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각) 이스라엘군과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사이 공습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동항공(MEA) 항공기가 라픽 하리리 국제공항에 접근하면서 베이루트 남부 교외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바브다/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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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재앙이 우려되는 극도로 위험한 상황이 중동 하늘에서 펼쳐지고 있다. 가자전쟁 발발 뒤 이 지역 군사적 긴장이 높아져 매달 100발이 넘는 미사일이 발사되면서 민항기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1일(현지시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시작된 뒤 이 지역 하늘을 가로지르는 미사일 수가 16배 넘게 늘었다고 보도했다. 항공보안회사 오스프리플라이트솔루션은 이 지역에서 올해 들어 미사일이 매달 162발 발사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월평균 10발 수준이었다. 항공사와 승무원 등은 항공기가 이스라엘, 이란, 레바논, 이라크, 시리아 등 영공에서 실수로 미사일에 맞아 격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한 승객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두바이로 가는 에미레이트항공의 EK146편을 타고 가던 중 창밖 영상을 찍으며 “저건 불꽃놀이인가?”라고 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이 영상 속 불꽃은 지난달 1일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쏜 미사일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중동의 하늘길 상황은 급박했다. 이란의 공격 계획을 알지 못한 수십 대의 민항기들은 주변에 미사일이 날아드는 상황을 맞닥뜨려야 했다. 이런 위험에도 각국 정부와 항공 규제 기관은 공역을 폐쇄 또는 비행 제한에 실패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짚었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이 있던 날 조종사들도 긴장된 목소리로 관제탑에 메시지를 전달했다. 조종사들은 비상 상황임을 알리고 경로 변경을 요청했다. 어떤 조종사는 발사체를 맨눈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고 알려졌다. 탄도 미사일은 민항기보다 높은 고도에서 날아가지만, 상승이나 하강 중에 큰 위험을 초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오스프리플라이트솔루션은 중동에서 비행이 위험한 구역이 이 지역 긴장 고조에 따라 더 넓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항공 안전 전문가들은 해당 지역의 정부들이 민항기 비행을 금지하는 공역 폐쇄를 늦게 발표하거나 전혀 발표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오스프리의 최고정보책임자인 맷 보리는 월스트리트저널에 “국가 안보와 외교 정책을 항공 안보보다 우선에 두고 있고, 이런 현상은 갈등이 벌어지는 곳에서 계속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쟁 상황에서 미사일로 민항기가 격추되는 선례는 드물지 않다. 2014년 7월 네덜란드에서 출발한 말레이시아항공 MH17편이 러시아 미사일에 격추돼 300명 가까운 탑승자가 모두 목숨을 잃었다. 2020년 1월엔 우크라이나항공 PS752편은 이란 테헤란국제공항을 이륙한 뒤 이란 혁명수비대가 쏜 미사일을 맞아 추락했다. 승객과 승무원 176명이 모두 숨졌다. 비영리단체인 비행안전재단의 하샨 샤히디 회장은 이 사건들이 “절대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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