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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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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방’ 피해자의 용기, 첫 손해배상 판결 확정[플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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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에 ‘박사방’을 개설해 여성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조주빈(27)과 공범 남경읍(31)이 피해자에게 5000만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확정됐다. 피해자가 재판의 고통을 무릅쓰고 조주빈 일당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승소한 첫 사례이다. 이후 피해자들의 민사소송이 이어진다면 조주빈 일당은 합계 수억원 이상의 배상금을 물어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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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법 민사206단독 류희현 판사는 조주빈과 남경읍이 함께 피해자 A씨에게 50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손해배상금을 다 지급하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지난해 9월 판결했다. 류 판사는 A씨가 청구한 금액 전부를 손해배상금으로 인정했다.

형사사건의 대법원 선고를 한달 앞뒀던 조주빈은 항소하지 않았다. 남경읍은 항소했지만 자신의 형사사건 대법원 선고 일주일 만인 지난달 19일 항소를 취하했다. 이에 두 사람이 A씨에게 5000만원을 배상하라는 민사소송 판결은 확정됐다.

조주빈은 2020년 2월 A씨를 협박해 A씨 신체를 촬영한 사진과 영상 91개를 전송받은 뒤 ‘박사방’에 배포했다. 남경읍은 A씨에게 접근해 조씨의 텔레그램 계정에 연락하도록 유인하는 역할을 했다. 남경읍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아르바이트 광고 문구를 올렸을 뿐 조주빈이 A씨를 협박해 성착취물을 배포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조주빈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남경읍도 공동불법행위자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남경읍이 형사재판에서도 똑같이 주장했지만 ‘박사방’ 조직에서 피해자를 물색하고 유인하는 역할을 맡고 특정 성착취물 제작을 조주빈에게 의뢰한 사실이 인정돼 유죄 선고를 받은 점을 근거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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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판사는 “조주빈과 남경읍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강제추행과 성착취물 반포 행위로 인해 A씨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추행행위의 정도가 매우 중하고, 전송받은 영상물의 수도 많은 점, 현재까지도 영상물이 불특정 다수인에게 유포되는 점, A씨가 일상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점 등 모든 사정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조주빈 일당에게 성착취 피해를 입은 여성은 A씨를 포함해 25명에 달했다. 8명은 미성년자였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조주빈에게 징역 42년을, 지난달 남경읍에게 징역 15년을 각각 확정했다. 재판부는 조주빈의 범죄수익인 가상화폐를 몰수하고 약 1억원을 추징하라고 명령했지만 피해자에 대한 배상은 이뤄지지 않아 A씨는 민사소송을 따로 제기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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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피해자가 신속한 피해 배상을 받도록 법원이 형사배상명령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형사배상명령이란 법원이 형사재판에서 가해자에 대한 유죄를 선고할 때 피해자에 대한 민사적인 배상을 명령하는 것이다. 많은 피해자가 재판 과정에서 2차 피해를 입을까봐 민사소송을 포기한다. 미성년 피해자의 경우 소송 비용에 대한 부담도 크다. 법무부 디지털 성범죄 등 전문위원회는 지난 4월 소송촉진법상 형사배상명령 신청 대상에 ‘아동·청소년 성착취물’과 ‘불법 합성물’ 제작·유포죄를 포함하고,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신청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라고 권고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han.kr

플랫팀 twitter.com/flatflat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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