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5 (목)

이슈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러 침공 정보 있었지만 알리지 않았다" 젤렌스키 인터뷰에 '시끌'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젤렌스키 "미국 정보 불충분… 무기 지원 약속 없어"
"경제 붕괴·대규모 이탈 혼란, 러 점령 더 쉬웠을 것"
인명 피해 막았어야 vs 전쟁 위기 다 알아 '의견 분분'
한국일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8일 수도 키이우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회담을 마친 뒤 기자획견을 하고 있다. 키이우=AF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전면 침공할 것이라는 정보를 갖고 있었으나 국민에게 미리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언급해 비판 여론과 옹호 여론이 동시에 일고 있다.

16일(현지시간) WP는 미국이 지난해 10월 러시아의 침공 의지를 처음 확신한 이후, 올해 2월 말 실제 전쟁이 발발하기까지 우크라이나와 서방 동맹에 전쟁 위기를 납득시키려 했으나 실패하게 된 과정을 심층 보도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 인터뷰를 함께 실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정보당국으로부터 러시아의 침공 계획에 대한 경고를 받을 때마다 구체적인 정보를 달라고 요청했으나 그 이상은 받지 못했다”며 “무기를 줄 수 있냐는 물음에도 미국은 확답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사람들을 (전쟁에) 준비시키고 돈과 음식을 비축하도록 해야 했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며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회 혼란으로 경제는 매달 70억 달러 손실을 입고 사람들이 탈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점령하기 더 쉬웠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강력히 버텼다. 일부 떠난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남아서 조국을 위해 싸우고 있다. 냉소적으로 들릴지 몰라도 이들이 모든 것을 뒤집었다”고 자신의 결정을 옹호했다.
한국일보

미국 예술가 트렉 선더 켈리가 12일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 이르핀에서 러시아의 공격으로 파괴된 자동차에 우크라이나 국화인 해바라기를 그리고 있다. 이르핀=AP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인터뷰가 공개된 뒤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는 여론이 갈렸다. 18일 WP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국민을 대피시켜서 생명을 구했어야 했다”는 비판과 “전쟁이 임박했다는 사실은 언론 보도로 이미 알고 있었다”는 옹호 의견 등이 나오고 있다면서 현지 목소리를 소개했다.

우크라이나 온라인 매체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의 세브길 무사예배 편집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이 개인적으로 불쾌했다”며 “나는 도망치지 않았을 것이고 70억 달러 규모의 잠재적 피해는, 인명 손실, 러시아군의 신속한 남부지역 점령, 예상치 못하게 러시아 점령하에 놓이게 된 사람들의 두려움 등과 비교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보단 부트케비치 기자도 “젤렌스키 대통령 인터뷰를 읽고 솔직히 머리카락이 곤두섰다”며 “마리우폴, 부차, 헤르손 상황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탈출 행렬이 나라를 압도했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분노했다. 마리우폴과 부차, 헤르손은 개전 초기 러시아군에 점령돼 민간인 학살 피해가 심각했던 지역이다.

카테리나 바브키나 작가도 러시아군 위협 아래 놓인 지역에 거주하는 민간인에게 경고하지 않은 것은 “결함도, 실수도, 불행한 오해도, 전략적 오판도 아닌 범죄”라고 일갈했다.

반대편에서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지지하는 의견이 쏟아졌다. 키이우 모힐라 경영대학원 발레리 피카 강사는 페이스북에서 “우크라이나인들은 미국의 경고를 언론 보도로 충분히 접할 수 있었다”며 “뉴스를 읽고 나서 짐을 싸지 않은 사람은 경고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할 권리가 없다”고 꼬집었다.

우크라이나 전시 상황을 알리는 영상 채널 ‘우크라이나란 무엇인가(What is Ukraine)’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올레나 그네스는 “우리는 모두 전쟁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그것은 너무나 끔찍한 사실이어서 믿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