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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스위스도 나토 가입?… 바이든의 의도된 말실수에 ‘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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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핀란드 나토 가입 거론하며 ‘스위스’ 거명

"맙소사! 나토 확대에 대한 열망 때문에 말실수"

참석자들 웃음 터뜨려… 진짜 실언도 몇 차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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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스페인 마드리드 나토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6월3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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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 내가 방금 ‘스위스’라고 했나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확대에 대한 열망이 너무 큰가 보네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월 29∼30일(현지시간) 이틀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성과를 홍보하는 자리에서 스위스를 스웨덴과 착각한 듯한 농담으로 큰 웃음을 이끌어냈다. 스위스와 스웨덴은 둘 다 중립국인데 최근 스웨덴은 중립 노선을 포기하고 나토 회원국 가입을 신청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토 확대에 대한 자신의 의지가 얼마나 강렬한지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중립국 스위스를 거명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30일 취재진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갖고 스웨덴·핀란드의 나토 가입 확정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설명했다. 먼저 핀란드로부터 나토 회원국이 되고 싶다는 의사를 확인한 다음 자신이 스웨덴까지 움직여 양국이 동시에 나토 가입을 신청하게 만들었다는 무용담을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상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올해 3월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러시아와 인접한 중립국 핀란드의 사울리 니니스퇴 대통령은 러시아의 위협에 맞설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다.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 도중 니니스퇴 대통령은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한다면 지지해줄 수 있겠느냐”고 바이든 대통령한테 물었다. 그러면서 “스웨덴 측에도 전화로 나토 가입을 타진해보자”고 덧붙였다. 니니스퇴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여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도중 스웨덴으로 국제전화를 걸었고,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한테 ‘우리도 동의한다’는 답변을 얻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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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5월19일 백악관에서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왼쪽),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와 3자회의를 가진 뒤 활짝 웃는 모습. 이날 미국은 핀란드·스웨덴의 나토 가입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바이든 대통령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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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은 상황을 조금 비틀어 설명했다. “핀란드 대통령이 우리가 스위스 지도자와 통화할 것을 제안했죠. 오 ‘스위스’라니, 맙소사! 제가 실수했군요. 나토 확대에 대한 열망이 너무 큰가 보네요.” 이는 미리 계산된 실언으로 보인다. 그만큼 나토 확대에 대한 자신의 소신이 확고하고 또 의지가 강렬하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뜬금없이 중립국 스위스를 거명한 바이든 대통령이 곧장 재치있는 변명을 내놓자 참석자들 사이에 폭소가 터졌다. 참고로 스위스는 국민 절대다수가 중립 포기 및 나토 가입에 반대하는 입장이라 당분간 그렇게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날 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진짜 말실수도 여러 번 했다. 국제정치학에서 ‘핀란드화’(Finlandization)란 약소국이 이웃 강대국 눈치를 보며 소극적 외교정책을 펴는 것을 뜻한다. 과거 냉전 시기 핀란드가 인접한 소련(현 러시아)의 위세에 눌려 소련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거의 못 내고 사실상 소련의 위성국처럼 행동한 데에서 유래한 용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겨냥해 “푸틴은 나토를 핀란드화하려고 했으나 되레 핀란드가 나토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조롱했는데, 핀란드화를 그만 ‘Findalization’이라고 잘못 발음했다. ‘Findalization’은 영어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말로,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기자회견 내용 전문을 홈페이지에 올리며 이를 ‘Finlandization’으로 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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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연설 도중 저지른 말실수(빨간줄). 그는 ‘핀란드화’를 잘못 발음한 데 이어 나토와 핀란드를 혼동하기도 했다. 백악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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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나토와 스웨덴이 그 어느 때보다 (나토) 가입에 가까워졌다”고도 했다. 이 또한 핀란드와 나토를 헷갈린 것이다. 그는 질문할 기자를 호명하는 과정에서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타리니(Tarini) 파티 기자를 지목하며 이름을 ‘타리나’(Tarina)라고 틀리게 부르는 실수까지 범했다. 1942년 11월생으로 오는 11월이면 80세가 되는 바이든 대통령은 너무 고령이란 이유로 민주당 안팎에서 “2024년 재선에 도전하지 말아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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