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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폐차 마세요. '침수차' 10배 비싸게 삽니다"…결국 '중고차 대란' 터지나 [왜몰랐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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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폭우로 침수피해를 입은 차량들 [사진 촬영 = 박형기 기자,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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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차, 폐차보다 10배 이상 비싸게 파세요" "침수차 삽니다"

115년만에 기록적인 폭우로 1만대가 넘는 '역대급' 침수차가 발생하면서 우려했던 일들이 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30일 온라인 사이트에는 침수차를 구입한다는 글들이 있다. 이달 10일 대규모 침수차량이 발생한 뒤 올라온 글들이다.

폐차보다 더 좋은 값을 주겠다며 시동이 걸리지 않는 침수차를 폐차 금액의 10배 이상 주고 구입해줬다는 글도 있다. 침수차를 사겠다는 현수막까지도 나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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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주차장에 침수 차량이 집결해 있다. 2022.8.12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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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침수차를 비싸게 구입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또 침수 사실만 '제대로' 밝힌다면 원하는 소비자에게 팔 수 있다.

침수차를 사들인 뒤 침수 흔적을 감추고 몰래 중고차로 파는 게 문제다.

1차 피해를 입은 침수차 소유자뿐 아니라 침수 사실을 모르고 비싼 값에 구입하는 소비자들에게 2차·3차 피해를 계속 입힌다.

금석·전기장치로 구성돼 물과 상극인 자동차는 침수된 뒤에는 제 기능을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운전자 목숨을 위협하기도 한다. 침수차는 폐차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전손·분손 침수차, 기록으로 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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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손차량 보상절차 [자료 출처 = 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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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차가 불법 유통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과 손해보험업계도 나서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손해보험협회 등에 따르면 23일까지 자동차보험 자기차량손해담보(자차보험)로 보상받기 위해 손해보험사에 접수된 침수차는 1만1988대다.

추정 손해액은 1549억원에 달한다. 이 중 전손처리 대수는 7026대이다.

수리비용이 차 가격을 초과할 경우 동일 모델의 중고차 평균시세로 보상해주는 게 전손 처리다.

전손 처리되면 폐차가 원칙이다. 자동차관리법 26조에 따르면 침수로 전손 처리된 자동차의 소유자는 전손처리를 인지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폐차 요청을 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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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차량 입력 프로세스 [자료 출처 = 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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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지난 24일 손보업계와 간담회를 개최하고 침수차 불법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 폐차 확인 절차 등 손보사의 사후처리 프로세스를 점검했다.

손보사도 침수로 전손 처리한 차량은 모두 폐차 처리를 확인한 뒤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아울러 손보사가 사후적으로 폐차 진위 여부를 철저히 재점검한 뒤 모든 전손 차량에 대한 폐차 처리 현황을 보고하도록 조치했다.

분손(부분 손해) 처리로 폐차되지 않은 차량들이 중고차로 팔릴 때를 대비, 금감원은 손보사가사고 정보를 보상시스템에 정확하게 입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상시스템에 입력된 사고 정보는 보험개발원에 제공된다. 소비자는 보험개발원 카히스토리를 통해 침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자차보험을 통해 보상받은 침수차를 속아 살 가능성은 줄어든다는 뜻이다.

서류상 깨끗한 침수차, 버젓이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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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주차장에 침수 차량이 집결해 있다. 2022.8.12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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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차 문제는 대부분 자차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차량 때문에 발생한다. 침수차 매입자들도 자차보험 미가입차량을 선호한다. 카히스토리에도 흔적을 남기지 않기 때문이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자차보험 가입률은 72.7%다. 단순 계산으로는 이번에 침수된 차량 10대 중 3대는 보험사를 통해 보상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결국 피해를 줄이려는 일부 침수차 소유자, 이들에게 차를 산 악덕 호객꾼들이 침수 사실을 숨긴 채 중고차로 판매할 수 있다.

자차보험에 가입했지만 가입자 과실로 보상 대상에서 제외돼 피해를 접수하지 못한 차량들도 중고차 시장에 흘러들어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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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히스토리 침수내역 무료 조회 서비스 [사진 출처 = 보험개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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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로 판매하기 어려운 '침수 전과'를 남기지 않기 위해 자차보험 가입자가 '자의든 타의든' 손보사에 접수하는 대신 자비로 수리한 뒤 중고차로 내다팔 수도 있다.

자차보험으로 보상받지 못한 침수차를 폐차하도록 강제할 수도 없다.

침수차 불법 유통 차단 대책을 마련중인 국토교통부도 자차보험 미가입 차량에 대해 폐차를 강제하기도 어렵다.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계약서 특약에 '환급' 문구 꼭 남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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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가 운영하는 자동차 365 [사진 출처 = 국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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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차가 중고차 시장에 유입될 때는 악취나 오물 등 흔적을 없앤다. 전문가가 정밀 점검하지 않으면 찾아내기 어려울 정도다.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중고차를 살 때 카히스토리는 기본이고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자동차 365 홈페이지를 통해 정비 및 검사 이력, 침수 여부, 사고 이력 등을 확인해야 한다.

침수차가 대량으로 발생한 시기에 하체, 시트, 엔진오일 등이 집중적으로 교환됐다면 침수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높다.

모르는 사람과 직거래는 피해는 게 낫다. 정식 중고차 딜러가 아닌 호객꾼과도 상종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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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차 자료 사진 [사진 출처 =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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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매매업체를 통해 차를 살 때는 계약서 특약사항에 "판매업체가 알려주지 않은 사고(침수 포함) 사실이 나중에라도 밝혀지면 구입가 전액(이전등록비 포함)을 환급한다"는 내용을 넣어둬야 한다.

'모르쇠'로 일관하는 딜러도 있지만 특약사항이 없을 때보다 문제를 조금이나마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아울러 침수차 분쟁이 발생한다면 '공정거래위 1372소비자상담센터'(국번없이 1372)를 통해 상담을 받고 해결방안을 찾는 게 낫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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