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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단독]"돈욕심 없다"던 권도형, 테라 2.0에서도 월 4억원대 이자수익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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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통화 분석가들 “1969만개 든 가상지갑 소유 의혹”

해당 지갑 거래 영수증에 프로포절 작성자 ‘권 대표’

지갑, 본인 소유 아니라면 타인에게 게시 부탁한 셈

경향신문

미국 가상통화 거래소 ‘크라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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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99% 폭락 사태를 빚은 ‘테라·루나’의 발행사 테라폼랩스 권도형 대표가 새로 출범한 ‘테라 2.0’에서도 자체 발행 코인 약 2000만개를 보유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코인 약 2000만개는 테라 2.0 내 3위 규모로, 현 시세에 따르면 매달 4억원 상당의 예치(스테이킹) 수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나는 돈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권 대표의 주장과 달리 이 코인을 통해 거액의 수익을 얻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20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테라 2.0 생태계에서 약 1969만개의 루나2를 보유한 A지갑이 권 대표의 소유이거나 권 대표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가상통화 분석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가상지갑은 가상통화를 담아두고 거래하는 일종의 계좌이다. 지갑의 가상통화 거래 내역은 암호화된 뒤 블록체인상 ‘블록’에 기록되기 때문에 특정 지갑의 거래내역을 추적할 수 있다. A지갑이 보유한 루나2는 전체 루나2 통화량의 2%에 상당하는 양이다. 테라2.0 내 전체 지갑 가운데 3위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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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소유하거나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의심받는 A지갑의 코인 보유 현황(20일 오전 기준). ‘Coins’ 칸은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이고, ‘Vesting’은 일정 시간까지 거래는 제한되지만 소유권은 보전되는 자산이다. 테라파인더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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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2.0은 기존 테라·루나의 대규모 폭락 사태 이후 테라폼랩스가 최근 새로 만든 생태계다. 기존의 테라(UST)와 루나 코인(루나클래식)은 폐기되고 새 통화인 ‘루나2’로 통일했다. 기존 루나클래식 보유자들은 루나클래식을 루나2로 교환(에어드롭·Airdrop)받는다.

다만 권 대표는 테라폼랩스는 테라 2.0에서 루나2를 새로 교환받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권 대표는 지난 9일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에어드롭 할당으로부터 의식적으로 손을 떼고 있다”며 “테라 2.0은 테라폽랩스가 주도해 이끄는(TFL-led) 체인이 아니며, 모든 결정은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만들어진다”고 했다.

그러나 복수의 분석가는 1969만개의 루나2를 보유한 A지갑이 권 대표 소유 지갑으로 보인다고 분석한다. A지갑이 권 대표와 관련된 중요 거래를 최소 2회 진행했다는 것이다. 테라폼랩스가 제공하는 ‘테라파인더’ 거래내역에 따르면, A지갑은 테라 폭락 이전인 지난해 8월11일 약 587루나클래식 값의 거래를 했다. 이 거래는 테라 생태계의 의사결정기구라 할 수 있는 ‘아고라’에 한 투표(프로포절·Proposal)를 올리기 위해 이뤄졌다.

이 거래의 영수증에는 이 거래로 인해 성사된 프로포절의 작성자(author)가 권 대표(Do Kwon - Founder and CEO)로 돼 있다. 권 대표는 이 거래가 이뤄진 지 6분 만에 트위터에 “테라 화폐를 업그레이드할 제안(governance proposal)이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나왔다”며 해당 프로포절을 링크하고 홍보성 트윗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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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11일 A지갑의 거래내역 영수증. 권도형 대표가 작성한 프로포절 관련 거래임이 기록돼 있다. 테라파인더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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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사태를 추적하고 있는 한 가상통화 분석가는 경향신문에 “만약 이 지갑이 권 대표의 소유가 아니라면 자신의 프로포절을 대신 올려달라며 남에게 부탁한 셈인데, 그것은 매우 이상하고 드문 일(odd and unlikely)일 것”이라며 “(A지갑이)권 대표의 소유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추측했다.

권 대표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A지갑의 또 다른 주요 거래는 2020년 7월24일 이뤄졌다. 이 거래에서 A지갑은 테라폼랩스가 자사의 공식 지갑이라고 인정한 B지갑으로부터 약 2030만개의 루나클래식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A지갑이 현재 보유 중인 루나2와 이 거래가 연관된 것이 아닌지 의심한다. B지갑으로부터 받은 루나클래식 2030만개를 A지갑이 1969만개의 루나 2와 교환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루나2 에어드롭은 루나클래식 보유자가 해당 화폐를 테라 폭락 시점 전에 얻었는지 이후에 얻었는지에 따라 교환비가 다르게 책정됐다. 테라 폭락 전에 보유한 루나클래식과 루나2의 교환비는 1:1에 준했다. 그런데 A지갑이 테라 폭락 전인 2020년 7월 B지갑으로부터 받은 루나클래식과 현재 보유하고 있는 루나2의 차이가 3%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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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24일 테라폼랩스의 공식 지갑 B지갑이 A지갑에게 2030만 루나클래식을 송금한 거래 내역. 테라파인더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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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지갑의 주소를 공개한 테라폼랩스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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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전문가들은 1969만개의 루나2로 A지갑이 매달 약 16만4000개 루나2(20일 시세 기준 약 32만8000달러·한화 약 4억1420만원) 상당의 이자 수익을 얻는다고 본다. 테라 2.0에서 투자자는 가상통화를 현물화하지 않고도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가상통화를 예치해두면 은행 이자처럼 이자 수익(Staking Reward)이 나오기 때문이다. 20일 기준 테라 2.0의 이자 수익 비율은 13.05%인데, A지갑은 루나2를 여러 ‘검증인(Validator)’들에게 위임(Delegate)하는 형태로 예치하고 있다. 해당 검증인들이 떼가는 수수료를 제하면 A지갑이 받을 수 있는 이자 수익은 월 약 16만4000 루나2로 추정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해당 루나2 보유고는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성 자산이 아니라 일정 시점까지 사용이 묶이는 비유동성 자산(Vesting)인데, 테라폼랩스는 이처럼 코인이 묶인 상황에서도 이자 수익이 발생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권 대표가 루나2를 위임함으로써 자신의 프로포절 통과를 도울 ‘의결권’을 얻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테라 2.0에서 의사결정은 투자자들의 투표로 이뤄지는데, 이 의결권은 코인 보유량에 따라 주어진다. A지갑으로부터 코인을 위임받은 검증인들이 권 대표나 테라폼랩스의 제안에 우호적인 표를 던지는 ‘거수기’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의심한다.

현재까지 권 대표는 이 같은 의혹에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테라 사태를 논평하는 유명 가상통화 분석가 ‘팻맨’이 A지갑의 정체에 대해 트위터로 묻자 권 대표는 “토큰 구매 계약 보유자”라고만 답하고 이후 답변을 거부했다.

투자자들은 투명성과 공정성이 필수적인 디파이(탈중앙화 금융시스템) 생태계에서 권 대표가 계속 투명하지 못한 태도를 보인다고 지적한다. 의혹 검증에 참여한 가상통화 전문가는 경향신문에 “사람들이 여러 차례 위험성을 경고했지만 권 대표는 자만에 빠져서 듣지 않았다. 좀 더 책임감을 가지고, 투명해져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권 대표와 테라폼랩스 측에 수차례 연락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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