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6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일 대비 0.46%(0.53달러) 하락한 배럴당 115.84달러를 기록했다. 영국 브렌트유(Brent)는 전일보다 0.41%(0.49달러) 오른 배럴당 119달러, 두바이유(Dubai)는 1.17%(1.36달러) 하락한 배럴당 114.35달러에 마감됐다. WTI 가격은 올 들어서만 54% 넘게 올랐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에도 국제유가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배럴당 140달러에서 200달러에 이르기까지 상승폭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추가적인 유가 상승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여름에 국제유가가 크게 오르면서 올해 7~9월 북해산 브렌트유의 평균 가격이 배럴당 140달러대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의 수요 회복과 러시아의 감산에 따른 구조적 부족이 유가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5월 말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러시아 제재가 유가를 150달러 위로 끌어 올릴 것”이라고 전망했고,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는 최근 “결국 원유 가격은 배럴당 150~175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높다. 전쟁이 계속해서 전 세계 원자재 시장을 뒤흔들고 석유, 가스, 밀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나들며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고유가 수혜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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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마진 올 들어 2배 이상
▷인플레이션 헤지는 한국가스공사
국제유가 강세 흐름에 수혜를 볼 상품을 찾는 투자자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우선 증시에서는 대표적인 유가 상승 수혜주로 꼽히는 정유, 가스업종을 비롯해 조선, 태양광주 등이 다시 한 번 주목을 받는다.
정유주는 유가 상승의 최고 수혜주로 꼽힌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통상 정유사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도 증가한다. 정유사는 원유를 수입해 정제 과정을 거쳐 휘발유와 경유 등을 판매하는데, 원유 가격이 오르면 기존에 사놓은 원유 비축분의 재고평가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6월 둘째 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22.12달러로 사상 최고치다. 올 초 배럴당 9달러 수준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뛴 셈이다. 국내 정유사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달러 선으로 알려졌다.
정제마진 강세의 영향으로 정유사는 2분기 실적 호조가 예상된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조144억원으로, 전년 동기(5065억원)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S-Oil 역시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전년 동기(5710억원)보다 44.5% 증가한 8252억원으로 추정된다. 정제마진 강세와 실적 개선에 힘입어 S-Oil 주가는 올 들어 33.6%나 올랐다.
정제마진 강세는 올 하반기 내내 지속될 전망이다. 원유 수요가 증가하는 데 비해 공급 부족 현상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유럽연합(EU)이 러시아를 상대로 원유 금수 조치를 실시하면서 연말까지 90%가량의 수입이 차단돼 공급이 축소된다. ‘OPEC(석유수출국기구)+’는 이를 대비해 증산 결정을 내렸지만, 과거 할당된 증산량을 채우지 못했던 전례를 감안하면 공급 부족에 무게가 실린다. 반면 원유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의 봉쇄 조치가 점진적으로 완화되기 시작하고, 미국은 드라이빙 시즌에 진입하면서 휴가철 원유 수요 급증이 예상된다.
실적 개선에 따른 배당 확대도 매력적인 요소다. 정유주는 전통적으로 높은 배당 성향을 보여온 데다 올해는 실적 개선에 따른 배당 확대가 점쳐진다. 이동욱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공급 여력이 줄어드는 가운데 예상치 못한 수요 증가로 미국과 유럽 내 석유제품 재고가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상황이다. 2022년 정제마진 강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정유사의 배당 성향과 실적 개선세를 고려하면 올해 배당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가스업종에서는 한국가스공사가 고유가 수혜주로 꼽힌다. 한국가스공사는 도매 요금에 원료비 연동제가 적용돼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 종목으로 평가된다. 실적 전망도 좋다. 유가가 1달러 상승할 때마다 한국가스공사 영업이익은 70억원 이상 개선될 것으로 추정된다. 유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유가 강세와 금리 상승 등 인플레이션 관련 지표는 한국가스공사 영업이익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인플레이션 헤지 목적의 투자 선택지로 적합하다”고 분석했다.
▶조선주, LNG 운반선 발주 기대감
▷에너지 비용 부담 증가에 태양광주 눈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VLCC)을 만드는 조선업종도 유가 상승 수혜주다. 일반적으로 국제유가가 오르면 원유 수출을 위한 초대형 원유 운반선과 해양 플랜트 발주가 늘어난다. 업계에서는 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이상이면 해양 플랜트 발주 환경이 조성됐다고 본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EU의 LNG선 수요가 늘어난 점도 국내 조선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4억t의 천연가스를 소비하는 EU는 기존 러시아로부터 1억6000만t을 의존하고 있었지만 이번 전쟁으로 인해 미국, 중동 등지에서 이를 조달해야 했다. 전 세계에서 대규모 LNG선 건조 물량을 감당할 수 있는 곳은 국내 조선사뿐으로, 가격 협상력이 높아져 호실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한국 조선 5사는 목표의 55%를 달성했고 카타르와 페트로나스의 LNG선 수주 풀(POOL)과 다수의 컨테이너 발주 의향이 계속되고 있어 목표를 초과 달성할 것”이라며 “선박 배출 탄소량 감축 목표가 2050년까지 단계적으로 강화되면서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미국, EU 등 세계 각국이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속도를 내면서 태양광 관련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미국은 고유가와 가스 가격 상승으로 에너지 비용 부담이 높아지자 화석에너지 대비 경쟁력이 높아진 태양광 프로젝트를 대안으로 내세웠다. 특히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에너지 가격을 낮추기 위해 최근 미국 상무부가 동남아 4개국 생산 태양광 패널 관세 면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태양광 산업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5월 18일(현지 시간) EU가 발표한 에너지 안보 계획 ‘리파워EU’도 호재로 작용했다. EU는 2027년까지 러시아산 화석연료 의존을 끊겠다는 목표로 에너지 효율화와 신재생에너지 전환에 2100유로를 투입할 예정이다.
태양광발전 시스템 등을 공급하는 SDN, 최근 해드림에너지와 태양광 사업에 관한 MOU(업무협약)를 체결한 신성이엔지, 태양광 패널 원료인 폴리실리콘을 만드는 OCI, 태양광 셀과 모듈을 만드는 현대에너지솔루션과 한화솔루션,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운영하는 대명에너지 등이 태양광 관련주로 꼽힌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전반적으로 태양광 수요 전망치가 상향될 수 있고, 하반기 태양광 설치 모멘텀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태양광 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류지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4호 (2022.06.22~2022.06.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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