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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20년 경력 회계사도 못 찾았는데...내 환급금 찾아준 이 녀석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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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최재봉 국세청 개인납세국장이 4월 28일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에서 2021년 귀속 종합소득세·개인지방소득세 확정신고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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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플랫폼' 기업과 전문직 간 갈등이 변호사와 공인중개사 등을 거쳐 세무사와의 갈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전문직이 독점적으로 제공하던 서비스를 플랫폼을 통해 공급하는 기업이 등장하면서 '밥그릇' 싸움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5월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에 온라인 세무대행 서비스 '삼쩜삼' 가입자가 폭증하자 한국세무사회가 크게 반발하면서 세무업계도 갈등이 커지고 있다. 플랫폼업계와 변호사들의 갈등으로 불거진 '로톡' 사태가 세무업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23일 한국세무사회에 따르면 협회는 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를 지난해 3월 세무사법 위반과 불법 세무대리 혐의로 고소했는데, 경찰 수사가 길어지고 있다며 빠른 판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협회는 자비스앤빌런즈가 약관을 통해 특정 세무대리인을 등록했지만, 이는 명백한 세무사법 위반으로 가입자가 어느 세무사를 선택했는지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세무법인의 세무사가 직접 처리하기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강조한다. 사람이 아닌 컴퓨터가 실질적으로 세무대리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명의도용과 불법 세무대리 혐의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세무사회 관계자는 "경찰 수사가 길어지면서 플랫폼 기업에 대응조차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한다. 협회가 주도해 공공 플랫폼을 만들어 대처하려고 하지만 수사가 길어지면서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석정 한국세무사고시회 총무부회장은 "세무사들은 종합소득세 신고와 같은 소액 세무대리부터 시작해 실력을 쌓아간다"면서 "작은 사건을 전부 삼쩜삼 같은 플랫폼이 처리하면 젊은 세무사들이 숙련된 인력으로 성장할 기회를 상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무사들이 위기감을 느끼는 것은 MZ세대 사이에서 세금신고를 대행해주는 애플리케이션(앱)이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MZ세대 중 여러 부업을 병행하는 'N잡러'들은 세무사 도움 없이도 복잡한 세금신고를 앱을 통해 처리하고 있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종합소득세 신고 도움 서비스 제공 앱 '삼쩜삼'의 4월 첫째~둘째 주 누적 이용자는 10만2018명이었다. 그러나 5월 같은 기간에는 42만4645명으로 4배 이상 늘었다. '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 관계자는 "5월 들어 이용자 폭증을 체감하고 있다"며 "이용자 대부분이 젊은 층"이라고 설명했다.

MZ세대가 신고대행 앱으로 몰리는 까닭은 저렴한 수수료에 있다. N잡러의 경우 대개 프리랜서 활동을 부업으로 삼기에 종합소득세 신고에 따른 환급금액이 소액인데, 세무대리인을 고용해 종합소득세를 신고하면 환급받는 금액보다 수수료가 더 많아 소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가 생긴다.

반면 신고대행 앱은 대체로 수수료를 환급액의 10%로 책정해 소액을 환급받더라도 부담이 없다.

세금신고 대행 앱을 써본 사람들 만족감도 높은 편이다. 앱을 통해 70만원가량을 환급받았다는 N잡러 김 모씨(25)는 "20년 경력의 회계사 지인도 못 찾은 환급금을 앱이 찾았다"며 "사람보다 알고리즘이 더 정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자비스앤빌런즈는 배달 라이더처럼 세무사 고용이 어려운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아직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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