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상장기업 이사회 3분의 1 여성에 할당…"유리천장 부술 것"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왼쪽)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특별 정상회의 둘째날 회의 전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두 손을 맞잡으며 인사하고 있다. 브뤼셀 | AFP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7일(현지시간) 2026년 6월까지 상장기업 이사회 구성원의 3분의 1 이상을 여성으로 채우는 목표에 합의했다. 여성들에게 남아있던 ‘유리천장’을 과감히 부수겠다는 취지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EU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들을 대상으로 전체 이사의 33%, 비상임이사의 40%를 ‘과소대표된 성’(여성)에 할당하는 내용의 정치적 합의를 이뤘다고 발표했다. 이번 합의는 EU 의회의 승인을 받은 뒤 관보에 게재되면 발효되며, EU 회원국들은 2년 이내에 이 내용을 국내법에 반영해야 한다.

이번 합의에는 이사회 내 여성 비율 할당뿐만 아니라, 성별이 다른 두 명의 이사직 후보자가 동일한 자격을 갖추면 기업들이 반드시 여성에 우선순위를 부여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또 동등한 자격이 있음에도 여성 후보자가 떨어졌을 경우, 규정 위반이 아님을 회사가 증명하도록 했다.

EU는 “(이번 합의의)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회사에 대한 회원국의 처벌은 효과적이고 비례적이어야 한다”라며 “여기에는 벌금과 이사 임명 무효, 취소 등의 조치가 동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규정을 준수하지 못하는 회사들은 그 이유와 함께 후속 조치를 보고토록 하는 내용도 합의에 포함됐다.

이번 합의는 2012년 EU 집행위가 제안한 유럽 내 기업의 성평등 증진 목표에 대한 논의 결과로 도출됐다. EU 측은 유럽 내에 우수한 여성 인재가 많음에도 기업 이사회를 포함한 고위직에서 여성의 대표성이 부족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현재 기업 비상임이사의 3분의 1만이 여성이며, 상임이사를 포함하면 그 비율은 더 낮다는 것이다. 27개 EU 회원국 중 9개국에만 기업 이사회 내 성평등에 대한 법률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2012년 EU 집행위가 지침을 제안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이 ‘유리천장’을 부술 적기”라며 “최고의 자리에 오를 자격이 있는 여성들이 충분히 많다. 그들이 그 자리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라라 볼터스 유럽의회 의원은 “어떤 데이터를 보더라도 그저 운에 맡기는 것만으로는 기업 고위직의 성평등을 성취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면서 “이번 합의를 통해 기업들이 성평등과 다양성을 보다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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