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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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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스웨덴, 나토가입 9부능선 넘었다…러 "핵무기"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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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터키)가 북유럽의 중립국인 핀란드·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반대하던 기존 입장을 철회하고 찬성으로 돌아섰다. 외신은 “나토 확장을 저지하려던 러시아의 야심에 타격을 입힌 의미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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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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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핀란드·스웨덴 나토 가입 지지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폴리티코·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의 주재로 튀르키예·핀란드·스웨덴 3국 정상은 4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담을 열었다. 회담을 마친 뒤 튀르키예는 “마드리드 나토 정상회의에서 핀란드·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지지할 것임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양해 각서(memorandum)에 서명하며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이에 따라, 나토는 29~30일 이틀간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 진행되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두 나라의 가입을 공식 승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핀란드·스웨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가 안보에 위협을 느낀다며, 70년 이상 유지해온 ‘군사적 비동맹주의’를 포기하고 지난달 18일 나토에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핀란드는 러시아와 국경 1340㎞를 맞댄 지정학적 요충지이자, 오랜 기간 대규모 징집병을 훈련해온 지상전 강국이다. 스웨덴은 군사기술 강국이자, 전투기 71대, 장갑차 3371대, 탱크 121대, 잠수함 5척 등을 보유한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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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핀란드까지...나토의 동진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나토는 두 나라의 가입 신청을 환영하며, 가입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튀르키예는 자국이 분리독립 세력이자 테러단체로 규정한 쿠르드족 정파를 양국이 지원하고 있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핀란드·스웨덴은 지난달 25일 협상 대표단을 튀르키예로 파견하고, 이달 20일엔 벨기에 브뤼셀에서 3국 대표단 협상을 벌이는 등 튀르키예 달래기에 힘썼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나토는 30개 회원국 만장일치(나토헌장 제10조)로 새 회원국을 받아들여, 튀르키예가 끝까지 반대하면 두 나라의 나토 가입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마드리드 정상회담 직전, 핀란드·스웨덴·나토가 튀르키예의 요구 사항을 대부분 수용하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이날 튀르키예 정부는 스웨덴과 핀란드가 자국법을 개정해 쿠르드족 분리독립 세력을 단속하는 것은 물론, 범죄인 인도 등에 관해 절차를 밟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 두 나라는 튀르키예에 부과한 무기 금수 조치도 해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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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의 나토 가입 추진 일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바이든 "동맹·집단안보 강화될 것" 환영



일각에선 핀란드·스웨덴이 튀르키예를 설득하기 위해 너무 많이 양보했다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는 “매우 좋은 합의였다”며 이를 일축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역시 “양국의 나토 가입에 길을 열어주는 합의에 도달해 기쁘다”고 말했다.

나토 주요 동맹국 정상들도 3국 합의에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소셜미디어에 “환상적인 소식”이라며 “스웨덴과 핀란드의 가입으로 우리의 빛나는 동맹이 더욱 강하고 안전해질 것”이라고 썼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세 나라가 결정적인 발걸음을 내디뎠고, 이는 동맹과 집단 안보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외신들은 핀란드·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현실화된 데 대해 “발트해에서 러시아에 대한 나토의 방위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수십년 만에 유럽 안보 지형에 가장 극적인 변화”라고 강조했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까지 나토의 확장을 막으려했던 러시아의 야심에 타격을 입힌 진전”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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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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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발트해 비핵화는 옛말" 위협



러시아는 즉각 날선 반응을 내놨다. 올레그 모로조프 러시아 국가 두마(하원) 부의장은 리아노보스티와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발트해 지역에서 벌어지는 어떠한 군사적 장난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스웨덴과 핀란드는 중립국 시절 누렸던 좋은 기억을 되새겨야 한다”고 경고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국경 강화 조치로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다”면서 “발트해 비핵화는 옛말”이라고 위협했다.

한편, 이번 마드리드 나토 정상회의에서 핀란드·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공식 승인되더라도, 실제 가입까지는 1년 여가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나토는 30개 회원국의 개별 의회에서 모두 비준을 얻어야 가입 절차가 완료된다. 나토의 공식 승인 후 회원국별 비준 기간은 최대 1년이며, 비준 전까지는 나토의 집단방위 체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박형수·김서원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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