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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수거차까지 파손…조합원 무더기 검거
# 8일 오전 8시30분쯤 경기도 이천 하이트진로공장.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하이트진로지부 조합원 40여 명이 주류를 싣고 공장을 나서는 3.5t 트럭 앞을 막아섰다. 경찰은 거듭된 경고 방송을 무시한 채 차량 출차를 방해한 조합원 중 15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했다. 같은 시각 부산 강서구 신항삼거리에서는 화물차를 향해 물병과 계란을 투척한 화물연대 조합원 2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 이날 오전 3시30분쯤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 후문. 화물연대 조합원 1명이 흉기를 이용해 음식물쓰레기 수거차를 파손한 혐의(특수재물손괴)로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50대 남성인 조합원은 쓰레기 수거차량이 정차 요구에 따르지 않는다며 둔기로 차량 앞 유리창을 때려 파손했다.
화물연대의 총파업 이틀째인 이날 전국 곳곳에서 충돌이 벌어졌다. 이날 오후 5시30분 현재까지 경기도와 부산, 울산, 경남 등에서 조합원 20여 명이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체포됐다. 화물연대 측은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와 급등한 경유 가격에 대한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며 전날부터 파업을 벌이고 있다.
울산 울주경찰서는 도로를 점거하고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로 화물연대 울산본부 소속 간부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전날 오후 2시40분쯤 남구 석유화학단지 4문 앞에서 조합원들이 왕복 4차선 도로를 점검하게 한 혐의다.
현대차 울산공장. 사진 현대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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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주류 운송 차질… 현대차도 “라인 멈출라”
전날 운송 차질을 빚었던 시멘트와 주류 등이 제때 운송되지 못하는 상황도 이틀째 이어졌다. 한일시멘트 단양공장과 성신양회는 화물연대 총파업 여파로 시멘트 육송 출하를 중단했다. 이들 공장에서 하루에 생산되는 시멘트 4만1000t 가운데 60%는 벌크트레일러(BCT)를 이용한 육로 운송에 의존해왔다.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 출하도 중단되면서 소주와 맥주 공급에 차질을 빚었다.
하루 평균 납품 차량이 1만1000회가량 드나드는 현대차 울산공장에서도 생산라인 가동에 차질이 생겼다. 현대차의 납품업체인 현대글로비스와 계약한 납품차량 가운데 70%에 달하는 화물연대 소속 차량이 이날 오후부터 운송 거부에 돌입해서다. 현대차 울산공장 관계자는 “(납품 차량 파업으로) 부품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일부 공정에서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화물연대 총파업 이틀째인 8일 부산의 한 화물차 주차장에 많은 대형 화물차들이 주차해 있다. 송봉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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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뒤면 부산항 포화, 사실상 물류 마비”
부산항만공사는 화물연대 운송 거부와 물류 차질이 계속될 경우 오는 13일쯤이면 부산항의 컨테이너 장치율이 90%를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장치율은 각 항만의 컨테이너 보관 장소의 포화 정도를 말한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부산신항과 북항은 국내 항만 전체 장치율의 62.9%에 달하는 59만2335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분)의 컨테이너를 감당할 수 있다”며 “두 항구의 장치율이 90%를 넘어서면 항만 운영이 사실상 마비되는 데다 부산항 마비는 곧 국내 물류 전체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8일 부산항 야적장에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다. 파업이 길어질수록 화물 적체가 우려된다. 송봉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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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에 따르면 8일 오후 5시 현재 부산항 컨테이너 장치율은 75.2%로 평시(70%)와 전날(73.7%) 장치율을 웃돌았다. 이날 화물연대 조합원 2만2000명 가운데 6500여명(29%)이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추산됐다. 참여율은 전날보다 11%포인트 낮아졌다.
아울러 국토교통부 측은 이날 “항만과 공장 등이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으며, 아직까지 물류 피해는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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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시멘트와 철강 등 공사 자재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현장 상황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는 반응이다. 하루 4000t의 철강을 생산하는 A사 관계자는 “화물연대 파업 후 출하량이 80% 급락했다”며 “공장이나 공사 현장에선 통상 재고를 일주일 치 정도 보유하는데 지금처럼 육로 운송이 완전히 막힌 상황이 지속되면 재고 소진에 따른 피해가 연쇄적으로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주·안대훈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울산=백경서 기자, 위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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