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근로수당 떼먹고…근로계약서 미작성도 수두룩
2020년 7월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 앞에서 청년유니온 관계자가 패션스타일리스트·어시스턴트 노동실태조사 결과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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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줄일 수 없다는 건 일을 해봐서 아는데, 일 한 만큼 돈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연예인·매니저 갑질이 비일비재합니다. 제재를 가하거나 고발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많아 대부분 참고 넘어갑니다.”
케이팝·케이컬처 세계화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연예인 로드매니저, 패션스타일리스트들이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과정에서 낸 목소리다. 매니저·스타일리스트 등 연예매니지먼트 업계 일자리가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노동부가 이들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해보니 청년 노동자들의 기초노동질서는 아직도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는 사업주가 준수해야 할 4대 기초노동질서로 △근로계약서 작성 및 교부 △임금명세서 교부 △최저임금 준수 △임금체불 예방을 제시하고 있다.
13일 노동부는 소속 가수·연기자가 가장 많은 대형 연예기획사 두 곳과 패션스타일리스트 업체 10곳을 근로감독 한 결과, 55건의 노동관계법 위반사항을 적발하고 시정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부의 시정명령에 불응하는 사업주와 법인은 형사 입건된다. 노동부는 지난 3월부터 이들 사업장을 대상으로 노동자들의 기본권익을 보호하고 있는지 중점 점검했으며, 해당 업체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동조건 관련 모바일 설문조사에는 69명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12건의 노동관계법 위반사항이 적발된 대형 연예기획사는 로드매니저에게 1600여만원의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았고, 주 최대 52시간의 근로시간 한도를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예기획사 두 곳 모두 30인 이상 사업장에서 의무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노사협의회를 개최하지 않았다. 한 곳에서는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가 필수인 사업장 밖 간주근로시간제를 사용하면서 근로자대표를 회사가 지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연예기획사와 도급계약을 맺고 연예인들의 의상 등을 관리해주는 패션 스타일리스트 업체들에서도 기초노동질서를 준수하지 않은 사례가 대거 적발됐다. 애초 이 업계는 장시간노동을 시키면서도 낮은 임금을 지급하는 ‘열정페이’로 사회적 논란이 컸다. 근로감독 대상 10곳 중 7곳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6곳은 지난해 11월부터 의무화된 임금명세서를 교부하지 않았다. 노동부는 그 구조적 요인으로 △연예인 일정에 따라 근로일·시간이 변동되는 업무 특성 △패션 스타일리스트가 영세하고, 연예기획사로부터 도급을 받는 경우 인건비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노동부는 연예기획사를 상대로 장시간노동 관행 개선과 고충처리를 위한 노사협의 등을 지도하고, 패션스타일리스트에 대해서는 서면근로계약 체결 등 기초노동질서를 준수하도록 지도할 방침이다. 업계문화 개선을 위해서는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부처와 협업할 방침이라고도 밝혔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이번 연예매니지먼트 근로감독은 청년 보호를 위한 시작점으로서 향후 노동부는 청년 등 취약계층 보호라는 가장 기본적인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데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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