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끊이지 않는 성범죄

“가짜 미투로 생매장 당했다”더니... 박진성 시인의 반전 사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박진성 시인. /페이스북


허위 성폭력 폭로로 누명을 쓴, 이른바 ‘가짜 미투 피해자’로 알려졌던 시인 박진성(44)씨를 검찰이 기소했다. 혐의는 자신으로부터 “손잡고 키스, 포옹, 심하면 XX” 등 성적(性的)인 문자메시지를 받은 17세 여학생(피해 당시 나이) A씨의 미투 폭로를 허위로 몰아 명예를 훼손한 것이었다. 박씨가 성폭행 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무혐의 처분 받았던 사실은 실제로 존재했다. 이는 A씨 사건과는 무관한, 또 다른 여성과의 사건이었다. 그럼에도 박씨는 별개 사건에 대한 무혐의 처분이 나자, 트위터에 마치 A씨가 자신을 무고한 것처럼 주장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검은 박씨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지난 9일 불구속 기소했다.

박씨는 2015년 시 강습 수강을 원하던 피해자 A씨를 알게 됐다. 당시 A씨의 나이는 17살이었다.

박씨는 이후 A씨에게 “애인 안 받아주면 자살하겠다” “선생이면서 남자” “손잡고 키스, 포옹 심하면 XX” 등 성적인 메시지를 계속해서 보냈다. 미성년자였던 A씨가 “아청법(아동청소년보호법) 위반으로 신고하겠다” 등 분명하게 거부감을 표시했지만 박씨는 교복 입은 사진을 보내달라거나 학교 앞에 찾아가겠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한 달가량 이어진 박씨의 일방적인 메시지에 A씨는 시 수강을 중단했고, 2016년 트위터에 “시인으로부터 강습을 받던 중 성희롱을 당했다”는 취지의 ‘미투’ 폭로를 했다. 다음날 박씨는 “잘못한 것 모두 인정한다”고 먼저 연락해왔다.

이후 박씨는 다른 여성을 강간 및 강제추행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는 A씨와는 관계없는 사건이었다. A씨 측은 “그런데도 박씨는 마치 A씨 폭로에 대해 무혐의를 받은 것처럼 A씨를 무고 범죄자로 몰아갔다”고 했다.

박씨는 2019년 트위터에 A씨의 주민등록증을 게시하며 “허위로 사람을 생매장시키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박씨는 “이 폭로를 시작으로 시작된 사건에서 저는 모든 것을 잃었다”며 “돈을 목적으로, 허위로, 누군가를 성폭력범으로 만드는 일이 다시는 없길 바란다. 무고는 범죄다”라고 했다.

박씨는 또 A씨를 “무고 범죄자”라고 부르며 “네가 미안해할 대상은 내가 아니라 나 같은 더러운 꼴 당할까 봐 걱정하는 이 시대 남성들이다. 진짜 성폭력 피해자들이야”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검찰은 이를 포함해 박씨가 11차례에 걸쳐 A씨를 비방할 목적으로 거짓 사실을 드러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시켰다고 판단했다.

A씨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는 “지난 수년간 박씨는 자신이 마치 ‘가짜 미투의 희생양’인 것처럼 주장하고 행세해 왔고, 피해자는 박씨에 대한 가짜 미투를 한 무고녀라는 낙인이 찍힌 채 살아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박씨의 2차 가해에 대한 기소가 이뤄져 형사재판을 통해 그 죄상이 밝혀지게 됐다”며 “이러한 ‘가짜 미투의 피해자’ 프레임이 가능했던 건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 피해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수많은 편견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 우리는 이 사건의 과정과 결과가 이러한 왜곡현상을 돌아보고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간절함으로 이 사건을 대처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박씨는 A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해 1심 재판부는 박씨의 성희롱 사실을 인정해 오히려 박씨가 11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현재 해당 민사 사건은 청주지법에서 항소심 진행 중이다.

[이가영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