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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韓 20대 젠더갈등 위기 상황…불안감이 '공정' 분노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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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전문가 좌담회]② “2030 정치참여가 해법…대표성 수용을"

"인국공 사태, 국가가 청년층 불안감 키우지 말라는 경고"

[편집자주]대한민국 갈등 수위가 2018년 기준으로 2배 가까이 치솟았다. 촛불집회로 시작해 박근혜 정부를 탄핵으로 끌어내리고 탄생한 문재인 정부 5년 간의 성적표다. 갈등지수는 이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에서 더 최악의 상황으로 진행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뉴스1은 지난달 18일 빅데이터 분석업체 타파크로스(Tapacross)에 의뢰해 언론기사와 소셜미디어(SNS)에서 2018년 이후 갈등관련 언급량 데이터를 추출, 분석하고 이를 지수화해본 결과 올 1분기 한국사회 종합갈등지수는 누적기준 178.4로 2018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고 보도했다. 뉴스1은 지난 9일 '어쩌다 혐오 사회가 되었나? 그 해법은?' 주제로 온라인 좌담회를 열어 위기 상황에 놓인 대한민국 사회를 진단하고,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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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은 지난 9일 '어쩌다 혐오 사회가 되었나? 그 해법은?' 주제로 온라인 전문가 좌담회를 진행했다. 참석자들은 20대 젠더·일자리 갈등과 관련해 이들의 불안감, 무기력감, 좌절감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을 열린공간으로 유도하고 2030이 세대 대표성을 가질 수 있도록 정치권으로의 유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좌담회에는 둘째 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시대전환 대표인 조정훈 국회의원, 임명묵 'K를 생각한다' 저자, 윤태곤 더모아정치분석실장,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가 참석했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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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태형 전문위원·정리 강민경 기자 = '여혐·남혐'으로 대표되는 20대 젠더 갈등은 지난 대선에서 정치권이 지지층 결집을 위해 이끌어낸 '부산물'이 아니었다. 지난 대선은 오히려 20·30대 남녀가 느끼는 '대한민국 갈등' 현실이 표심으로 그대로 반영된 결과였다.

전문가들은 지난 9일 '어쩌다 혐오 사회가 되었나? 그 해법은?' 주제로 열린 뉴스1 온라인 좌담회에서 '이대남 vs 이대녀'로 대표되는 20대 젠더 갈등은 더 이상 온라인상의 문제가 아니고, 소수의 여론주도 세력이 주도하고 있다는 '과대 대표'의 문제도 아니라는 점에 입을 모았다.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참석자들은 20대 젠더갈등은 정치권이 부추긴 갈등이 아닌 자생적으로 성장해왔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정치권이 섣불리 나섰다가는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뉴스1이 최근 빅데이터 분석업체 타파크로스에 의뢰해 측정한 갈등 지수에서 젠더 갈등은 진영 갈등(64%)에 이어 두 번째를 차지했다. 젠더 갈등은 지난 2019년 3분기까지 소강상태였다가 n번방 사건을 거치면서 확산했고 지난 대선에서 더욱 악화했다.

좌담회에서 20대 젠더갈등에 대한 해법으로 익명성에 기대는 온라인 보다는 오프라인의 '열린 공간'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치권에서 20·30대가 세대 대표성을 가질 수 있도록 빠른 시일 내에 장치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는 권고도 나왔다.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정치로 들어오면 기성세대보다 훨씬 빨리 협의하고 타협하는 문화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대한민국 20대를 관통하는 '공정 코드' 문제와 관련해선, 2020년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전환 논란(인국공 사태)과 전공의 파업사태에서 드러났듯이 청년세대의 분노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무기력감, 좌절감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가가 나서서 불안감을 키우지 말고 노력만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예측 가능한 미래를 열어달라는 호소였다는 해석이다.

이날 좌담회에는 시대전환 대표인 조정훈 국회의원, 윤태곤 더모아정치분석실장, '혐오전문가'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 20대인 임명묵 'K를 생각한다: 90년대생은 대한민국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저자가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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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경기 광명시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임명묵 작가가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1.6.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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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남과 이대녀' 갈등이 실제로 있나

▶임명묵 작가=이대남·이대녀 갈등은 굉장히 몰입해서 주도하고 생산하는 사람들이 있고,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들의 넓은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이로 인해 이대남의 활동이나 이대녀의 목소리가 온라인상에서 과도하게 대표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지난 5~6년간을 보면 몰입한 사람들이 여론을 주도하는 영향력이 커졌다. 이들의 주장이 20대를 대표하는 주장이라는 인식이 강해진 반면 다른 주장은 '음소거'가 되는 수준이다. 소수의 그룹이 20대 정체성을 대표한다고 주장하는 수사를 쓰고, 그게 확산되면서 진짜 갈등이 재생산되고 굳어지는 일들이 6년째 벌어졌다. 그 결과 이대남·이대녀의 실체가 없다고 할 수 없게 된 상황이 됐다.

▶윤태곤 실장=정치적 측면서 살펴보면 과거에는 정치 참여에 대한 비용이 컸다. 출마를 해야 하고 스펙을 만들어야 하고, 강경 지지자들이 활동하는 데 엄청난 비용이 든다. 지금은 정치 참여 비용이 들지 않는다. 댓글·악플은 비용이 안 들고 익명화하면 리스크도 없다. 반면 보상은 클 수 있다. 개인적 보상은 아니지만 싫어하는 정당을 말살시킬 수 있다. 그러면 그 부담은 정치권이 떠안게 된다.

-'이대남과 이대녀' 갈등은 왜 발생하나. 공정에 대한 문제도 있을 것 같고 다른 본질적인 문제도 있는 것 같다. 기성세대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달라.

▶임명묵 작가=최근 한국사회의 갈등을 20대를 중심으로 보면, 우리가 전통적으로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이전에는 가족 국가 사회 종교 등 지역사회가 고정이 돼 있어서 이를 기반으로 갈등이 전개됐다. 거대한 무력충돌이 있었다고 해도 상당히 안정감이 있었고 회복력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청년층 중심의 온라인 갈등은 원자화된 사람들끼리 싸우고 갈등을 재생산하고 있다. 한국에서 이 같은 현상이 유독 강한 이유는 청년층의 심리적 압박이 그 어떤 지역보다 크기 때문이다. 과거 평등하다는 인식이 높았던 한국이 세계화로 인해 저성장, 불균등 성장과 마주하면서 계층화 압박이 커지고 있다.
오래 지속된 가부장제, 군사 문화, 징병제 등 여러 요인으로 말미암아 갈등이 내재되어 있었는데, 온라인을 중심으로 파괴력과 세력을 갖춘 군중 운동이 시작됐고 그게 젠더 갈등으로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얘기하는 정치권 갈등이 남·여 간 혐오를 부추겼다는 데 동의할 수 없고 실제로 반대의 상황이다. 젠더의 영역은 정치권 주류가 주목했던 공간이 아니라, 80년대 중후반생이나 90년대생들이 온라인에서 자율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자신들이 원하는 정치세력이 나타날 때까지 계속 소환하고 조형하고 주물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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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수 숙명여대 교수©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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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수 교수=20대 젠더갈등이 일부의 문제라든가, 온라인상에나 있는 일이라든가, 과대 대표됐다는 말은 10년 전에는 가능했지만 요즘은 그렇게 얘기하긴 어렵다.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란 것은 누구나 동의하는 지점이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우리가 건전한 공론장이 형성되는 자리를 마련했을 때도 동일한 의견을 유지할까? 고등학생 수 백 명과 온라인 소통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한두 시간 주제를 갖고 토론하면 전혀 다른 모습이다.
20대 젊은이들과 열린 공간에서 토론할 자리들이 많이 마련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 같다. 20대 젊은이들의 생각을 조사해보면, 성평등 의식이 어떤 세대보다 강한데, 여성정책에는 반대한다. 이 모순이 온라인에서는 자연스럽게 존재하지만, 열린 공간에서 논의를 했을 때에도 그런 대립이 있을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온라인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적극 참여자들에 대해 조사를 해보면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한심하다고 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여전히 정치의 문제다. 정치가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보니까 혐오감을 부추기면서 살겠다는 사람이 생긴 것이다.

-국회·정치권 차원에서 갈등을 해소할 만한 대안이 있는가

▶조정훈 의원=베이비부머 세대, 즉 산업화 세대는 다양성보다 가난을 탈출하자는 목소리가 강했다. 60년대생 민주화 세대는 반독재로 향해 가는 목소리가 있었고. 70년대생 X세대는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신인류였다. 80년대·90년대생은 각각 M세대, Z세대로 달라졌다. 시대전환 당원의 70~80%가 30·40대 초반이다 보니 다양성이 이분들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치 현장에서 이 분들은 굉장히 소수이고, 정치 현장의 담론을 이끄는 구성원의 면면을 보면 진영과 단일 대오를 편안하게 느끼는 사람들이지, 의견이 다르니 만나서 얘기하자는 생각은 매우 희귀하고 불편한 정치 담론이다.
해법과 관련, 온라인 매체는 익명성과 여러 특성 상 갈등을 해결하기보단 증폭하기에 더 적절한 매체이기 때문에 이를 대체하는 정치적 장이 필요하다. 이곳으로 20대 청년들이 관중과 팬이 아닌 선수로서 많이 소환됐으면 한다. 여러 가지 제도적 배려를 해서라도 20·30대가 세대 대표성을 가질 수 있도록 빠른 시일 내에 장치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정치로 들어오면 기성세대보다 훨씬 빨리 협의하고 타협하는 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젊은 세대가 보기에 세상이 불공정한가? 2020년 인국공 사태와 전공의 파업사태에서 드러났듯이 20대 분노의 상당 부분이 공정의 코드다. 우리 젊은 세대가 느끼는 불안감이 크다는 해석이 있고,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이 약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여기에 대해 정치권이나 학계나 다른 부분에서 우리 사회가 갈등 줄이기 위해 해야 할 부분이 있는가.

▶임명묵 작가=20대 정서는 불공정에 대한 분노이기 전에, 근본적인 차원에서는 무기력감이 큰 것 같다. 상향 이동과 성장 욕구가 강한 반면 상층으로 못 가면 도태된다는 공포감과 경쟁 압박감이 심하다. 상층으로 가는 경쟁에서 이미 배제됐다고 생각하는 좌절감도 있다. 이른바 '수저론'이다. 불안과 무기력이 분노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인국공 사태는 국가가 나서서 불안감을 키우지 말고 차라리 최소한의 시스템과 절차를 지키라는 요구였다. 공정 사회를 설계하라는 공세적 요구가 아니라, 불안을 더 키우지 않는 예측 가능성에 대한 열망이었다. 해결은 큰 틀에서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어떻게 만들어줄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지금은 제한적 소수의 사람만이 혜택을 보는 데, 정치권을 중심으로 내 힘으로 노력만 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기 효능감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조정훈 의원=왜 그렇게 '과정의 공정'에 몰입하게 되는가를 고민해보면 우리 사회의 파이 자체가 쪼그라들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2000년대가 더 공정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노골적으로 아빠 찬스가 있었고. 기득권 재생산이 있었다. 그때는 파이가 커지다 보니 너도 자리를 갖고 나도 가졌다. 지금은 그런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과정의 공정까지 시선이 돌아간 것 같다. 하지만 완벽한 '과정의 공정'은 있을 수 없다. 과정이 100% 공정한 건 이데아의 세상이다. 노력을 그만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파이 자체를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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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전환' 조정훈 국회의원.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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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rakoc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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