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A씨는 앞서 이 의원이 대선 후보이던 지난해 11월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제 일가 중 일인이 과거 데이트폭력 중범죄를 저질렀는데 그 가족이 변호사를 선임할 형편이 못 돼 제가 변론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고 밝힌 데 대해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소송을 냈다.
'강동구 모녀 살인 사건' 유족 A씨의 법률대리인 이병철 변호사가 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유족A씨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회 변론기일을 마친 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 의원의 조카 김모씨는 2006년 서울 강동구에 있는 A씨의 자택에 찾아가 흉기로 A씨의 아내와 딸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유족 A씨는 조카의 살인사건을 '데이트 폭력'이라고 지칭한 이 의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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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 의원을 대리하는 나승철 변호사(법률사무소 리만)는 법정에 출석하지 않아, A씨 변호인만 참석한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됐다. 앞서 이 의원 측은 "특정 사건을 축약적으로 지칭하는 과정에서 '데이트 폭력 중범죄'라는 표현을 사용하게 됐다"며 "단순한 의견 표명에 불과해 명예훼손에 의한 불법행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준비서면을 냈다.
이날 A씨 측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표현의 동기와 목적, 통용되는 의미를 종합해 판단하라는 게 대법원 판례"라며 이 의원 측 주장을 반박했다. 특히 이 의원이 제20대 대통령 선거 운동 과정에서 정치적 목적을 갖고 이 같은 표현을 쓴 점을 강조했다. "사실을 호도하고 은폐하기 위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이라 이 의원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는 과거 이 의원이 조카를 어떻게 변호했는지에 대해서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A씨 측은 "이 의원이 당시 재판부에 낸 변론요지서 등 기록을 받아보겠다"며 재판부에 문서 송부 촉탁을 신청했다. 이 의원이 지금 주장처럼 '데이트 폭력 사건'으로만 보고 조카를 변론했는지 확인해보겠다는 취지다.
A씨 측은 이 의원이 당시 조카의 심신 미약을 주장하며 변론한 점에 대해서도 "변호사 윤리를 위반한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정신 감정 결과 조카에게 아무런 정신 장애가 없었음에도, 재판부에 심신 미약 감경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의원이 인권변호사로 일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 사건에서도 법과 정의에 따라 변론한 것인지 재판 기록을 살펴보겠다"라고도 덧붙였다.
이 의원의 조카 김모씨는 지난 2006년 만나던 여자친구의 집을 찾아가 모녀를 잔인하게 살해해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이 사건의 원고인 A씨 역시 김씨와 다투다 중상을 입었다. 지난해 11월 대선 후보이던 이 의원은 이 사건에 대해 "제 일가 중 1인이 과거 데이트 폭력을 저질렀고, 일가 중 유일한 변호사인 제가 변론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A씨는 대리인을 통해 "무기징역형을 살고 있는 친족의 삼촌인 이 의원이 유족에 대한 사과 한마디 하지 않은 것은 인간으로 해야 할 도리가 아니다"라며 이 의원 본인이 직접 진심 어린 사과를 하라고 요구했다. 또 "이 의원 측이 이 사건 재판부에 낸 서면을 읽고 다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라고도 호소했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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