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 남겨준 ‘씨앗’ 경기도지사…기득권 깨는 개혁 멈추지 않겠다”
“대연정·경기북도 설치 추진, 논공행상은 안해”…대권? “주제넘은 이야기”
“서민·약자 위해 지속가능 성장하는 ‘사람 사는 세상’ 만드는 게 진짜 진보”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자가 16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인재개발원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 당선자는 이곳에 경기도지사직 인수위원회를 꾸렸다. 수원/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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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지방선거에서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윤석열 대통령의 지원을 받은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를 꺾고 승리한 것은 민주당엔 한 줄기 서광 같은 일이다. ‘새벽 뒤집기’를 통해 0.15%포인트, 8193표 차 ‘깻잎 승부’에서 승리는 지난해 재보선, 3·9 대통령 선거, 지방선거까지 3연패한 민주당엔 의미가 남다르다. 국민이 민주당에 준엄한 경고와 함께 희망의 씨앗을 줬다는 진단 속에 김동연 당선자를 이른바 ‘이재명의 한계’를 넘어설 민주당의 대안으로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인재개발원에 꾸린 경기도지사직 인수위원회에서 16일 김동연 당선자를 만났다. 그는 민주당이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지 못한 채 편가르기와 내로남불 행태를 보이고, 당 강령에 명시된 혁신적 포용국가라는 지향 가치를 망각해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고 질타했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선방론에 대해선 “민주당이 폭망하는 길로 가는 것”이라는 경고도 했다. 그는 이제 민주당에 몸을 실었지만 ‘새로운물결’ 당 대표로 지난 대선에 나섰던 때부터 주장한 정당과 의회의 기득권 내려놓기, 승자독식 구조를 깨기 위한 정치개혁을 계속 요구하고 관철할 것이라며 민주당도 자발적으로 그 대열에 동참해야 살 수 있다고 역설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경제 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통령이 주재하는 비상경제대책회의를 만들어 선제적 대책을 내놓을 것을, 정치권에는 여야정 경제위기 대응협의체를 만들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한 몸’이 됐다는 걸 국민에게 보여주기를 제안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자가 지난해 12월 당시 ‘새로운물결’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당대표에 선출된 뒤 손을 흔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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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경기지사 왜 남겨줬을까
―경기지사 선거에 승리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운이 좋았죠.”
―피 말리는 접전이었는데, 유권자의 뜻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두 가지로 해석합니다. 하나는 경기도민의 열망인 상생과 발전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한 것 같아요. 대선 이후 구도와 바람의 영향이 있었지만, 그래도 이 일에 가장 적당한 또는 믿을 수 있는 이로 저를 택한 것이죠. 나름대로 제가 살아온 삶, 정직하고 청렴한 삶에 대해 평가한 것입니다. 둘째, 민주당에 굉장히 강력한 경고를 주셨습니다. (광역단체장) 다섯 군데 빼놓고 전멸한 것, 광주광역시에서 투표율이 37.7%에 머문 것, 정말 혹독한 경고예요. 그런데 한 줄기 희망과 같은, 변화의 씨앗은 남겨두셨다고. 그게 이번 경기지사 선거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에선 나름 선방했다는 시각도 있는데요?
“경기지사를 건졌으니 그나마 선방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민주당은 폭망하는 거예요. 경고를 새겨듣고 정신 차려야 해요. 제가 유세 때도 ‘석과불식’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농민은 아무리 배가 고파도 겨울에 종자(씨)는 안 먹는 법이거든요. 국민이 그 종자를 남겨주셨으면 이 씨앗을 잘 심고 가꿔서 제대로 꽃피게 하는 노력을 해야지…. 뼈를 깎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아주, 훨씬 더 힘든 길로 가야 될 겁니다.”
―당 정치교체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도 맡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게 뭔가요?
“기득권을 스스로 깨는 것입니다. ‘졌잘싸’라든지, 네 탓 내 탓 공방을 하며 서로 총질한다든지, 그런 싸움과 당 안에서의 정쟁 때문에 국민들이 민주당을 외면하는 것이거든요. 지난 대선과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공통된 문제의식과 위기의식을 가져야 해요. 적어도 우리가 국민으로부터 심판받았고, 그건 기득권을 스스로 깨지 못해 언제부턴가 기득권화됐고, 편가르기, 내로남불 행태를 보인 탓이라는 공통된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거기서 민주당이 나아갈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그 방향은 첫째, 정치교체를 슬로건만 내세우는 게 아니라 민주당부터 기득권 내려놓겠다고 솔선해야 합니다. 둘째, 민주당이 갖고 있는 본래의 가치에 충실해야 됩니다. 저는 그 가치를 민주당이 잃어버렸다고 생각해요.”
―민주당 본연의 가치가 뭔가요?
“한마디로 혁신적 포용국가라고 표현합니다. 민주당 강령에도 있어요. 서민과 중산층, 사회적으로 힘든 분들의 눈높이에서 민생을 챙기고, 살 만한 세상 만드는 본연의 가치에 충실해야 했어요. 그런데 민주당이 어떤 때는 민생도 제쳐놓고 있어요.”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자(왼쪽)가 6·1 지방선거에서 극적으로 당선된 뒤, 배우자 정우영씨와 기뻐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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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만 책임? 그 후보 누가 뽑았나?
―문재인 대통령이 지지율 40%를 유지했는데 민주당이 대선에 패하면서, ‘이재명 책임론’을 얘기합니다.
“반성은 모든 부분에서 같이 해야 됩니다. 문재인 정부가 성과를 이룬 것도 많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국민 정서에서 볼 때 비판받아야 할 부분도 솔직히 많습니다. 공과 과를 분명하게 해야지, 일방적으로 잘했다고 하는 건 안 됩니다. 후보요? 후보의 자질, 후보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그 후보를 누가 뽑았나요? 그 후보는 민주당에서 뽑은 거 아닌가요?”
―그래도 후보 책임이 큰 것 아닌가요?
“제가 선거판에 있어 보니까 선거 결과의 99% 책임은 후보에게 있다, 이런 말을 많이 하더라고요. 후보가 가장 중요하죠. 그런데 말을 조심해야 될 것 같은데, 자칫 어디 한쪽 편드는 것 같아서…. 지금 서로 손가락질하면서 남 탓하는 것은 국민들의 경고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겁니다. 제가 ‘정치 초짜’입니다만, 우리 정치에서 목적과 수단이 도치된 것 같아요. 추구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망각하고, 내 세력이나 내가 선거에서 어떤 결과를 얻거나 하는 것이 절대적인 목적이 됐어요. 그건 선거를 이기는 전략에 있어서도 하책입니다. 수단과 목표가 도치돼 얼핏 어떤 선거에서 이기면 다 될 것처럼 말하는데 천만의 말씀입니다. 애초 추구하는 목표에 충실한 것, 저는 그게 상책이라고 생각해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졌지만 이기는 선거가 있고, 이겼다고 생각하지만 지는 선거가 있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네요.
“그렇습니다. 많은 사람이 정당의 목적은 정권을 쟁취하는 거라고 말해요. 동의하지 않습니다. 정당의 목적은 자기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는 거죠. 그 가치를 실현하는 방법 중에 가장 전형적인 게 정권을 얻는 것이죠. 그런데 정권을 얻는 것이 목적이 되고 다른 것은 다 뭐라고 할까요, 죽어버린 가치가 되니까, 저는 (민주당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을 해요.”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두고 논란이 분분했어요. ‘토사구팽’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박 전 위원장이 내세웠던 방향과 취지, 제가 얘기했던 것하고도 맥락이 다르지 않아요. 민주당의 개혁과 변화를 주장했고, 그 방향에 대해서 저는 크게 응원합니다. 하지만 일에는 일머리가 필요한 것 같아요. 선거 직전 특정 세력(586)의 용퇴라든지 이런 얘기를 했잖아요. 그건 적절치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선거가 끝나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치열하게 당의 개혁과 변화에 대한 모든 어젠다들을 다 끄집어내놓고 치열한 토론을 벌여 당의 입장을 정했어야지, 선거 직전에 그런 얘기가 나오니까 적전 분열처럼 보이거든요. 하지만 앞으로도 박지현은 박지현이죠. 박 전 위원장의 역할은 충분히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추구하는 당 개혁에 있어서도 함께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새로운물결’ 대선 후보로 나왔을 때 “거대 양당 구조를 깨지 않으면 정치적 미래가 없다”고 말했는데 결국 거대 양당 구조에 들어왔습니다. 김동연의 정치가 기성정치와 다르다고 말할 수 있나요?
“저는 정치권 기득권 깨기를 위해 정치를 하는 겁니다. 보수는 말할 것도 없고 진보도 기득권화돼 있습니다. 그 기득권에 양당 구조도 있고요. 5년 단임제로는 승자 독식 구조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겨야 된다는 정치판을 깨지 않는 한, 대한민국은 한 발자국도 못 나간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권력구조 개편, 정치 개혁,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얘기했습니다. 왜 의원들은 면책특권 뒤에 숨어야 되고, 내가 뽑아놓고 ‘아니올시다’ 하는 의원을 국민이 소환하지 못합니까. 선거법 자체가 단순 다수 선거제인데, 한 표라도 이기면 승자가 다 독식합니다. 이 구도를 깨지 않고는 우리 사회 갈등 구조도 정치적 양극화도 깰 수가 없고, 결국 경제적 양극화도 못 깹니다. 그런 걸 제가 ‘새로운물결’에서 주장했고, 민주당에서도 같은 주장을 합니다. 민주당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고 이 개혁을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고. 그게 민주당이 사는 길이고, 대한민국 정치가 바뀌는 길입니다. 민주당에 들어왔지만 저는 같은 주장을 계속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자(가운데)와 김성원 국민의힘 경기도당위원장이 7일 국민의힘 쪽의 도지사직 인수위원회 참여를 합의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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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북도 설치’ 있고, ‘선거 논공행상’ 없다
―경기도의회가 여야 동수입니다.
“도민들께서 (의회를) 동수로 만들어준 의미를 저는 무겁게, 또 감사하게 받아들입니다. 도민들을 위하는 데 여야, 진영과 이념이 어디 있겠어요. 제가 말한 정치 교체, 양당 구조를 깨는 것도 결국은 협치이고, 필요하면 그 이상을 해야 하는 것이거든요. 노무현 전 대통령도 대연정을 주장하셨는데 가장 큰 광역자치단체인 경기에서 한번 해볼 기반을 만들어야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경기도와 도민을 위한 진정성과 정책으로 풀겠다고 약속합니다.”
―7월1일 취임하면 인사가 제일 중요할 텐데요.
“인사가 초미의 관심인데, 선거 때 저하고 같이 뛰었다고 기용하는 인사를 하지 않겠습니다. 캠프나 인수위 때 참여했던 분이라고 논공행상으로 자리를 주지 않겠다는 게 원칙입니다. 도 공무원의 실력과 헌신을 신뢰하고 있어요. 바깥에서 오는 사람들은 전문성과 공익에 대한 확실한 의지를 가진 분들로 투명하고 공정하게 인사하겠습니다.”
―경기북도 추진 공약에 눈길이 갑니다. 왜 중차대한 문제로 인식하나요?
“저는 ‘분도’(도를 나눈다)라는 말을 안 씁니다. 경기북도 특별자치도 설치입니다. 많은 분들은 북부 지방의 특수성, 군사보호구역 또는 상수원이나 환경 보존이라는 중첩된 규제로 피해를 많이 본 지역이니까 보상을 해야 한다는 시각에서 남·북도로 분도하자는 얘기를 합니다. 하지만 저는 각도가 다릅니다. 제가 주목하는 것은 북부의 성장 잠재력입니다. 경기 북부 인구가 350만명이 넘습니다. 북부에 특별자치도가 설치되면 대한민국 광역도 중에 세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가 됩니다. 역설적으로 중복 규제를 받다 보니 잘 보존된 자연환경이 있어요. 제가 전임 지사의 정책을 계승하되 김동연의 색깔을 입히겠다는 대표적인 게 경기북도 설치예요. 전임 지사들이 다 소극적이었거든요. 선거전략으로 던진 게 아닙니다.”
윤석열 정부의 신자유주의 회귀 우려
―윤석열 정부 한 달, 어떻게 보세요?
“앞으로 5년,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 건지, 국정을 어디로 이끌고 가는 것인지에 대한 비전이 전혀 잡히지 않아요. 어떤 지향점을 갖고 있고, 어떤 정책으로 어떻게 하려는지가 부재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경제 정책은 어떤가요?
“지금 하는 걸 봐서는 더 심한 신자유주의로 회귀하려는 것 같아요. 걱정이 큽니다. 대한민국 경제와 사회는 심화된 양극화, 단절된 계층 사다리 이런 걸 봤을 때 포용과 상생, 같이 어우러진 질 높은 성장이 되지 않고서는 지속가능하지 않아요.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지속가능성은 간과하고 신자유주의적 정책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어설픈 보수는 시장 원리를 강조하면서 시장 만능주의로 갑니다. 하나 더 추가하면, 윤석열 정부는 공과 사의 명확한 구분이 없어요. 의사결정에 있어 권위주의적이고, 즉흥성도 심히 걱정됩니다.”
―경제가 위기라고 합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 얘기 좀, 꼭 해주세요. 물가는 오르고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있고, 금리는 미국은 자이언트 스텝까지 갔고, 우리도 따라갈 수밖에 없어요. 경제가 위기 국면으로 가고 있어요. 대통령이 주재하는 비상경제대책회의를 만들라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만들어 위기 상황을 극복할 선제적 대책을 내놔야 합니다. 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으로 위기를 극복했기에 제안하는 거예요. 정치권도 여야정 경제위기 대응협의체를 빨리 만들어야 합니다. 이 문제는 정쟁의 대상이 아니고 여야가 따로 없어요. 두 가지를 강력히 제안합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자(오른쪽 둘째)가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2018년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현판식에 참석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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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주제넘은 얘기 할 때 아냐
―‘이재명 의원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거론되기도 하는데요.
“첫번째, 지금 경기도정과 도민들 삶 개선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도 부족합니다. 저는 도민들께 빚을 진 채무자예요. 약속한 정책의 빚을 갚기에도 여념이 없어요. 두번째, 씨앗은 땅에 들어가 썩어 없어지는 겁니다. 씨앗이 잘 발아돼 거목이 되기도 하고, 좋은 꽃이 피기도 하지 않겠습니까. 대선 도전, 그런 생각 전혀 없고요. 경기도정을 다잡고 도민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으로 제 가치와 영향력을 보여주는 것, ‘우리가 나아갈 길’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국민이 남겨준 씨앗으로 제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모범답안이네요. 그래도 ‘대통령의 꿈’은 있으실 거 아니에요. 지금 답하시기 곤란하겠지만.
“아니요, 전혀 안 곤란해요. 저는 있는 그대로 말씀드린 건데. 제가 (아주대) 총장 할 때 그랬어요. ‘자기 답을 찾아라. 정답은 없다.’ 모범답안이 아니라, 그게 제 답입니다. 지금 제가 주제넘게 그런 말 할 때가 아닙니다. 경기도 인구가 1400만명, 작은 대한민국입니다. 제 모든 걸 쏟아부어도 지금까지 제가 한 말을 이룰까 말까 한데요.”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까지 요직을 하셨어요. 대단한 능력인데, 김동연은 무슨 색깔인지 의문을 갖는 이도 있어요.
“어떤 언론에서는 제가 경기지사에 당선된 걸 가지고 가장 민주당 색깔이 덜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를 했어요. 저는 거꾸로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의 이번 선거 패배 이유 중 하나가 민주당이 추구하는 가치가 뭔지 모르거나, 거기에 충실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가장 충실했던 사람이 저예요.”
―자신하는 근거는 뭔가요?
“저보고 하도 민주당 디엔에이(DNA)가 없다고 얘기하니까 경선 토론 때 ‘민주당의 가치가 뭡니까, 강령에 뭐라고 써 있나요’라고 물어봤어요. (다른 후보들이) 당황하더라고요, 답도 못하고. 제가 2005년, 노무현 정부 때 ‘비전 2030 보고서’를 썼어요. 이때 주장한 2025년 대한민국 비전이 복지국가였어요. 이걸 달성하기 위한 두 축으로 제도 개혁과 선제적 투자를 얘기했어요. 제도 개혁은 지금 정치·사회·교육을 바꿔야 된다는 거예요. 선제적 투자는 정부와 재정 역할을 늘려서, 예상되는 양극화와 소득 불균형 문제, 저출생 고령화에 대응해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는 거였어요. 그게 17년 전이에요. 제가 그때 동반성장이라는 말도 처음 썼어요. 성장과 분배는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고, 어우러져야지 지속가능한 성장이 된다는 게 그 보고서 뼈대입니다. 그 면면이 내려오면서 고쳐지고 만들어진 게 지금 민주당 강령이에요. 경제 부문에서 보수와 진보가 가장 대립되는 게 정부의 역할과 시장입니다. 코로나19에 대응하면서 큰 정부-작은 정부 논란 자체가 의미 없는 세상이 됐어요. 아직도 우리가 그 잣대로 빨간색이야 파란색이야, 왼쪽이야 오른쪽이야 이러는 건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선거 때 민주당에 제대로 된 진보 가치를 정립하자고 했는데, 그게 뭔가요?
“대한민국에 제대로 된 진보, 제대로 된 보수도 없다고 생각해요. 특히 보수 쪽에는요. 자유와 자유주의도 혼동하는 게 지금의 보수입니다. 진보는 그보다 훨씬 낫지만 지금의 소위 진보라는 분들 얘기를 들으면 저분들이 정말 추구하는 가치가 뭐냐, 저는 잘 모르겠어요. 중산층과 서민, 사회 약자들의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쓰면서 지속 가능한 질 높은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진보예요. 노무현 대통령이 그걸 ‘사람 사는 세상’이라고 표현했고요.”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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