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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단독] 박민식 보훈처장 “김원웅 국회 카페 특혜에 국회 고위층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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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식 국가보훈처장 인터뷰

조선일보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지난 26일 광화문 조선일보사에서 김원웅 전 광복회장 비리 특별감사 결과 등에 대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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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최근 발표된 김원웅 전 광복회장 비리 특별감사 결과와 관련해 지난 26일 본지 인터뷰에서 “광복회의 국회 카페 수익사업은 보훈처에서 반대했지만 국회 고위층이 ‘아주 특별한 방법’으로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훈처는 지난 19일 광복회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 출판사업비와 카페 공사비 부풀리기, 법인카드 부정 사용 등 약 8억원에 이르는 비리 혐의가 적발됐다고 밝혔다. 보훈처는 김 전 회장과 광복회 임직원 4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 박 처장 “논란 빚은 김원웅 광복절 축사, 청와대 승인 없이 할 수 있었겠나”

박 처장은 선친(예비역 육군중령)이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보훈 가족으로 29일로 취임 110일을 맞았다. 다음은 박처장과의 일문일답.

-김원웅 전 광복회장 비리가 지난 정권의 비호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최근 언급했는데.

“후손 장학사업을 위해 광복회가 운영한 국회 카페의 경우 원래 보훈처에선 수익사업은 법적으로 안 된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당시 국회 고위층에서 보훈처를 압박하는 ‘아주 특별한 방법’으로 진행됐다. 김 전 회장이 광복회 상근 정원 12명을 25명으로 2배 이상 늘린 것도 일종의 채용 비리였다. 그의 광복절 축사도 여러 차례 문제가 됐는데 청와대 승인 없이 그런 경축사를 할 수 있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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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웅 전 광복회장.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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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독립유공자 가족관계등록부를 창설하고 수유리 광복군 17위도 국립묘지로 이장했다.

“윤동주 지사, 홍범도 장군 등 직계 후손이 없는 무호적 독립유공자 156분의 가족관계등록 창설을 정부 직권으로 최초로 추진해 독립기념관에서 창설 완료 행사를 가졌다. 중국 포털 바이두 백과사전이 윤동주 시인 국적을 중국, 민족을 조선족이라고 표기해 논란이 된 적도 있었는데 이제라도 광복된 조국에 모시게 돼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 이역만리 타국에 잠들어 계신 독립영웅들의 유해를 조국 산천으로 모실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수유리 광복군 선열 17위’의 국립묘지 이장도 정부가 직접 추진한 첫 사례다.”

◇ “이승만 대통령을 음지에서 양지로 모셔야 할 때”

-지난 7월 이승만 대통령 서거 57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한 추모사가 온라인 등에서 화제가 됐다.

“이승만 대통령의 공과 과는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일방적인 비판에 가려 공화주의자이자 독립운동가, 그리고 반공·자유주의자로서 이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토대를 만들기 위해 기여했던 많은 업적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웠다. 대한민국을 위한 ‘업적’과 ‘헌신’이 제대로 알려졌으면 하는 마음에 ‘이승만 대통령을 음지에서 양지로 모셔야 할 때’라는 말씀을 드렸다.”

-대통령에게 업무보고한 용산 호국보훈공원 조성 계획은 어떤 내용인가.

“미 워싱턴DC에 있는 ‘내셔널 몰’은 국회의사당부터 시작해 워싱턴기념탑, 링컨기념관, 베트남참전기념비, 한국전참전기념공원이 조성돼 연간 수많은 세계인이 다녀가는 명소다. 우리나라도 용산공원 내에 호국보훈공원 조성을 통해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부터, 남산의 안중근기념관, 용산의 전쟁기념관과 호국보훈공원(메모리얼파크), 한강 이남의 서울현충원을 잇는 역사와 보훈의 길을 마련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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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식 국가보훈처장(왼쪽)이 지난 7월25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D.C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우산 없이 비를 맞으며 참배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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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 보훈부 격상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캐나다·호주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보훈 주관 부처를 ‘부(部)’로 설치·운영해 보훈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제대군인부’는 국방부 다음 두 번째 규모다. 반면, 우리나라는 1961년 원호청 출범 이후 6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부서권과 독자적인 부령 발령권이 없는 등 권한이 제약돼 있다. 우리나라도 10대 경제대국에 걸맞은 수준의 보훈체계 구축을 위해 보훈처의 ‘부’ 승격이 꼭 필요하다.”

◇ “베트남전 전사자의 아들로 보훈정책 수행에 막중한 책임감”

-취임 후 110일 동안 쉴새 없이 국내외를 넘나들며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데…

“베트남전 전사자의 아들로 국가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 자긍심을 갖고 살 수 있도록 문화와 제도를 만드는 것이 오랜 소명이었고, 보훈정책의 수장으로 일할 수 있는 하루하루를 귀중하게 생각하며 막중한 책임감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 대통령께서도 ‘보훈과 국방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확보한 보훈체계는 강한 국방력의 근간’이라며 그간 공식 석상에서 보훈의 역할과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하셨다. ‘일류보훈’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지난달 워싱턴 ‘추모의 벽’ 준공식 행사에 앞서 알링턴 국립묘지를 폭우속에 우산도 없이 참배했는데.

“미 입국 이튿날 6·25전쟁 참전영웅들이 잠들어 계신 알링턴 국립묘지에 갔는데 때마침 폭우가 쏟아졌다. 알링턴 묘지에선 폭우가 내리더라도 우산 없이 비를 맞는게 원칙이라고 해 국가를 위해 헌신한 영웅들을 최고로 예우하려는 자세가 느껴졌다. 굵고 거칠게 쏟아지는 비를 온몸에 맞으며 이름 없는 영웅들의 묘에 헌화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작년 알링턴 묘지 참배 때 얘기한 ‘우리가 그들의 희생을 잊는다면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잊는 것’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조선일보

지난 14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한국 광복군 17위의 합동 안장식이 열리고 있다. 서울 수유리 광복군 합동묘역에 안장됐던 선열 17위는 이날 광복 77년 만에 국립묘지에서 영면에 들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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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외교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있는데 보훈외교는 무엇인가.

“‘보훈외교’는 대한민국을 지켜준 22개 유엔참전국과 195만 유엔참전용사의 은혜에 보답하는 활동이다. 대한민국이 ‘은혜를 잊지 않고 반드시 갚는 나라’라는 인식을 넓히고 참전국에 친한(親韓) 세력을 양성하고 있는데 이는 중요한 외교자산이다. 우리의 보훈외교 정책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독창적이고 선도적인 개념이다. 보훈처는 유엔참전용사와 가족 재방한 초청, 현지 위로·감사행사, 유엔참전용사 후손 장학사업과 평화캠프 등 다양한 ‘보훈외교’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갈 것이다.”

◇ 내년 7월 정전 70주년 기념일에 22개 참전국 정상급 회의 개최

-내년 7월이 마침 정전 70주년이다. .

“내년 6·25전쟁 정전 및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이해 국내외 참전용사와 22개 유엔참전국에 대한 최고의 예우를 다해 범국가적 기념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7월27일에는 ‘유엔군 참전의 날 기념식’과 함께 ‘22개 참전국 정상급 회의’(서밋)를 개최하여 보훈·국방 분야 협력을 강화하고, 세계 유일의 UN기념공원이 있는 부산에서 11월11일 ‘턴투워드 부산’ 행사를 통해 국제적 관심을 환기할 것이다.”

-백선엽 장군 2주기 추모식에도 참석했는데.

“백선엽 장군님은 6·25전쟁 당시 백척간두의 위기에서 다부동전투를 승리로 이끌며 대한민국을 지켜낸 6·25전쟁영웅이며, 한미동맹의 기틀을 닦으신 한미동맹의 뿌리이자 상징이다. 백장군님의 밝혀진 공과는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평가해 다음 세대가 반면교사의 교훈으로 삼으면 될 것이다. 백선엽 장군 추모행사에 참석해 추념사를 통해 존경을 표하고 안식을 기원하는 것은 국가보훈처장으로서 당연히 할 일이라고 생각돼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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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19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초대 대통령 이승만 박사 서거 57주기 추모식'에서 박민식 보훈처장이 추모사를 하고 있다. 박 처장은 추모사에서 "이승만 대통령을 음지에서 양지로 모셔야 할때"라고 말해 화제가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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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부 언론에서 베트남전에서의 한국군 민간인 학살 의혹을 보도해 참전용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베트남전 참전용사들은 인생의 가장 빛나던 시절, 국가의 부름에 응하여 이역만리 타국에서 목숨을 걸고 치열한 전투에 임하며 국가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이다.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분들이고, 존경과 예우의 대상이다. 베트남전에 파병된 32만 참전용사들을 섣불리 학살자로 ‘매도’하는 것은 참전용사들의 명예를 손상시키는 매우 무책임한 행동이다.”

-6.25전쟁, 베트남전 참전수당을 더 올려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무엇보다도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의 영예로운 생활이 유지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고령화한 참전 유공자분들의 희생과 공헌에 보답하기 위해 참전명예수당 인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면서 희생과 공헌에 상응한 균형있는 보훈보상체계를 구축하고, 보훈대상자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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