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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이슈 물가와 GDP

정부 “물가 9~10월이 정점”이라지만, 환율·원자재값 복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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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인플레]보이지 않는 인플레의 끝

물가상승 국면 20개월째 지속중

2009년엔 26개월 지나서야 꺾여

추경호 “추석 지나면 어느정도 수습”

고환율 인한 수입물가 급등세에

세계 곡물시장 수급 불안도 여전

“물가 압력 다양한 품목 광범위 확산”

정점 형성 연말로 늦춰질 가능성도


한겨레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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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에 휘몰아친 물가충격은 과연 언제 ‘정점 통과’를 확인하게 될까. 6.0%(6월·전년동월대비)를 넘어 이제 7~8%대 전망이 나오는 국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4%에 육박한 기대인플레이션(향후 1년 추가적인 물가상승률 예상치),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9.1% 등 각종 지표는 정점 통과 시점을 점점 뒤로 후퇴시키는 중이다.

물가안정 임무를 수행하는 한·미 중앙은행이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과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아도 뛰어오르는 물가를 잡기엔 역부족인 형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물가 정점을 “이번 3분기 말 혹은 4분기 초”(대략 9~10월)로 내다봤으나, 물가 상승 사이클에서 정점 형성은 연말까지로 더 늦춰질 공산도 커졌다. 빅스텝에도, 국제유가 폭락에도 여전히 더 오르는 물가를 보게 될 일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물가상승 국면은 2020년 10월(전년동월대비 소비자물가상승률 0.1%) 시작해 지난 6월(6.0%)까지 20개월 연속 지속 중이다. 2000년대 들어 물가 급등기는 세차례 있었다. 제1차는 국제유가가 급등했던 1999년 2월(0.2%)부터 2001년 5월(5.3%)까지 27개월이다. 이번 급등기는 제2차였던 2008년 지속기간 19개월(2007년 1월 1.7%→2008년 7월 5.9%)을 넘어섰다. 제3차 시기(2009년 7월 1.6%→2011년 8월 4.7%)는 26개월이었다. 물가상승 기간이 길어질수록 생산자·판매자들은 서로 경쟁하며 상품가격을 올리기가 더 쉬워진다.

전통적으로 여름은 계절 특성상 물가에 취약한 시기다. 2008년과 2011년 물가 정점도 7월과 8월에 찍었다. 물가가 정점 형성에 접근하는 시기를 빨라야 10월로 보는 까닭 중의 하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추석이 지나고) 10월쯤에는 물가가 어느 정도 수습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추석이 9월초인데 10월께면 전반적으로 밥상 물가는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은은 최근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서 해외 요인 기여율이 56.2%라고 분석했다. 국제유가는 흔히 큰폭의 변동성을 보이지만 곡물 식량가격은 작황 및 재배공급 기간 등 수급 특성상 한번 올라가면 쉽게 꺾이지 않는다. 코로나19와 미-중 갈등 관계 속에 부상한 세계경제 공급망 균열과 친환경 신재생에너지로의 거대한 변동은 구조적·제도적 요인이다. 이번 글로벌 인플레이션 현상이 경기순환 변동 과정 중에 일어난 일회적 쇼크가 아니라, 깊고 넓은 장기적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의 근거 중 하나다. 2011년 급등기가 지속된 26개월도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이런 근거에 기반하고 있다.

환율 충격발 수입물가 급등세도 물가 정점 예상시기를 점점 후퇴시키는 요인이다. 미 연방준비제도가 오는 27일(현지시각) 기준금리 인상 때 자이언트 스텝 혹은 ‘울트라 스텝’(1.0%포인트 인상)을 밟으면 한국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지는 역전이 일어나고, 그러면 자본 유출에 따라 원화 가치가 더 절하될 위험이 크다. 원화 절하(환율 상승)는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고물가를 지속시킨다.

점차 시차를 두고 반영·파급되는 외식물가와 생산자물가(국내 생산자가 국내시장에 공급하는 상품·서비스의 가격변동 측정)의 상승세도 물가 정점 예측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6월 외식물가 상승률(8.0%)은 1992년 10월 이후 최대치다. 재료비 상승분이 시차를 두고 점점 더 광범위하게 반영되고 있다. 한국 경제는 소비 중심축이 재화에서 서비스 부문으로 이동하면서 외식 등 서비스가격 오름세가 전체 소비자물가의 향방을 가르는 단계에 와있다. 소비자물가 선행지표인 생산자물가도 지난 5월에 전년동월대비 9.7% 상승했다.

한은은 이번 물가 상승국면의 특징을 “물가상승 압력이 다양한 품목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동안 가격경쟁력을 고려해 가격 인상을 머뭇거리던 경쟁자(생산자·판매자)들도 물가불안 기간이 길어지고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비용부담을 버티기 어렵게 되자 메뉴판 가격을 앞다퉈 고치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 물가 급등기의 이런 특징은 일반 가계소비자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일반 가계소비자들의 6월 기대 인플레이션은 3.9%로, 10년 만에 가장 높다. 일반인 기대 인플레이션은 과대 예측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물가상승 기대심리가 더 높은 물가를 실제로 자극하는 ‘자기실현적’ 인플레이션 진행 경로를 부추겨 정점 형성을 계속 지연시킬 수 있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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