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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제조업체인데 이익률 30% 주성엔지니어링…시총 1조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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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억원 적자에서 1026억원 흑자로.

주성엔지니어링의 2020년 대비 지난해 실적이다. 매출액 증가율도 만만찮다. 2020년만 해도 연결 기준 매출액은 1185억원 정도. 그런데 1년 만인 지난해에 3772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올해 1분기 실적도 입이 쩍 벌어진다. 1분기 매출액만 1092억원으로 2020년 연간 매출액에 육박한다. 영업이익은 315억원으로 제조업체로서는 달성하기 힘든 30%대 이익률을 자랑한다. 주가도 우상향곡선이다. 1년 전만 해도 1만원대 초중반이었던 주가는 최근 2만원대 중반으로 뛰어올랐다. 시가총액도 가뿐하게 1조원을 돌파, 1조1000억원 내외를 오르내린다. 주성엔지니어링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매경이코노미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주성엔지니어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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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엔지니어링 어떤 회사

▷황철주 회장이 기술 독립 선언

주성엔지니어링은 1993년 황철주 회장이 창업했다. 1990년대 초 한국은 이제 막 반도체 산업이 꽃피우던 시기다. 동양공고, 인하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후 외국계 반도체 장비 회사 한국법인에서 일했던 황 회장은 당시 반도체 핵심 전(前)공정 장비가 전량 해외 수입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 문제의식을 가졌다. 창업 4년 만에 국내 최초로 반도체 전공정 장비 개발에 성공했고 해외 수출까지 성사시켰다. 전공정이란 반도체 웨이퍼의 제조, 산화, 포토, 식각, 증착, 금속배선 등의 생산 과정을 뜻한다.

창업 초기부터 주성엔지니어링은 전체 임직원의 65% 이상을 R&D(연구개발) 분야에 투입할 정도로 ‘독자 기술’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그 덕에 D램 제조와 디스플레이 생산의 핵심인 커패시터 전용 화학기상증착기(CVD), 반도체원자층증착기(ALD) 장비 등 원천 기술을 보유할 수 있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세계 최초 기술 19개를 보유하고 있고 최근에는 누적 특허 건수 2900개를 넘겼다. 매년 매출액의 15~20%를 끊임없이 연구개발에 투자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태양광 핵심 전공정 장비 분야에서 세계화를 실현한 대표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영업이익률 왜 높나

▷압도적인 기술력 갖춘 장비 수출

2020년 초, 주성엔지니어링은 경기도 용인시에 2만6000㎡ 규모의 용인 R&D센터를 구축했다. 신규 시설 투자 비용만 약 1300억원 규모다. 본사가 있는 경기도 광주는 이미 10개 건물에 연구 인력과 설비가 있다. 다만 서로 떨어져 있어 R&D 효율이 다소 떨어진다는 내부 판단이 내려졌다. 반면 용인 R&D센터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태양광 장비 연구개발을 한 공간에서 진행함에 따라 각 분야의 장점을 융복합, 기술 개발의 시너지와 효율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용인 센터가 본격 가동되면서 경쟁력 있는 제품이 속속 시장에 나왔다. 태양광 사업부를 예로 들면 반도체 초미세 공정과 OLED 디스플레이 대면적 증착 기술을 융복합한 기술을 바탕으로 35% 이상 효율 구현이 가능한 차세대 태양전지(Tandem) 기술을 시장에 최초로 선보일 수 있었다.

시공간분할(TSD) 방식을 적용한 반도체 증착 장비 개발도 완료했다. 시공간분할 반도체 증착 장비란 빠른 시간 안에 반도체 실리콘 기판을 공간 분할해서 특수물질로 균일하게 코팅하는 신개념 기술이 적용된 기계를 말한다. 세계 최초 성과다. 그 덕에 주성은 지난해 산업통상부로부터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으뜸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또 다른 주성의 주력 장비 ‘SDP’ 시스템도 매출 극대화 효자다. ‘SDP’ 시스템은 웨이퍼가 증착되는 공간인 챔버에서 웨이퍼 5~6장이 동시에 처리될 수 있어 단일 설비 대비 생산성이 높고 공정원가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 최고 기술 장비다 보니 국내외 반도체 회사가 서로 사 가려고 줄을 섰다. 당연히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고, 이익률도 그만큼 높아졌다.

회사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메모리 분야뿐 아니라 비메모리까지 모든 차세대 공정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런 시장 수요를 먼저 예측, 선제적으로 대응 가능한 장비를 개발한 것이 매출 확대에 큰 도움이 됐다. 디스플레이 사업 부문 역시 공정 다변화, 중소형, 대형 패널 장비의 하드웨어 확장을 통해 매출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매출처 다변화도 매출액과 이익 증가의 한 요인이다.

예전에는 주성이 국내 반도체 기업 위주로 납품했다면 지난해부터는 중국 수출이 크게 늘었다. 매출 비중의 절반가량을 중국이 차지할 정도다. 최근 중국 기업의 메모리 반도체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올해는 더욱 높은 성장세를 예상하는 증권가 보고서가 다수 발간됐다.

고영민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화권을 비롯한 해외 고객사 수주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D램 공정 미세화 과정의 핵심 기술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반도체 소자업체까지 고객사를 다변화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황철주 회장의 ‘시스템 경영’도 효율성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

황 회장은 “시스템 없이는 지속 성장도 없다고 생각한다.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더 잘 살고, 더 큰 행복을 만들기 위해서는 예측 가능하고, 지속 가능하고, 분업적 협력이 가능한 시스템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해관계자는 물론 임직원 등과 회사 기술 동향, 개발 진행 과정 등을 과감하게 공유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해외 고객사는 자신들이 필요한 공정, 장비를 맞춤형으로 요구할 수 있게 됐고 덕분에 주성엔지니어링은 ‘입도선매’ 효과를 누리며 누적 수주잔고를 안정적으로 늘릴 수 있게 됐다.

주성엔지니어링이 최근 급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기는 하지만 약점도 있다.

매경이코노미

주성엔지니어링은 용인 R&D센터를 열고 혁신 제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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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점은 없나

▷글로벌 장비업체 대비 낮은 인지도

무엇보다 여타 글로벌 대형 장비 회사 대비 고객 인지도가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시장 평판으로 움직이는 IT 장비업계에서 이런 점은 최우선적인 극복 과제다. 태양광이 해외에서는 계속 성장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정권 교체 이후 정치적인 이유로 상대적으로 외면받을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관련 시장 성장 둔화 여지가 있어 매출처 다변화에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과거에도 태양광 산업 거품 여파에 주성이 고생한 적이 있었다. 2000년대 말 신재생에너지 붐을 타고 중국 기업들의 태양광 분야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다. 태양광 셀(Cell), 모듈(Module)을 공급했던 주성 입장에서는 처음에는 좋은 사업 기회로 보였다. 하지만 시장이 공급 과잉으로 치달으면서 납품처 기업이 하나둘 문을 닫았고 자연스레 주성 역시 침체기를 겪었다.

이는 반도체 등 다른 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회사 관계자는 “과거 이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더욱 차별화된 기술력과 신속한 고객 서비스 대응 능력을 기반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고객사 다변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호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57호 (2022.05.04~2022.05.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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