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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편리한 온라인 신청? 어르신엔 로그인부터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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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등 본인 인증부터 막혀… 앱·사이트 대신 주민센터 찾아가

정부는 최근 수년간 취약계층 등 시민들이 각종 복지 정보를 온라인을 통해 쉽게 찾아 볼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최근 본지가 서울 곳곳의 쪽방촌 등에서 만난 사람들은 온라인을 통해 복지 서비스를 받는다는 것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온라인 서비스 자체가 이들에게는 또 하나의 벽이었다.

복지 대상자들이 기초생활수급이나 장애인 연금 등 복지 서비스를 온라인에서 신청하기 위해서는 복지 포털 사이트인 ‘복지로’를 이용해야 한다. 복지로는 보건복지부가 지난 2010년 여러 부처에 흩어진 각종 사회복지 정보와 서비스를 통합·제공하기 위해 만든 온라인 사이트다.

그러나 신청을 위한 첫 단계인 로그인부터가 쉽지 않다. 로그인 방식에는 세 가지 방식(금융 인증서·간편 인증·공동 인증서)이 있는데, 금융인증서를 받으려면 은행 홈페이지나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해 별개의 절차를 거쳐 발급받아야 한다. 가장 간편한 것으로 알려진 카카오톡·네이버 등을 통한 ‘간편 인증’을 할 때도 은행 계좌 인증을 거쳐야 한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강모(68)씨는 “자꾸 인증을 하라면서 은행 계좌 번호를 입력하라고 하니 덜컥 사기 아닌가 겁이 나서 못 하겠더라”고 말했다.

로그인을 하더라도 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직접 스캔 하거나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홈페이지에 파일을 업로드 해야 하는데 이 역시 스마트 기기 사용이 어려운 고령층에게는 부담이다. 본지 기자가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주민센터에 ‘기초생활수급 온라인 신청 방법’을 문의하니 “주거 계약서, 본인이 갖고 있는 통장의 거래 내역 1년 치, 근로 소득 신고서, 소득 재산 신고서는 발급받아 직접 스캔 해 올려야 한다”고 안내했다. 복지로 홈페이지에도 “첨부 서류 이미지 업로드가 불가능하면 방문 신청을 이용해달라”라고 적혀있다. 부산에 있는 한 기초생활수급자 지원센터 대표는 “홈페이지 로그인도 어려워하시는 어르신들이 스캔이라는 개념 자체를 어떻게 알겠느냐”며 “결국은 동 주민센터나 복지관을 통해 정보를 얻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등이 복지의 주요 수요자인데, 이들에게 온라인 서비스를 강조하는 것은 실상과 동떨어진 조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복지 대상자의 홈페이지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적 문제뿐 아니라 온라인 신청 방법을 보다 상세하게 안내해주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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