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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바늘 빠진 시계·서랍이 없는 서랍장… 못파는 제품 떠넘긴 '갑질유통'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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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변심으로 반품한 물건이나
흠집 있거나 수리해 재판매하는
'반품숍' 상인 피해 호소 잇따라
"판매불가 상품 끼워서 공급한
벤더업체 불공정행위 지나쳐"
벤더는 "투명하게 처리" 반박


파이낸셜뉴스

회원제 창고형 할인매장 코스트코에서 고객들이 반품한 '셀비지 상품' 유통과정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사진은 파손된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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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회원제 창고형 할인매장으로 국내에 진출해 영업 중인 코스트코코리아에서 발생하는 고객 반품 '셀비지 상품' 유통 과정에서 또 잡음이 일고 있다.

코스트코가 선정한 벤더업체를 통해 셀비지 상품을 공급받은 영세상인이 팔기 힘든 물건까지 일방적으로 떠안다시피 하는 '갑질유통'으로 엄청난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경북 포항에서 코스트코 셀비지 상품을 공급받아 점포를 운영하기 시작한 영세상인 A씨는 4일 "코스트코 부산점, 대구점 등에서 고객들에게 반품받은 셀비지 상품을 공급받는 과정에서 엄청난 불공정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코스트코 반품 셀비지상품 상태를 확인한 뒤 원하는 수량만큼 물건을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대로 받아야 하는 일방적이고 취약한 불공정 유통구조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피해를 주장하고 있는 A씨는 지난 4월 코스트코 셀비지 상품을 공급받기 위해 벤더업체 B사 대표 C모씨와 계약을 체결했다.

상품을 공급하는 쪽인 C씨를 '갑', A씨를 '을'로 칭하며 체결한 계약서를 보면 '셀비지는 최초 상품의 가치에서 최소한 잔존가치가 50% 이상인 상품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A씨는 "계약 체결 후 실제로 공급받은 상품 가운데는 사실상 팔기 어려운 불량물건들이 대거 포함돼 이에 따른 경제적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C씨에게 강력하게 항의하면서 반품을 요구했으나 '땡처리 수준으로 매입해 주는 것은 가능할지 몰라도 받은 돈을 반환해 줄 수는 없다'는 거부 답변만 받았다고 했다.

A씨는 참다 못해 포항 남부경찰서에 C씨를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할 정도로 코스트코 셀비지 상품 유통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만큼 공정거래위원회와 관계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대책이 불가피해 보인다.

A씨는 "점포를 얻는 비용을 포함해 창업 후 1차 3000만원, 2·3차 각 1500만원어치의 셀비지 상품을 떠안아 불과 석달여 만에 1억원에 가까운 피해를 입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공급자 C씨가 초기비용으로 30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했으나 계약 후 구색을 갖추기 위해 가게에 물건을 가득 채우라고 강요하는 바람에 2, 3차로 판매가 어려운 물건들을 구매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셀비지 계약서 역시 거의 '노예계약'에 가까울 정도로 시장지배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요소가 대거 포함돼 있다는 것이 피해자의 주장이다.

계약서 항목에는 '갑'에게 피해가 되는 부적절한 행위를 행했을 때 상품 공급 중단과 함께 계약을 즉시 파기한다 등의 문구도 담겨 있어 당국에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코스트코에서 처분하는 고객 반품 '셀비지 상품'에 대한 잡음은 이번뿐만이 아닌 만큼 유통 방식을 전면 수정, 부작용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앞서 코스트코코리아 일산점에서 상품을 공급받는 한 영세 점주도 바늘 없는 고급시계, 손잡이가 끊어진 캐리어, 날개가 부러진 선풍기, 구멍난 튜브, 서랍 없이 뼈대만 있는 서랍장 등 판매할 수 없는 상품들을 떠안았다는 내용을 폭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 부산사무소 관계자는 "피해 내용이 접수될 경우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끼워팔기 등 불공정거래 소지가 있는지에 대한 조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해당 벤더업체 관계자는 "코스트코 부산점과 대구점에서 발생한 셀비지 상품을 16곳의 반품숍 상인들에게 공급하는 과정을 투명하게 처리하고 있다"면서 "공급과정을 담은 CCTV 등을 공개할 수 있다"고 피해자 주장을 반박했다.

이들 피해자와 공급자들은 계약서에 담긴 '최소한 잔존가치가 50% 이상인 상품'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기준 없이 각기 다르게 해석하고 있어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코스트코코리아 측은 "이 논란에 대해서는 별로 답변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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