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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6% 물가? 짠내 나게 살았는데 지출은 15%나 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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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소득 583만원’ 4인 가족 가계부

작년 상반기와 같은 기간 비교

“다 올라 장 볼때 10만원 더 써”

챙길 경조사 많아져 월 28만원

영어 학원비·전기료도 슬금슬금

“넷플릭스 구독·기부도 끊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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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박수인(가명·42)씨네는 초등학생 자녀 2명을 둔 4인 가족이다. 홑벌이인 박씨 남편의 월평균 소득은 583만원 정도로, 올해 1분기 도시 거주 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명목소득 571만여원(통계청)과 비슷한 수준이다. 박씨 가족의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생활비 지출 내역(신용카드 사용 내역·가계부)을 비교해 체감 물가의 상승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 살펴봤다.(각종 세금 등 비소비지출, 병원비 등 돌발성 지출은 비교 대상에서 제외)

1년 사이 가장 눈에 띄게 증가한 내역은 식비다. 지난해 상반기 박씨 가족의 월평균 식비(간식, 외식, 배달 음식 등 포함)는 67만9300원이었다. 올해 상반기 월평균 식비는 80만4580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13만원 가까이 늘었다.

박씨는 “마트에 갈 때마다 가공식품, 과자, 음료 등 안 오른 품목이 없더라. 가장 많이 올랐다고 느낀 품목은 돼지고기·쇠고기와 채소류인데, 장 볼 때 지난해보다 월평균 10만원 이상 더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졸라서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는 치킨·피자 등 배달 음식을 먹는데, 음식값은 물론 배달비까지 올라 한달에 3만원 가까이 더 썼다”고 했다. 그나마 쌀과 일부 농산물을 시골 부모님이 보내줘 다른 집보단 식비가 덜 드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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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비도 늘었다. 영어 학원비가 지난해 월 48만원에서 올해는 51만원으로 올랐다. 관리비·전기·가스·인터넷·통신비 등 공과금도 지난해엔 월평균 26만480원이었지만, 올해는 월 30만8500원을 썼다. “관리비 등도 비싸진데다 남편이 휴대전화를 교체하면서 5G로 갈아타야 해 요금이 오른 탓”이다. 실손보험료 대폭 인상으로 보험료도 늘었다. 40대인 박씨 부부의 실손보험료 월 7만여원과 아이들 교육보험 등을 합쳐 22만5천원 정도를 냈는데, 올해엔 실손보험료가 12만8천원으로 올라 총 28만3천원을 내고 있다. 의류비도 지난해엔 월평균 14만6240원을 썼지만, 올해엔 16만4천원이 들었다.

‘경조사비’도 대폭 늘었다. 지난해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경조사가 적었지만, 올해엔 부쩍 늘어난 결혼식·장례식·돌잔치를 비롯해 어버이날·어린이날 등을 모두 챙겨야 했다. 지난해 월평균 경조사비는 15만원가량이었지만, 올해는 28만원에 달했다. ‘런치플레이션’이라는 말이 보여주듯 점심값이 오른 탓에 남편 용돈도 월 40만원에서 50만원으로 10만원 올려줬다. 시부모님 용돈도 월 20만원에서 25만원으로 늘렸다.

거의 모든 비용이 늘었지만, 의외로 줄어든 항목은 교통비였다. 월 15만원 정도였던 주유비가 4만원대로 대폭 줄었는데, “기름값이 폭등해 남편이 출퇴근 시 자동차를 거의 이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대중교통비가 월 4만5천원 정도 들었다. 올해 줄어든 또다른 항목은 영화, 전시, 도서 구입 등에 쓴 문화생활비다. 지난해엔 월평균 8만800원을 썼지만, 올해엔 3만2천원에 그쳤다.

박씨는 “아이들 체험학습으로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갈 때도 가급적 무료인 곳을 찾고 영화도 거의 보지 않았다”며 “절약을 하려다 보니 넷플릭스 구독도 끊는 등 문화생활비를 줄이게 되더라”고 말했다.

박씨는 월 3만원씩 하던 기부마저 중단했다. 그는 “소액인데도 ‘지금 내가 남을 도울 처지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며 “물가가 오르면 삶이 점점 팍팍해진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아니겠냐”고 씁쓸해했다.

나열한 항목만 계산해도 박씨 가족의 최근 월평균 생활비(321만7080원)는 지난해(280만1820원)에 견줘 41만5260원(14.8%) 늘어났다. 박씨는 “올해 들어 가장 높았던 6월 물가상승률이 6.0%라던데, 우리 집 생활비는 15% 가까이 올랐다”며 “그나마 대출이 없다는 것이 유일한 위안거리”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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