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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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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결핵 원인 풀렸다…20억 감염자 치료·백신 개발에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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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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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핵균-바이러스 동시감염 후 중증 결핵으로 악화된 폐 병리, 단독감염군과 비교해 바이러스 동시감염군에서 괴사성 육아종이 동반된 중증 폐 병리와 광범위한 폐 염증이 관찰됐다./사진제공=연세대 세브란스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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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핵균 감염 이후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증상이 악화해 중증 결핵으로 진행하는 면역학적 기전과 원인이 밝혀졌다. 이번 연구로 결핵 환자 치료와 차세대 결핵 백신 개발의 기반과 이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성재·권기웅 연세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와 하상준·이인석 연세대 생명시스템대학 교수·강태건 박사 연구팀은 13일 마우스 모델을 통해 결핵 감염 이후 바이러스 감염으로 중증 결핵으로 진행되는 면역학적 기전과 핵심인자를 밝혔다.

이를 통해 결핵 악화를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방법과 원리를 제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IF 14.919)' 최신호에 게재됐다.

결핵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말라리아와 함께 WHO(세계보건기구)가 지정한 3대 감염질환이다. 전 세계 인구 중 약 20억명이 결핵균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과거에 비해 결핵 유병률이 많이 하락하고 있지만 2021년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은 여전히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결핵 환자 중 활동성 결핵 환자는 심각한 폐 병리를 수반한 중증 결핵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최근 다제내성 결핵균, 고병원성 결핵균의 증가, 코로나19(COVID-19) 바이러스 유행 등으로 결핵 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으나 결핵 감염 이후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중증 결핵 등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결핵균에 감염된 마우스 모델을 확립한 후 일부 마우스에 면역반응을 유발하는 림프성 뇌수막염 바이러스를 동시 감염시켜 두 그룹간 결핵 진행 경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결핵균 단독 감염군에서는 심각한 폐 병리가 관찰되지 않았으나 바이러스 동시감염군에서는 괴사성 육아종을 동반한 광범위한 폐 염증과 매우 높은 수준의 결핵균 증식이 나타났다.

연구팀은 마우스 모델의 폐 조직과 배수림프절에 대한 면역반응 분석을 통해 바이러스 감염을 원인으로 한 결핵 병리 악화와 과도한 결핵균 증식 기전을 확인했다.

면역반응 분석 결과 결핵균에 노출된 이후,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1형 인터페론이 과도하게 증가했고 이로 인해 결핵균 제어에 필수적인 결핵균 특이적 T세포가 폐 조직 내에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구팀은 결핵균 단독감염군, 바이러스 동시감염균, 바이러스 동시감염균에 1형 인터페론 수용체 중화항체 처리군 세 그룹으로 분류해 폐 조직 면역세포들에 대한 단일세포 수준의 정밀 전사체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중화항체 처리군은 결핵균 단독감염군과 동일하게 바이러스 동시 감염에 의한 악화된 폐 병리를 동반한 중증결핵이 나타나지 않았다.

1형 인터페론이 폐 조직 내 특정 큰포식세포가 생산하는 케모카인 CXCL9과 CXCL10의 발현을 억제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해당 케모카인은 활성화된 T세포를 림프절에서 감염조직으로 유입하는 것을 촉진하는 인자로 알려져 있다.

케모카인의 감소는 활성화된 결핵균 특이적 T세포의 폐 조직 내 유입 감소로 이어지고 결핵균 특이적 T세포 유래 2형 인터페론도 감소시켜 결핵균의 활발한 증식을 제어하지 못하고 폐 면역병리를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성재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중증 결핵 유발 기전에 대해 규명할 수 있었다"며 "결핵 악화 기전을 규명함으로써 향후 중증 결핵으로의 진행을 억제하는 치료법 개발과 치료제 평가법은 물론 효율적인 결핵백신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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