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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상사가 수건 빨아오라는데" 엄마까지 들먹인 새마을금고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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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전북 남원의 한 새마을금고에서 여직원에게만 밥 짓기와 수건 빨래를 시키는 등 성차별적 갑질이 벌어진 가운데 여직원 A씨가 보복인사까지 당했다고 주장했다. MBC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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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남원의 한 새마을금고에서 여직원에게만 밥 짓기와 수건 빨래를 시키는 등 성차별적 갑질이 벌어진 가운데 여직원 A씨가 보복성 인사이동까지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금 언론보도는 주로 성차별적인 부분에 이목이 집중된 것 같다. 그것도 문제이지만 제가 결정적으로 신고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어 인터뷰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2020년 8월 공채로 새마을금고에 입사한 A씨는 “입사 첫날 인수인계를 해 주시던 50대 여성 직원분이 ‘몇 시쯤 밥을 해야 하고 쌀이랑 물량을 이 정도 하고’라고 인수인계할 때, 제 임무가 고객 응대인데 조금 이상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겪었던 갑질 피해에 대해 밥 짓기, 남자 화장실 수건 빨아오기, 회식 강요, 회식에 불참할 경우 ‘너 자꾸 이러면 이사장이 다른 것을 근거로 해 해고할 수도 있다’ 폭언, 사무기기 이용을 놓고 지점장과 옥신각신하자 지점장이 고객이 다 듣는 가운데 ‘야, 너 눈 좋게 안 떠?’라고 폭언, 이후 탕비실로 데려가 ‘너 같은 걸 누가 좋아해’ 폭언과 함께 일회용 물병 바닥 투척, 6월 초 제주도 워크숍 때 몸이 아파 응급실에 가는 바람에 불참하자 ‘꾀병 같다’, ‘시말서 써와라’ 요구 등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A씨는 제주 워크숍에 불참한 다음 날 정기인사가 아님에도 “이사장이 갑작스럽게 인사이동 지시를 내렸고 그 내용에 대해서 지점장들도 모르고 있었다”며 인사 보복을 당했다고 밝혔다.

A씨는 “밥하는 것은 다들 수긍하고 있고 저도 조직 문화에 맞춰서 수용하는 부분이었다”며 “문제 제기를 했던 건 2021년 10월 말쯤 50대 여성 B이사장이 ‘남자 화장실 수건을 빨아와라’고 해 제가 ‘남자 화장실 수건인데 수건을 이용하시는 분들이 세탁해 오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정중하게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이어 “(B 이사장이) 굉장히 역정을 내면서 ‘남자 직원들한테 빨아오라고 할 수 있냐’, ‘너희 엄마한테 가서 물어보라 상사가 수건 빨아오라고 하는데 그렇게 말할 수 있겠냐’며 부모님까지 들먹이며 무례한 폭언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신고를 해서 나중에 보복을 당하나 지금 이대로 괴로운 삶을 사나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았다. 지금 그냥 계속 다니면 그냥 죽을 것 같았다”며 “녹취한 음성 파일을 듣는 것만 해도 가슴이 뛰고 또 손이 떨린다. 아직도 거기에 대한 어떤 공포심이나 좀 트라우마 같은 거는 좀 극복이 덜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 모습을 보시고 추가로 제보해 주신 분들도 많다고 들었다. 저는 그게 너무 감사하다”며 “잘못된 조직 문화가 뿌리가 정리될 수 있게 그런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노동부는 해당 새마을금고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에 들어갔고 새마을금고 중앙회도 직원을 파견, 조사를 진행 중이다. 조사 뒤 징계 등 후속조치를 단행할 예정이다.

정시내 기자 jung.sin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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