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이날 신(新)전략 개념과 관련해 “중국을 처음으로 다룰 것”이라며 “베이징이 우리의 안보, 이익, 가치에 야기하는 위협이 언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백악관은 또 이날부터 다음달 1일까지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리는 유엔 해양 콘퍼런스에서 미국, 영국, 캐나다 간의 ‘불법·미보고·미규제(IUU) 어업 행동 동맹’을 발족시킨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나쁜 행위자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새로운 파트너십 구축이 목적”이라고 밝혔는데 ‘나쁜 행위자’는 사실상 중국을 지목한 것이다.
독일에서 열린 G7 정상회의가 26일 중국 ‘일대일로’에 맞서는 ‘글로벌 인프라 및 투자를 위한 파트너십’을 발표한 데 이어 나토가 중국을 견제하는 새로운 전략개념을 만들기로 함에 따라 미국이 전 세계 자유민주주의 진영을 결집해 경제는 물론 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글로벌 대중 포위망’을 구축하게 될 전망이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세계의 선도적 민주주의 국가들은 이번 G7과 나토의 정상회의를 통해 중국이 야기하는 위협, 특히 중국의 비시장 경제 관행과 인권에 대한 접근법 등에 대해 서로 상의하고 (의견과 전략을) 조율해야 한다는 긴급한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사회에서) 공정하며 모두 이해하고 동의할 수 있는 일련의 원칙, 통행 규칙을 옹호하고 싶다”며 “중국이 이런 규칙들을 지키도록 책임을 묻기 위해 유사한 생각을 가진 국가들끼리 협력을 확고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의 안보를 위해 만들어진 나토가 새 전략개념에 ‘중국의 위협’을 명시하기로 함에 따라 미국은 전 세계 자유 진영 국가들을 하나로 묶어 안보와 경제 분야 모두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일석이조(一石二鳥) 전략을 완성하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토는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2국과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유럽 28국이 가입해 있는 군사동맹이다. 지금까지 이 동맹은 러시아 위협에 맞서 유럽을 보호하는 데 주력했다. 러시아가 전면 침공한 우크라이나를 전면 지원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토가 처음으로 전략개념에 ‘중국의 위협’을 넣기로 해 앞으로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실행 지침이 마련될 예정이다. 이번 정상회의에는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을 초청함으로써 중국을 견제하는 메시지가 더욱 선명해졌다.
그동안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대중 전선 강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일본·인도·호주 등과 함께 4국 안보동맹인 ‘쿼드’를 창설한 데 이어 작년 9월에는 영국·호주가 참여하는 3국 안보협력체 ‘오커스(AUKUS)’를 설립했다.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리는 인도·태평양의 장기적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오커스 출범이라는) 역사적 일보를 내딛는다”고 말했다. 이지용 계명대 중국어중국학과 교수는 “중국이 우크라 전쟁에서 러시아와 밀착하고, 남중국해와 남태평양을 넘어 아프리카와 중동에까지 세력을 확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유럽 국가들이 심각한 위협을 느꼈다”며 “그 대응 수단으로 나토라는 연합체를 활용하는 데 공감한 것”이라고 말했다.
안보뿐 아니라 경제와 인권, 사이버 분야 등에서 ‘대중 포위망’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한 성과로 꼽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발동을 건 대중 무역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 붕괴 등으로 더 많은 국가들을 내 편으로 끌어들여야 하는 미국으로선 그물망처럼 촘촘한 대중 견제망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달 모두 13국이 참여하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창설한 데 이어, 지난 3일에는 IPEF에서 제외됐던 대만과 경제 무역 분야 협력을 강화하는 ‘21세기 무역 이니셔티브’를 가동하기로 합의했다.
한편, 이날 로이터통신은 나토 회원국들이 전략 개념에 중국 문제를 어떻게 반영할지를 두고 여전히 협상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국과 영국은 중국의 점증하는 군사적 야심과 대만 침공 우려를 반영해서 더욱 강력한 표현을 쓰자고 주장하는 반면, 프랑스와 독일은 유럽의 대중 투자를 고려해 더 신중한 언급을 선호한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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