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2 (금)

이슈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중재안 받고 의석 탓한 권성동과 달랐네…‘드루킹 특검’ 김성태 재조명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金, 남북회담 등 민심 외면 속 단식으로 ‘드루킹 특검’ 쟁취

權은 민심이 반대한 검수완박, 중재안 나온 날 곧장 합의

더불어민주당이 요구한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중재안을 제안 당일 바로 수용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특히 온라인에서는 2018년 김성태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최다 의석을 보유한 민주당을 상대로 ‘드루킹 댓글 추천수 조작 사건’에 대한 특검을 이끌어낸 사례까지 다시 회자된다. 비슷한 의석 수의 소수 야당 원내대표인데, 국민적 여론을 등에 업은 상태에서 두 원내대표가 보여준 대여(對與) 대처 능력이 너무나 비교된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수완박' 중쟁안 합의와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4일 페이스북에는 이런 내용을 담은 ‘김성태와 권성동’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윤석열 정부 출범을 2주 앞둔 113석의 ‘예비 여당’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를 문재인 정부 집권 2년차였던 2018년 5월 115석 안팎의 소수 야당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을 이끌던 김성태 전 원내대표와 비교하면서 권 원내대표의 무기력함을 지적하는 내용이다.

실제로 두 사례를 비교해보면, 제반 여건과 분위기는 오히려 김 전 원내대표 때가 훨씬 열악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의 네이버 댓글 조작 사건인 ‘드루킹 사건’은 2018년초 경찰 수사를 통해 윤곽이 드러났다. 김 전 원내대표는 이 사건에 대한 특검 도입을 주장하면서 대여 투쟁을 벌였다. 하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우선 같은 해 4월 27일 판문점 일대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정부여당 지지도가 올라갔고, 다른 이슈는 묻혔다. 이어서는 지방선거 정국이 시작됐다. 당시 상황을 회고하는 온라인 여론 중에서는 “보수 우파가 설 땅이 없었다”라는 진단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전 원내대표는 그해 5월 3일 국회 본관 앞에서 텐트를 치고 홀로 노숙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여러 비난과 조롱이 쏟아졌다. ‘단식 농성장 인근에 CCTV를 설치해 김 원내대표가 제대로 단식하는지 24시간 감시해야 한다’는 청와대 청원도 올라왔고, 그가 있는 농성장으로 피자와 치킨이 배달되기도 했다. 30대 남성에게 폭행을 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그의 이름이 오르기도 했다.

조선일보

2018년 5월 김성태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드루킹 특검' 수용을 촉구하는 국회 앞 노숙 단식 투쟁의 8일째 모습. /조선일보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 전 원내대표는 버텼고, 9일만에 승리했다. 여당이 특검 도입에 합의한 것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특검 쟁취의 원인으로 ‘김 전 원내대표의 집념’을 맨먼저 꼽았을 정도였다.

이에 비해 권 원내대표는 여론을 등에 업고 있었다. 이달 중순부터 주요 여론조사에서 검수완박 반대 여론이 찬성에 비해 적게는 10%포인트 차이, 많게는 더블스코어로 더 나왔다. 민주당은 내부에서마저 비판이 터져나오며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평가를 받던 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권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박병석 국회의장이 중재안을 낸 당일 곧바로 수용했다. 검찰의 6대 범죄 수사 범위 중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부터 삭제하고 ‘부패·경제’는 남기되, 이 둘도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등 새 수사기관이 출범하면 폐지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 안을 받고도 권 원내대표는 잘된 합의라는 식으로 발언했다. “일선 검사들은 만족한다” “사건 총량을 따지면 0.1%의 범죄에 대한 직접 수사개시를 (검찰이) 못하게 된 것” “특수부 이외의 검사들은 업무방식을 그대로 따르기 때문에 아무런 혼란이 없다” 등이었다.

하지만 국민의힘 게시판을 비롯한 온라인에서 비난 여론이 들끓자 권 원내대표는 24일 태도를 바꿔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의석 수 부족’을 거론했다. “실망하신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죄송하다. 의석수가 부족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했다.

[장상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