순남 한국전지산업협회 부회장 |
정순남 한국전지산업협회 부회장 milla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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