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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엘비스’에서 K팝 산업의 빛과 그림자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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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 일대기 다룬 영화

흑인음악 리듬으로 백인 중심 음악계에 파격 안겨

“비즈니스에만 치중하면 아티스트 결국 무너져

한국 음악산업 관계자들도 고민해야 할 문제”


한겨레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엘비스>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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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비스 프레슬리 하면 뭐가 떠오르는가? 생전 노래하는 모습보다 박물관에서 본 밀랍인형을 떠올리는 이들이 더 많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2022년 대한민국에선 말이다. 그런 프레슬리가 스크린에서 되살아났다. 여기가 미국도 아니고, 퀸의 프레디 머큐리도 아닌데, 한국 사람들이 반길 이유가 있을까?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1996), <물랑 루즈>(2001) 같은 뮤지컬 영화의 대가 배즈 루어먼의 신작이니까. 13일 개봉하는 <엘비스>는 그의 음악과 삶을 잘 몰라도 황홀경에 빠져들게 만드는, 완벽한 엔터테인먼트 영화다.

1953년 데뷔해 1977년 42살 나이에 숨을 거두기까지 20여년 내내 전성기를 누린 ‘올 타임 레전드’. 전세계 10억장 넘는 앨범 판매고를 올려 앨범 최다 판매 솔로 가수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사람. 출연한 티브이(TV) 쇼 시청률이 82.6%를 기록하고, 세계 최초 인공위성 생중계 콘서트로 40개국 15억명의 시청자를 사로잡은 슈퍼스타. 이런 기록들은 잠시 뒤로하고, 가난한 흑인 동네에서 자란 백인 소년이 어떻게 생각지도 못한 길을 가게 됐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159분이 ‘순삭’(순식간에 삭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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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엘비스>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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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건 화자가 프레슬리가 아니라 그를 키운 매니저 톰 파커(톰 행크스)란 점이다. 파커는 트럭을 몰며 음악의 꿈을 키우는 무명 가수 프레슬리(오스틴 버틀러)에게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무대에 세운다. 백인 음악인 컨트리가 주류인 무대에서 프레슬리는 흑인 친구들과 어울리며 익힌 리듬을 접목한 로큰롤로 파격을 안긴다.

골반과 다리를 마구 흔들어대는 춤에 여성들은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금단의 열매를 삼키는 이브가 된다. 프레슬리는 승승장구하지만, 이내 격렬한 저항과 맞닥뜨린다. “백인이 흑인처럼 저속한 음악을 한다”는 공세는 인종 문제로까지 번진다. 파커는 이미지를 세탁하려고 춤을 금지하고 턱시도를 입히려 들지만, 프레슬리는 거부한다. 파커는 더 넓은 세상을 꿈꾸는 프레슬리를 자꾸 옭아매려고만 한다. 프레슬리는 좌절하고 낙담한다.

이런 대목은 지금 세계로 뻗는 케이(K)팝 산업과 여러모로 겹쳐진다. 실제로 루어먼 감독은 화상 간담회에서 이 영화를 만든 이유를 설명하면서 “요즘 케이팝 문화의 창시자가 곧 프레슬리나 다름없다. 낡고 오래된 것처럼 보이는 엘비스가 바로 지금 젊은 세대와 다를 바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는 엔터테인먼트산업의 그림자와도 연결된다. 모든 걸 돈으로만 계산하는 파커에 의해 프레슬리는 점차 망가져 가는데, 루어먼 감독은 이에 대해 “비즈니스에 지나치게 무게를 싣다 보면 아티스트가 결국 무너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한국 음악산업 관계자들도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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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엘비스>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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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무거운 메시지를 담은 듯해도, 영화는 시종일관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다. 톰 행크스의 열연은 말할 것도 없고, 해리 스타일스, 앤설 엘고트, 마일스 텔러 등 쟁쟁한 배우들을 제치고 주인공을 꿰찬 신예 오스틴 버틀러는 프레슬리 그 자체다. 대부분의 노래를 직접 불렀는데, 프레슬리의 딸 리사 마리 프레슬리가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아빠 목소리로 착각했다고 한다. 프레슬리가 죽기 전 마지막 콘서트에서 ‘언체인드 멜로디’를 부르는 대목엔 일부러 실제 프레슬리 목소리를 넣었다는데, 이쯤 되면 관객들도 무엇이 실제이고 무엇이 재현인지 구분 짓는 게 무의미해지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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