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의 심장'을 가진 서학개미(해외주식에 직접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하반기에도 레버리지 상품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이 거래한 상품의 면면을 보면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숏 QQQ 상장지수펀드(ETF)(SQQQ)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베어3X ETF(SOXS)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이상 만기 국채 불 3X SHS ETF(TMF) 등 모두 하락장에 베팅하는 상품들이다.
경기 침체 공포에 약세장 베팅 상품으로 옮겨탔지만 성적표는 우울하다. SQQQ와 SOXS는 7월 단기적인 상승세를 보이며 30% 넘게 손실이 났다. 그나마 장기물 국채를 추종하는 TMF가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며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돌변한 개미들...하락장 3배 베팅
11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7월1일부터 8월9일(조회일 기준)까지 SQQQ를 1억3704만원어치 순매수했다. 하반기 들어 국내투자자가 제일 많이 사들인 미국 주식이다. 나스닥 100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역방향으로 3배 추종해 지수가 오르면 3배의 수익이 나고 반대로 지수가 내리면 3배의 손실을 보게 된다.
순매수 규모 2위를 차지한 SOXS는 주요 반도체 기업들로 구성된 ICE반도체 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3배 따라가는 레버리지 상품이다. 국내투자자들은 지난달부터 SOXS를 5643만달러어치 사들였다. 같은 기간 20년 이상의 만기 미국 채권 수익률을 기초지수로 삼는 TMF는 2849만달러 규모로 순매수했다. 이 역시 3배 레버리지 상품이다.
국내투자자들의 투자 패턴은 상반기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올 1~6월 국내투자자들의 순매수 내역을 살펴보면 '원픽' 테슬라 다음으로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TQQQ),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불 3X SHS ETF(SOXL) 등이 순매수 상위 2, 3위에 이름을 올렸다.
TQQQ는 나스닥 100지수 수익률을, SOXL은 ICE반도체 지수를 3배로 추종한다. 즉, 상승장에 베팅하는 상품이다. 만일 연초 TQQQ나 SOXL를 매수해 6월말까지 가지고 있었다면 자산 평가액은 매수가 대비 80% 하락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SQQQ·SOXS 수익률 우울...장기물 국채 ETF만 '+'
투자 방향을 전환했음에도 국내투자자들이 손실을 만회했을 가능성은 낮다. 다우존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나스닥 종합 등 뉴욕 3대 지수가 최근 모두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들 지수는 6월 말 대비 평균 10%가량 뛰었다. 7월 어닝시즌에서 기업 실적이 예상보다 선전한 영향이 컸다. 팩트셋에 따르면 S&P500 지수 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기업 비율은 75%에 이른다.
이에 따라 나스닥100 지수를 거꾸로 추종하는 SQQQ는 9일 기준 주당 39.02달러로 지난달 초 대비 32% 하락했다. ICE 반도체 지수 하락에 베팅한 SOXS의 경우엔 42.54달러로 42% 뒷걸음 쳤다.
장기 채권에 투자하는 TMF의 사정은 그나마 낫다. 7월 들어 4%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지난달 미국 증시가 반등했으나 동시에 경기침체 우려가 고조되며 장기물 채권 금리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30년 만기 미국 채권 금리는 6월14일 3.429%에서 8월9일 2.995%까지 내려왔다. 채권 금리의 하락은 가격(수익률) 상승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레버리지 투자에 주의하라고 당부하면서도 하반기 경기 둔화에 대비해 장기물 채권 투자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박승진 하나증권 글로벌ETF 연구원은 "단기물의 경우 8월까지는 정책 방향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고용지표가 잘 나오고 있는 점도 긴축 기조를 강화시켜 금리가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 연구원은 그러면서도 "경기가 둔화되는 신호가 나오고 있고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도 계속되고 있는 만큼 중장기 국채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워치(www.bizwatch.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