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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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 이후 올해 두 번째 조(兆) 단위 공모규모가 기대됐던 SK쉴더스가 공모철회를 선언했다. 올해 들어 금리인상으로 시장 위축이 본격화된 영향이다. 올 들어 증권신고서를 내고 공모를 진행하다가 도중에 하차한 케이스만 벌써 네 번째다.
8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SK쉴더스는 지난 6일 철회신고서를 통해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잔여 일정을 취소하고 철회신고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SK쉴더스는 이와 별도로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IPO(기업공개) 과정에서 대다수 기관투자자로부터 SK쉴더스의 펀더멘털(성장성, 수익성, 안정성)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지만 지난 수 개월간 상장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화돼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며 "이로 인해 상장을 철회하고 향후 시장 상황을 고려해 기업 가치를 온전히 평가 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점에 상장 추진을 검토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또 "이번 IPO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높게 평가한 사이버보안, 융합보안 등 회사의 성장사업을 더욱 확대하고 경영진과 구성원이 합심해 SK쉴더스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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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쉴더스 고평가? 시기가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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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쉴더스의 공모가밴드는 3만1000~3만8800원. 물리보안 부문에서 국내 에스원과 대만 세콤, 사이버보안 부문에서 국내 안랩과 싸이버원 등 4개사의 EV/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 배율 평균 14.86배에 일정 할인율을 적용해 산출한 숫자였다. 공모가밴드 기준 공모금액은 8401억~1조516억원에 이르고 신주발행 등을 감안한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2조8000억~3조5000억원으로 예상됐다.
원래대로라면 6일 증권신고서를 통해 수요예측에 참가한 기관의 수와 이들 기관이 얼마의 가격대와 수량으로 매수주문을 넣었는지 등 내역의 수요예측 경쟁률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었다. 이번 철회신고서의 제출로 이 내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장 안팎에서는 수요예측 주문이 200대 1 수준에 그쳤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월 LG에너지솔루션 수요예측 경쟁률이 2023대 1에 비해서도 10분의 1 수준의 경쟁률인 데다 최근 1년 중 SK쉴더스와 공모규모가 비슷했던 지난해 10월 카카오페이(1조5300억원, 1714대 1), 지난해 9월 현대중공업(1조800억원, 1836대 1)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SK쉴더스의 저조한 수요예측 결과가 고평가 때문이라고 평가하지만 이는 올해 들어 확연히 달라진 시장 분위기를 반영하지 않은 평가라는 지적이다. 지난해만 해도 시중 유동성이 막대하게 풀린 상황이기 때문에 신규상장 종목들이 어떤 밸류에이션 논리를 가져와도 무난히 통용됐었던 데 비해 올해는 금리인상 본격화로 시중 유동성 긴축이 본격화되는 시기라는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이를테면 지난해 카카오페이는 비교기업들의 기업가치(EV)가 매출수익(Sales) 대비 몇 배인지를 따지는 'EV/SALES' 방식을 변용한 기업가치 산출방식을 적용했다. 여기에 카카오페이는 자사의 성장성이 높다는 이유로 비교기업의 EV/SALES 배율에 성장률을 반영한 지표를 적용했다.
현대중공업도 선박·엔진 등 제품의 비중이 전체 매출의 93%에 이름에도 자산건전성을 중시하는 금융업에 통용되는 PBR(주가순자산비율)을 공모가밴드 산출에 활용했다. "대규모 유형자산을 기반으로 부동산 활용 능력을 확대하는 게 산업 특성상 중요한 요소"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럼에도 이같은 카카오페이, 현대중공업의 논리는 시장에서 통했다. 카카오페이, 현대중공업은 매출(영업수익) 대비 비용이 더 큰 구조가 지속된 탓에 이익을 내지도 못했던 상황이었다.
SK쉴더스 C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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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에 물린 자금에 약세장도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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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SK쉴더스는 회계상 이익 뿐 아니라 현금흐름 유입도 건실한 편에 속했던 기업이었으나 이번 공모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고평가 여부가 아니라 시기의 문제였다는 설명이 더 큰 설득력을 얻는다. 올해 들어 가파른 금리상승으로 시중 유동성이 위축되며 기관투자자의 행보도 그만큼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약세장의 본격화 역시 기관들의 적극적인 자금운용을 저해한 이유로 꼽힌다. 기관 중 다수를 차지하는 운용사들의 경우는 더 그렇다. 펀드 자금의 상당 부분을 주식·채권 등 자산을 매입해 운용하고 현금 형태 보유분은 상대적으로 미미한 운용사의 특성상 올해 들어 약세장에서 평가손실이 만만찮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 운용사가 새로 IPO 등에 자금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기존 주식·채권 중 일부를 팔아 현금화한 후에 매수주문을 넣어야 하는데 평가손실이 난 자산을 매각해 현금화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올 1월 상장을 전후한 과정에서 '유동성 블랙홀'로 작용했던 LG에너지솔루션 여파도 여전하다는 평가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전체 공모물량(4250만주)의 23%에 이르는 996만여주가 기관투자자의 6개월 의무보유 확약물량이다. 당시 공모가(30만원)를 감안할 때 2조9880억원 가량의 기관 자금이 LG에너지솔루션에 묶여 있는 상태라는 얘기다. 7월 하순에야 이 물량의 의무보유 기한이 풀린다.
일단 SK쉴더스는 공모가를 밴드(3만1000~3만8800원) 하단보다도 낮은 2만원대에 확정해 어떻게든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던 일각의 예상과 달리 공모 자체를 접었다. SK쉴더스 측은 "자체 영업을 통해 현금흐름이 양호하게 유입되고 있는 만큼 비우호적인 조건에 상장을 강행할 이유는 없다"며 "추후 시장 여건이 개선돼 제값을 받을 수 있는 때에 다시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국내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진행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주 청약에 100조원이 넘는 뭉칫돈이 몰리며 신기록을 세웠다. 19일 오후 2시40분 기준 LG에너지솔루션 공모주 청약에는 100조6,500억원의 증거금이 들어온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4월 SKIET(약 81조)의 역대 최대 증거금을 깨며 사상 첫 증거금 100조원 시대를 연 것이다. 19일 서울 영등포구 신한금융투자 본사 영업점을 찾은 시민들이 청약 접수 상담을 받고 있다. 2022.1.19/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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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본격화에 나스닥 5% 하락, 5월 공모주시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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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SK쉴더스의 이번 공모철회가 그나마 되살아나려던 공모주 시장 분위기를 다시 싸늘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올해 들어 1월 하순 현대엔지니어링, 2월 하순 대명에너지, 3월 중순 보로노이에 이어 SK쉴더스까지 벌써 4개 기업이 공모철회를 결정했다. 이 중 대명에너지는 공모가밴드를 종전 대비 대폭 낮추고 공모물량도 줄이는 등 방식으로 상장을 재추진했으나 밴드 하단에 공모가를 확정하는 데 그치는 등 약세장 여파를 비켜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월2주(9일~13일) 원스토어와 태림페이퍼, 하나금융22호스팩 등 3개사가 수요예측을 통한 공모가 확정에 나서고 최근 공모가를 확정한 가온칩스, 마스턴프리미어1호리츠에 원스토어까지 수요예측 직후 바로 일반청약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이 중 원스토어(9~10일), 태림페이퍼(9~10일) 등의 수요예측이 순탄히 진행될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원스토어, 태림페이퍼의 공모금액은 각각 공모가 밴드 기준으로 2284억~2777억원, 1540억~1783억원으로 작지 않은 규모이기도 하다.
앱스토어 사업을 영위하는 원스토어는 구글·애플이 양분하고 있는 전 세계 앱스토어 시장에서 유일하게 버티고 있다는 점이 차별화 포인트다. 국내 시장 점유율도 2위에 이른다. 원스토어의 공모가 밴드는 3만4300~4만1700원으로 공모 후 발행주식 수(잠재주식 수 포함)와 공모가 밴드를 감안한 기업가치는 9196억~1조1180억원선이다. 원스토어 상장 전 시장에서 예상했던 최대 기업가치가 2조원대에 이르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 기대치에 비해 보수적으로 책정된 숫자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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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원스토어 역시 최근 글로벌 금리상승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기술주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긴축장세의 영향을 얼마나 이겨낼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의 기준금리 0.5%인상 여파로 나스닥이 5% 하락한 점 등이 투자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NH투자증권, KB증권이 공동대표주관사이며 SK증권이 공동주관사다. 대신증권, 하나금융투자가 인수단에 참여했다.
태림페이퍼는 골판지 원지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2019년 IMM PE(프라이빗에쿼티)로부터 태림포장과 태림페이퍼를 인수한 세아상역이 최대주주로 있다. 세아상역이 태림페이퍼를, 태림페이퍼가 태림포장을 각각 지배하는 구조다. 태림페이퍼는 지난해 말 연결재무제표 기준 9789억원의 자산총계에 6111억원의 부채총계, 3677억원의 자본총계 규모의 기업으로 지난해 8889억원의 매출에 1172억원의 영업이익, 76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태림페이퍼의 공모가 밴드는 1만9000~2만2000원, 공모주식 수는 810만4000주다. 공모가 밴드는 아세아제지, 대영포장, 삼보판지 등 3개사의 PER(주가이익비율) 평균에 지난해 순이익에서 산출된 EPS(주당순이익) 등을 반영해 산출됐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6159억~7131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가 대표주관사를 맡았다.
황국상 기자 gs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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