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일본 치바현 마쿠하리메세에서 열린 '케이콘(KCON)2022 프리미어 인 도쿄' 콘서트 진행을 맡은 후루야 마사유키. [CJ ENM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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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콘서트의 진행을 맡은 후루야 마사유키(古家正亨·47)는 "지금 일본의 한류 팬들이 그만큼 콘서트 등 오프라인 행사에 목말라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루야는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 문화를 일본 사회에 꾸준히 소개해온 한류 전문 방송인이자 저술가다. 14일 콘서트 현장에서 만난 그는 "최근엔 음악뿐 아니라 한국인들의 라이프스타일 그 자체가 일본인의 삶에 스며들고 있다"고 말했다.
Q : 오랜만에 열린 한국 문화 행사다.
A : 코로나19가 유행한 2년 반 사이 일본에선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스' 등이 큰 인기였고, 방탄소년단(BTS)의 인지도도 급격히 높아졌다. 집에 머물며 온라인으로 한국 문화를 처음 접하고 팬이 된 사람들이 무척 많다. 이들이 오프라인 체험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K팝 콘서트 등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본다.
Q : 일본의 한류 붐을 오랫동안 지켜봐 왔는데.
A : 최근 몇년간의 한류는 예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겨울소나타'로 시작된 2000년대 초반의 한류가 한국이란 나라의 존재를 일본에 알렸고, 2010년대 '소녀시대'·'카라' 등의 K팝이 젊은이들로 팬층을 확장했다면 요즘의 한류는 전방위적이다. 음악·드라마를 시작으로 음식·패션·화장품·인테리어 등 한국의 일상 문화를 전체적으로 소비하며 즐긴다. 요즘 하라주쿠(原宿)에 가면 서울 명동과 비슷하단 느낌을 받는다.
14일 일본 치바현 마쿠하리메세에서 열린 '케이콘(KCON)2022 프리미어 인 도쿄' 콘서트에서 아이돌 그룹 INI가 공연을 하고 있다. [CJ ENM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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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한·일 관계가 좋지 않은데.
A : 정치와 문화의 구분이 점점 더 분명해지는 것 같다. 한국에 대한 호오와 상관없이 한국 문화를 즐기는 사람이 많다. 물론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정치적으로 관계가 좋지 않으니 신문이나 방송 등 주류 미디어에선 한국 붐을 잘 다루지 않는다. 하지만 언론 등에서 보이는 것보다 훨씬 깊게 한국이 일본인들의 삶에 들어와 있는 상태다.
Q :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A : 1990년대 캐나다 유학 시절 만난 한국인 친구가 빌려준 '토이' 음반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일본과 가까운 나라인데 전혀 다른 정서를 느꼈다. 흥미가 생겨 한국으로 유학을 갔고 귀국 후 일본에서 한류 붐이 시작되면서 20년 넘게 관련 일을 이어오고 있다.
Q : K팝은 일본 음악 시장을 어떻게 바꿨나
A : 아이돌 음악에 한국의 영향이 컸다. 일본은 원래 '듣는 음악'이 중심이고 콘서트 역시 '음악을 들으러 가는' 곳이었다. 하지만 퍼포먼스 중심의 K팝이 들어오면서 '보면서 즐기는 음악'으로 바뀌고 있다. 과거에 MTV가 전 세계 음악 시장을 변화시킨 것처럼 요즘은 K팝이 세계인들의 음악을 즐기는 법을 바꾸고 있다고 생각한다.
14일 일본 치바현 마쿠하리메세에서 열린 '케이콘(KCON)2022 프리미어 인 도쿄' 콘서트 현장. [CJ ENM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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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한국 엔터테인먼트가 세계를 사로잡은 힘은 뭘까.
A : 개인적인 생각인데 한국만의 감성이란 게 있다. 예를 들어 '별에서 온 그대'같은 드라마는 외계인이 주인공인데 서구에서 만들면 SF물이 됐을 테지만, 한국에선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가 된다. 사회적인 문제를 다룰 때도 특유의 인간애가 있다. 세계적으로 살기 힘든 시대이지 않은가. 한국 콘텐트에 담긴 사랑이나 희망이 위로가 되고 있다고 본다.
Q : 이번 '케이콘' 참가 팀들은 한국 방식으로 키워진 일본 아이돌이다.
A : 'JO1' 'INI' 등은 한국 오디션 프로그램인 '프로듀스101' 일본편을 통해 탄생한 아이돌 그룹이다. K팝이냐 J팝이냐 구분하려는 사람들도 있지만 정작 음악을 즐기는 팬들에겐 중요하지 않다. 음악이 좋아 들었는데 알고 보니 한국 플랫폼을 통해 성장한 팀이라 한국에까지 관심이 이어지는, 그런 식의 문화 교류가 자연스럽고 힘도 강하다고 생각한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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