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총파업이 엿새째 이어진 12일, 현대차 관계자가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산업계 전반의 물류 피해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자동차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다. 약 3만 개 부품을 조립해 생산하는 자동차의 경우 부품이 한 개라도 없으면 완성차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울산 1~5공장은 지난 10일 차량 생산 대수가 1800여 대에 그쳤다. 이 공장의 생산능력은 하루 6000여 대에 이른다. 다만 반도체 공급난을 겪으면서 최근엔 생산 대수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7일 이 공장 앞에서 화물연대가 파업을 벌인 후 공장 가동률이 평상시 대비 30%에 그쳤다. 이번 파업으로 하루 1000~1200대의 생산 차질이 추가로 생긴 셈이다. 지난해 현대차가 판매한 승용차의 대당 평균가격 4700만원을 적용하면 피해 금액이 하루 500억원대로 추산된다. 울산공장에 부품 납품·완성차 이송을 담당하는 화물연대 조합원은 1000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현대차그룹 물류를 맡은 현대글로비스와 협력업체는 요즘 ‘용차 구하기’에 여념이 없다. 현대글로비스가 계약한 운송업체 소속 화물노동자의 70%가 화물연대 조합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화물차 10대 중 3대만 정상 가동 중인 상황이라 회사가 대체 인력과 화물차를 구하는 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지난주엔 완성차 탁송 작업에 일반 사무직원까지 동원했다.
건설업계도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당장 수요가 가장 많은 수도권엔 시멘트 출하가 사실상 봉쇄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시멘트협회에 따르면 화물연대 파업 이후 시멘트 출하량이 평소의 5∼10%까지 줄었다. 시멘트 운송 특수차량인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차주의 상당수가 파업에 동참해서다.
또 레미콘 운송기사의 파업 참여로 현재 전국 레미콘 공장 1085곳 가운데 60%가량이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삼표산업은 17개 공장의 가동을 멈췄고, 유진기업도 16개 공장이 돌지 않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레미콘 공장이 멈춰 서면 건설 현장은 직격탄을 맞는다”며 “당장 이번 주부터 콘크리트 타설 공정을 중단하는 현장이 속속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철강업계도 포스코는 매일 3만5000t(포항 2만t·광양 1만5000t), 현대제철은 9000t씩 며칠째 육송 물량이 출하되지 못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는 제품 운송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일평균 출하량이 평소(7.4만t) 대비 10%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피해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생산·출하량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자동차·시멘트·철강 등에 대해 긴급 물량은 경찰의 보호 속에 반출되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역부족인 상황이다. 현재 수·출입 관문인 부산항의 경우 11일 오전 10시~오후 5시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5167TEU(1T 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에 그쳤다. 지난달 같은 시간대의 4분의 1 수준(23.9%)이다.
백민정·김원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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