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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1 (일)

이슈 양승태와 '사법농단'

[단독] 검사도 판사처럼… ‘전국검사대표회의’ 상설화 움직임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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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허탈감 털고 일어날 때” 제안

檢 지휘부 견제, 검수완박 부작용 대응책

평검사회의 이후 논의 잠잠…재추진 기류

‘전국법관대표회의’ 모델…인사·수사 논의

수직·경직 조직문화…내부 견제 가능할까

세계일보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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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을 계기로 일선 검사들을 대표하는 대의기구 형태의 회의체를 법규화하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판사들의 ‘전국법관대표회의’처럼 검찰 내부 견제 장치로서 ‘전국검사대표회의’를 상설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는 검사대표회의 구성을 제안하는 글이 게재됐다. 최인상 대구지검 서부지청 인권보호관은 “많은 분이 검수완박 법의 시행을 기다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생각에 상실감을 느끼며 허탈해하고 계시리라 생각된다”며 “이제는 허탈함을 털어버리고 저희가 검수완박 입법 과정에서 국민에게 약속한 바와 같이 검찰의 공정성·중립성·독립성 확보를 위한 내부적 견제장치로서 전국검사대표회의를 구성해 중지를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전국검사대표회의를 통해 검찰의 공정성과 중립성 확보는 물론 검수완박의 법안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사대표회의 구성 제안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강행에 지난달 19일 19년 만에 열린 전국 평검사 대표회의에서는 일각의 검찰 수사 불공정성 비판에 대한 대안으로 회의를 정례화·법규화해서 활동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검수완박 정국에서 잇따라 개최된 평검사·부장검사 대표회의 모두 법령에 규정된 회의가 아니므로, 명확한 권한을 부여해 회의 공신력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후 검수완박 저지에 매진하면서 대표회의 상설화 논의는 좀처럼 진전되지 못했지만, 전날 최 인권보호관의 제안으로 다시금 논의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최 인권보호관의 제안에 검찰 구성원들은 공감을 보냈다. 글에는 “적극 지지한다”, “올바른 형사사법체계를 만들어 가는 데 있어 누구보다 현장 실무를 잘 아는 검사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대검찰청과 법무부에서 제도적 뒷받침을 해주길 요청한다”, “지금 바로 준비해서 출범해야 (검수완박) 개정법 시행 전에 대응 방안, 향후 형사사법시스템의 운영방향에 대한 검사들의 중심적 의견을 도출할 수 있다”, “위기 속에서 뿌려진 작은 밀알이 봄꽃처럼 만개하길 기다린다”는 댓글이 달렸다.

검사대표회의가 법규화한다면 판사들의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 인권보호관은 제안 글에서 참고 차원으로 ‘전국법관대표회의 규칙’, ‘판사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 등을 첨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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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대표회의는 2017년 제기된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출범했다. 2018년 2월엔 대법원 규칙을 신설하면서 상설화됐다. 전국법관대표회의 규칙에 따르면 정기회의는 4월과 12월 열리고, 의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거나 구성원 5분의 1 이상이 요청하면 임시회의가 소집된다. 회의에선 법관 전보 등 주요 인사 원칙을 결정하는 과정에도 의견을 낼 수 있고, 사법행정권 남용 및 법관독립 침해 사안에 관한 조치에도 참여할 수 있다. 지난달 열린 정기회의에선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코드 인사’ 논란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선 검사대표회의가 제도화하면 검사 인사 원칙과 개괄적인 수사 기준 등에 대한 의견을 검찰 지휘부에 전달할 수 있고, 인사와 수사의 중립성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오는 9월초 검수완박법 시행으로 예상되는 문제점을 취합해 실무 차원에서 보다 효율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도 거론된다. 평검사가 중심이 돼 추진 중인 ‘검수완박 백서’ 제작도 탄력을 받을 예정이다. 다만 수직적이고 경직된 검찰 조직문화를 고려하면, 회의에서 지휘부 결정을 뒤집거나 적극 반박하는 의견이 개진될 수 있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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