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이건희 살아와도 적자 해결 못해”…한전 노조출신 野의원의 변명

댓글 5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서울 중구 을지로 한국전력 서울본부의 모습.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가 최악의 경영난에 직면한 한국전력을 향해 연일 쓴소리를 내뱉고 있는 가운데, 한전 노조위원장 출신인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전 적자 상황에 대해 “경영의 신이라는 일본 교세라의 이나모리 가스오 명예회장이나 삼성전자의 이건희 전 회장이 살아와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쓴 ‘한국전력을 위한 변명’이란 글을 통해 “최근 대통령을 비롯하여 국무총리, 경제부총리까지 모두 나서 한전을 질타했다. 한전에 대하여 얼마나 알고 질타를 하는 것인가”라며 이 같이 말했다.

김 의원은 “한전은 자선단체가 아니라 기업”이라며 “기업의 존재 가치를 상실한 것이 한전의 현 주소”라고 짚었다. 이윤을 못 내는 기업은 존재 의미가 없는데, 한전은 지난해부터 심각한 적자가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기업으로서 돈 안 되는 일을 해 주는 곳이 한전이다. 바로 전력산업의 공익성 때문”이라며 적자 이유를 나열했다.

그는 “(한전은) 깊은 산골짜기라도 5가구가 모이면 무조건 전기를 공급해야 한다. 수 ㎞를 수억원을 들여서 전선로를 설치해 전기를 보낸다”며 “이들이 한 달에 내는 전기요금은 불과 몇 만원”이라고 설명했다. 또 “사회적 취약계층이나 각종 국가유공자, 심지어 세 자녀 이상 가구에게도 전기요금을 깎아준다”며 “이렇게 들어가는 전기요금 할인액이 매년 8000~9000억원”이라고 했다.

이뿐 아니라 김 의원은 “전국의 발전소와 송전선로 주변에도 한전은 돈을 지원한다. 혐오시설로 전락한 전력설비 주변 주민들의 민원 때문”이라며 “여기에 들어가는 돈 역시 매년 6000억원이 넘는다”고 했다. 특히 “전기 원가의 80%를 차지하는 연료비가 두 배 이상 뛰어도 전기요금은 올리지 못한다”며 “정상적인 기업은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적자가 문제가 아니라 망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 의원은 “공기업은 이윤을 추구하지 않고 국가와 사회의 공익을 위해서 일해야 한다. 그래서 한전은 손해를 보고 있다”며 “정권이 바뀌더니 갑자기 한전을 비롯한 손해 보는 공기업을 윽박지르며 망신준다. 개혁해야 한다,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모두가 떠든다”고 했다.

이어 “그들이 진정으로 개혁을 원하면 무엇보다 요금을 정상화하면 된다”며 “현 정부는 공익성보다 수익성을 높이 평가하겠다고 했다. 그럼 요금을 올리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물가관리라는 이름으로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전기요금을 너무 낮게 묶어 놨기에 아무도 전기절약에 관심이 없었다”며 “마치 생수로 목욕하고 빨래하는 셈이다. 모두가 정상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탈원전 때문에 한전이 적자라는 말도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지난 5년 실질적 탈원전은 없었다. 원전 이용률이 80%를 넘고 전체 전기 생산량의 32%를 넘긴 것이 문 정부였다”며 “전기요금 급등 문제의 핵심은 갑작스러운 국제유가 인상이었다. 정치적인 이유로 원인을 엉뚱한 곳에서 찾아서 국민들을 갈라치기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끝으로 “이 시점에 적자를 보고 있는 한전을 탓할 것이 아니라 기업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공기업에게 수익성을 요구하려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터전을 마련해 줘야 한다. 사업을 다각화하고 요금을 자율적으로 책정할 권한을 줘야 한다. 한전은 자선단체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전은 올해 1분기 8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냈다. 증권가에선 올해 한전 적자가 30조원대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업계와 정치권에선 전기요금 인상 목소리가 높아졌고, 정부도 연일 한전을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앞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6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전기요금 인상을) 차일피일 미룰 수 없어서 조만간 적정 수준의 인상안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전기 요금 인상 요인이 누적된 것은 지난 5년간 잘못된 에너지 정책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20일에도 “한전 스스로 왜 지난 5년간 한전이 이 모양이 됐는지 자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지난 21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직후 열린 간담회에서 한전 적자 원인과 관련 “원자력발전이나 석탄이 가진 기저전력으로서의 역할이 안 된 상태에서 신재생 위주로 가니 비용 요인이 굉장히 압박됐다”고 말했다.

한편 한전은 이날 오후 3시쯤 올해 3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발표할 계획이다. 한전과 정부는 당초 지난 20일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 여부 및 폭을 결정할 계획이었으나 한전의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발표 시점이 연기됐다.

[김자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