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군자에서 외국계 패스트푸드 S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던 B씨는 2019년 ‘한촌설렁탕’으로 가게의 업종을 전환했다. 외국계 프랜차이즈 특성상 로열티가 높은데, 코로나19 사태로 외식 경기가 악화되자 고비용 구조를 견디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브랜드 변경 후 수익 구조가 눈에 띄게 개선된 B씨는 주변의 S프랜차이즈 점주들에게도 업종 전환을 권했다. 그 결과 현재는 B씨와 그의 부모님 지인을 포함해 총 3명의 S프랜차이즈 점주들이 한촌설렁탕으로 갈아탔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외식업계가 고난의 행군을 하는 가운데, 다점포 점주들의 확장 본능은 여전히 맹위를 떨치는 모습이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여럿 운영해본 다년간의 노하우와 인적 네트워크를 앞세워 ‘전략 경영’에 나선 결과다. 국내 자영업 시장에서도 전문성을 갖췄는지에 따라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에도 희비가 엇갈렸다. (윤관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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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배달 업종 ‘선방’
▷피자·패스트푸드 다점포↑…커피는 엔제리너스 ‘선전’
매경이코노미는 지난 2014년부터 매년 국내 주요 프랜차이즈 다점포율(잠깐용어 참조)을 조사해왔다. 다점포율은 프랜차이즈 점주 한 명이 2개 이상 복수 가맹점을 운영하는 ‘다점포’ 운영 비율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1개 점포를 해본 뒤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점포를 출점한다는 점에서, 다점포율이 높을수록 해당 브랜드에 대한 점주 만족도나 투자 의향이 높다고 볼 만하다. 연간 프랜차이즈 다점포율 변화를 살펴보면 업종별 트렌드 변화도 읽을 수 있다.
극심한 외식업 불황 속에도 ‘배달’에 특화된 업종은 다점포율이 오르거나 유지됐다. 코로나19 사태로 활성화된 비대면 소비에 발 빠르게 대응한 것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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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가 대표 사례다. 피자헛(13.3%→29.7%), 도미노피자(33.1%→33.2%), 미스터피자(10.5%→10.9%), 피자마루(10.6%→10.9%) 모두 다점포율이 올랐고 파파존스는 50%를 유지했다. 도미노피자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배달, 포장 등 홀을 이용하지 않는 비대면 주문 방식이 증가했다. 이에 발맞춰 여의도 한강공원, 양평 자동차 극장 등 야외에서도 피자를 수령할 수 있는 배달 서비스 ‘도미노스팟’을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또한 온라인 방문 포장 주문 후 고객이 차에서 안 내리고 피자를 전달받는 ‘드라이빙 픽업 서비스’도 일부 매장에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커피는 브랜드별로 온도 차가 있다. 파스쿠찌는 다점포가 지난해 54개에서 올해 24개로 급감, 다점포율이 반 토막(11%→4.7%) 났다. 이디야도 같은 기간 311개에서 270개로 다점포가 줄었다. 반면 최근 신규 BI를 선보이고 재기를 모색 중인 카페베네는 다점포가 16개에서 21개로 소폭 늘었다. 단, 카페베네와 이디야는 가맹점 수는 공개하지 않아 다점포율은 알 수 없었다. 이디야 관계자는 “커피 업종에서도 비대면 서비스를 선호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 대학가 상권에 위치한 매장에서는 키오스크 사용률이 65%에 달한다. 올해 출점한 신규 매장의 키오스크 도입 비율도 90% 이상이다”라고 말했다.
엔제리너스는 가맹점(388개→395개)과 다점포(30개→69개)가 모두 늘어 반등하는 모습이다. 다점포율은 7.7%에서 17.5%로 껑충 뛰었다.
“현재 기존 가맹점의 수익 개선과 브랜드 강화를 위해 직영점의 플래그십스토어 운영에 힘쓰고 있다. 특히, 지역 유명 베이커리와의 숍인숍(Shop In Shop) 협업을 통해 지역과 입점 상권에 맞춘 특화 매장을 운영 중이다. 석촌호수DI점, 롯데월드몰B1점의 경우 경기 양주의 ‘윤쉐프 정직한제빵소’, 대구 수성못아일랜드점은 경북 경주의 ‘랑콩뜨레’, 대전유성DI점은 대전의 ‘손수베이커리’ 등 지역 유명 빵집이 입점해 해당 직원들이 직접 빵을 생산하고 수익을 나눈다.” 엔제리너스 관계자의 설명이다.
본아이에프가 운영 중인 4개 브랜드(본죽, 본죽&비빔밥, 본설렁탕, 본도시락) 중에서도 배달에 특화된 본도시락이 성장세가 돋보인다. 가맹점(401개→432개)과 다점포(26개→46개)가 늘어 다점포율은 6.5%에서 10.6%로 올라섰다. 본아이에프 관계자는 “본도시락은 소형 평수로 소자본 창업이 가능한 배달 전문 브랜드다. 연간 10개 내외 트렌디한 신메뉴를 출시하고, 약 70%를 차지하는 메인 메뉴의 원팩 조리가 가능하다. 인건비와 노동 강도를 줄이기 위해 자동 조리기 ‘웍봇’도 도입할 예정이다. 폐점률은 2%대로, 외식업 평균인 15%, 치킨업계 25%와 비교해 업계 최저 수준이다”라고 자랑했다.
패스트푸드는 배달과 함께 가성비를 앞세운 브랜드가 약진했다. 노브랜드버거(0%→4.5%), 맘스터치(4.8%→5.2%)의 다점포율이 상승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노브랜드버거는 업계 최단기간인 1년 6개월 만에 100호점을 돌파하며 꾸준히 사업을 확대 중이다. 특히 브랜드 콜라·사이다 출시, 유명 아티스트와 협업, NFT 발행 등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영남권, 올해 충청권과 전라권 등 각 권역별로 순차적으로 매장을 확대 중이다”라고 말했다. 맘스터치 관계자는 “맘스터치는 25~30평대 중소형 매장으로 메인 상권 이면도로와 골목 상권, 2층 상가 등 초기 투자비와 고정비 감소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전략 상권을 노리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배달·포장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데다, 임대료 부담도 적어 점주들도 소형 매장을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내실 있는 매장 위주로 통폐합을 진행한 롯데리아는 ‘손바뀜’이 눈에 띈다. 가맹점 수(1211개→1213개)는 거의 그대로인 반면, 다점포 수(190개→243개)가 크게 늘었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신규 가맹점 유치보다는 기존 가맹점의 매출 증진과 이익 확대를 통한 내실 경영에 중심을 두고 있다. 롯데리아만의 매력을 소구할 수 있는 신제품 ‘불고기 4DX’ ‘한우불고기시리즈 2종’을 출시해 운영하며 올해 가맹점 매출 증진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외식 장치 사업 분야의 프랜차이즈도 높은 다점포율을 기록했다. 글로벌 D2C 기업 에이피알(APR)이 운영하는 즉석 포토스튜디오 브랜드 ‘포토그레이(PHOTOGRAY)’는 다점포율이 40%대 중반에 달한다. 방탈출카페 ‘셜록홈즈’도 다점포율이 50%가 넘는다. 이들 가맹점의 둘 중 하나는 2개 이상 운영하는 다점포 점주들의 것이라는 얘기다.
김영훈 APR 홍보팀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 완화 전, 만남의 횟수가 적어짐에 따라 만남 자체를 기념하는 사진을 찍는 문화가 성행하며 포토부스가 ‘셀카’와는 또 다른 MZ세대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상대적으로 쉬운 매장 관리와 합리적인 오픈 비용, 무인 운영에 따른 인건비 절감, 높은 ROI(투자자본수익률) 등이 가맹점주 수요 증가를 견인하는 요인이다”라고 전했다.
▶오프라인 홀 영업은 울상
▷두끼·양키캔들·셜록홈즈 다점포↓
반면 오프라인 매장의 홀 영업 위주 브랜드는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다.
무한리필이 전매특허인 두끼떡볶이가 대표 사례다. 두끼떡볶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7~2019년에는 2%→18.9%→20.4%로 꾸준히 다점포율이 상승했다. 코로나19 사태 여파가 미미했던 2020년 상반기에도 26.4%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지난해 23%로 다점포율이 낮아진 뒤, 올해는 가맹점(226개→222개)과 다점포(52개→47개)가 소폭 줄어 21.2%로 하락했다. 홀에서 무한리필을 하는 영업 방식이다 보니 배달 업황과 정확히 반비례하는 모습이다.
양키캔들도 31%에서 13.5%로 다점포율이 크게 낮아졌다. 오프라인 경기가 악화되자 온라인 중심으로 마케팅 전략을 선회하고 있다. 양키캔들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가 길어지며, 다점포 수도 많이 감소했다. 최근 가맹점은 온라인 중심으로 매출을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퀵커머스를 도입해 당일 배송 상품을 판매 중이다”라고 말했다.
방탈출카페 프랜차이즈 셜록홈즈는 가맹점(38개→29개)과 다점포(19개→15개)가 줄었다. 4년 이상 운영 중인 약 25개 매장이 지난해 가맹 종료 후 개인 매장으로 전환 운영된 영향이 컸다는 게 본사 측 설명이다. 셜록홈즈를 운영하는 권충도 언리얼컴퍼니 대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연령층이 많이 낮아졌다. 2020년 초반까지 30% 미만이던 10대 이용 비중이 최근에는 초등학생 손님이 늘며 50%를 넘어섰다. 과거 인당 2만원가량이던 입장료의 체감 물가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상대적으로 낮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응해 저연령 키즈 대상 모델을 준비 중이다”라고 귀띔했다.
▶가맹점 느는데 다점포는 주춤
▷편의점·치킨·스터디카페 ‘포화’ 우려
가맹점이 급증하는 데 반해 다점포 증가세는 주춤한 업종과 브랜드도 적잖다. 기존 점주들이 추가 출점은 망설이거나 점포 정리에 나선 반면, 신규 점주들만 진입해 ‘상투 잡기’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편의점이 대표적이다. 편의점은 2015년 다점포율이 정점을 찍은 후 7년 연속 꾸준히 하락했다. 1인 가구 증가로 편의점 시장은 성장하고 있지만, 전국 매장 수가 5만개를 넘어설 만큼 포화도가 급증한 데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늘며 점포당 수익성은 악화돼 점주들이 점포 정리에 나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브랜드별로 보면 세븐일레븐은 2018년 29.5%에서 2019년 24.6%, 지난해 18%, 올해 17.4%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GS25와 CU는 연말 기준으로만 데이터를 공개한다. GS25는 2018년 30.6%에서 2020년 28.4%, 지난해 말에는 25.7%로 급감했다. CU는 같은 기간 23%에서 19.1%를 거쳐 17.5%로 하락했다. 이마트24는 “2019년부터 다점포 운영 현황을 집계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 팬데믹 특수를 톡톡히 누린 치킨업계도 가맹점이 급증한 반면, 다점포는 감소하거나 증가폭이 확 줄었다.
교촌치킨과 푸라닭은 지난 1년간 가맹점이 각각 52개, 35개 늘었지만 다점포는 1개, 3개 줄었다. BBQ, bhc는 가맹점이 256개, 188개 급증한 반면, 다점포는 13개, 8개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는 전년 대비 다점포가 각각 154개, 10개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작심스터디카페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1년간 가맹점이 100개 더 늘었지만 다점포는 11개 감소했다(다점포율 16.6%→10.4%). 이들 업종에서 새로운 가맹점주 상당수는 MZ세대 자영업자다. BBQ 관계자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030세대의 창업이 눈에 띄게 늘어 현재는 신규 점주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2020년 6월 선보인 배달·포장 전문점 BSK 모델은 초기 투자 비용과 유지비가 낮은 데다, 고정된 월급보다는 노력하는 만큼 수익이 늘어나는 자영업에 MZ세대가 매력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작심스터디카페 관계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젊은 창업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에는 (학생 외에) 성인 고객 비율도 지속 증가해 52%를 넘어섰다. 이에 스터디카페와 공유 오피스 공간이 같이 있는 복합문화공간 ‘더작심’을 선보였다”고 밝혔다.
잠깐용어 *프랜차이즈 다점포율 프랜차이즈의 전체 가맹점 중 점주 한 명이 2개 이상 점포를 가진 ‘다(多)점포’의 비중. 기존 점포에 만족한 뒤 같은 브랜드의 점포를 추가 출점한 것이므로, 일반적으로 다점포율이 높을수록 해당 브랜드에 대한 점주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 최근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 규모가 커지고 다점포를 거느리는 점주들도 늘어나면서 그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노승욱 기자, 나건웅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3호 (2022.08.24~2022.08.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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