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7시 10분쯤 출근길 직장인들이 2호선 동대문역사공원역에서 을지로4가역으로 가는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조수빈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이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간 5일, 이른 시간 지하철을 타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철도노조는 임금 인상, 인력 충원 등 주요 요구사항에 대해 한국철도공사(코레일)과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며 예정대로 파업에 돌입했다. 이날 코레일이 운영하는 수도권 전철 1·3·4호선, 경춘·경의중앙선, 수인분당선, 서해선 등 플랫폼에서는 “철도노조 파업으로 전동 열차 운행이 조정이 조정되었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혼잡을 피하려는 시민들은 새벽부터 출근을 서둘렀다. 생산직에 종사하는 고모(65)씨는 “평소보다 20분 이른 오전 5시 40분에 집을 나섰다”며 “경제도 안 좋은데 출근길 불편까지 겪어야하니 힘들다”고 말했다. 신도림역에서 덕정역까지 통학하는 대학생 송화은(21)씨는 “1교시 수업을 들어야 해서 20분 일찍 나왔다”며 “배차 간격을 생각하면 하굣길이 더 걱정된다”고 했다. 청소 노동자 송모(67)씨는 “나라가 뒤숭숭하니 벌어서 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 출근길이라도 편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날 비상 계엄 사태로 잠 못 이뤘던 시민들은 이틀째 피로를 호소하기도 했다. 종로로 출근하는 직장인 최의진(35)씨는 “뉴스를 보다가 잠을 못 자서 어제 피곤한 상태로 출근했는데 오늘도 지하철 때문에 새벽부터 일어나야해 충혈된 눈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5일 오전 7시 신도림역에서 승객들이 지하철 1호선을 타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전율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파업을 지지하는 시민도 있었다. 평소보다 30분 일찍 나섰다는 사무직 이영철(47)씨는 “인력이 부족하면 안전 문제도 생길테니 (노조 측이) 이해가 간다“며 “불편한 시민 입장도 생각해서 원만히 타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무직 최모(45)씨는 “불편하긴 한데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니까 감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하철 대신 버스를 이용한 시민도 적지 않았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이모(36)씨는 “예전에 지하철 파업으로 회사에 지각한 적이 있다”며 “파업을 한동안 이어간다고 하니까 버스를 계속 탈 예정”이라고 했다.
24시간 비상수송체제를 가동한 코레일은 기관사 등 대체 인력을 최대한 확보하고 운행 횟수도 늘리기로 했다. 수도권 전철은 평시 대비 75%(출근시간대 90%), KTX 67%, 일반열차 새마을호 58%, 무궁화호 62% 수준을 유지하는 게 목표다. 경기도와 서울시도 비상수송대책본부를 구성해 파업 종료 시까지 버스 등 대체 교통편을 출퇴근 시간대에 집중 배차하기로 했다.
6일부터는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조도 파업에 돌입해 교통 혼잡이 가중될 전망이다. 다만 노조별 조합원 비중이 두 번째(16.7%)로 많은 서울교통공사 제2노조는 쟁의행위 투표가 부결돼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다.
전날 서울교통공사의 상급 단체인 민주노총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를 계기로 총파업을 결의했다. 한국노총도 총파업에는 돌입하지 않지만, 사회적 대화 참여를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
철도노조는 이날 서울·대전 등 전국 지부별로 동시에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서울지부 노조원들은 이날 오후 12시 서울역 12번 출구 앞으로 대중교통 등을 이용해 속속 집결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5000명, 경찰 추산 4500명이 모였다.
엄길용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공공성을 확대하고자 투쟁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후 노조원들은 오후 12시 57분쯤 서울시청 광장을 향해 약 1.5㎞ 행진했다. 이날 행진에선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과 관련해 “윤석열은 퇴진하라” 등 목소리도 나왔다.
철도노조가 5일 오후 12시 57분쯤 서울역 앞에서 시청 앞 광장까지 행진하고 있다. 최혜리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날 퇴근길까지 수도권 일부 전철 운행이 지연되면서 코레일이 운영하는 전철 역사 내에선 “철도노조 파업으로 전동 열차 운행이 조정됐다”는 안내방송이 반복 재생됐다. 2·4·5호선 환승역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선 5호선에서 4호선으로 환승하는 길에 “철도노조의 파업으로 이날부터 1·3·4호선 열차 운행이 일부 지연될 수 있다. 이용에 착오 없길 바라며 정상 운행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겠다”는 역장 명의의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오후 5시 40분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4호선 플랫폼에서 만난 이정원(59)씨는 “평소보다 배차 간격이 그리 촘촘하진 않지만, 파업이 미리 예고돼서 그런지 예상보다는 한산하다”고 말했다. 용산역으로 향하던 중학생 정모(15)씨는 “파업 때문에 온라인 지도 상으로 걸리는 시간보다 오래 걸릴 것 같아서 약속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훨씬 더 빨리 나왔다”고 했다.
코레일은 출·퇴근시간대 전동열차 혼잡이 예상되는 주요 43개역에 질서유지요원 187명을 배치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출퇴근 시간대에 집중 배차를 했기 때문에 운행 지연 등 큰 차질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7시 18분쯤 회기역에서 중랑역으로 향하던 경의중앙선 열차 한 대에 정전이 나 멈추는 사고가 발생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일시 차량 장애가 발생해 20분 걸려 조치를 완료했다”며 “하차한 일부 고객은 직원 안내로 안전하게 도보로 중랑역으로 이동하고, 대다수 고객은 열차에 승차해 중랑역으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코레일은 구체적인 사고 원인을 열차를 기지에 입고한 후 조사할 예정이다. 이 사고로 같은 선로를 사용하는 무궁화호 등 다른 열차도 운행을 일시 정지했다. 출동한 소방당국은 열차에 갇혀 있다가 호흡곤란 등 경상을 호소한 시민 23명에 대해 이송 및 현장 치료 조처했다.
5일 오후 지하철 경의중앙선 열차 한 대에 정전이 나 멈추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18분쯤 회기역에서 중랑역으로 향하던 지하철 한 대가 정전 사고로 약 20분간 운행이 중지됐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영근·조수빈·최혜리·전율·김서원 기자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