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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이슈 물가와 GDP

[view] 다가온 스태그플레이션…치솟는 물가부터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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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아시아 선진 8개국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물가는 올라가는데 경기는 하강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이 가시화하고 있다. 다음 달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는 고물가와 저성장을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난제를 떠안게 됐다.

24일 기획재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IMF는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을 통해 한국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0%로 전망했다. 아시아 선진 8개국 평균인 2.4%보다 1.6%포인트 높다.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세계 약 40개국 가운데 아시아 국가는 한국과 일본·대만·호주·싱가포르·홍콩·뉴질랜드·마카오 등 8개국이다. 이들 중 한국보다 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높은 나라는 뉴질랜드(5.9%)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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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역 주요 외식품목 1년새 얼마나 올랐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IMF의 직전 전망 시점인 지난해 10월과 비교하면 한국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1.6%에서 2.3%포인트나 올라갔다. 뉴질랜드(3.7%포인트)에 이어 역시 두 번째다. 이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이 크다. 정부는 미국·유럽보다 물가 상승률이 낮다며 한국이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고 평가하지만, 아시아 진영에선 한국이 상당한 타격을 입는 국가로 분류되는 것이다.

주요 기관이 예측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2%대로 낮아지고 있다. IMF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제시했다. 아시아 선진국 8개국 평균(2.8%)보다 낮다. 한국 아래로는 홍콩(0.5%)과 일본(2.4%)뿐이다.

문제는 저성장·고물가 현상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IMF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바이러스 변이에 의한 코로나19 대유행 가능성 등으로 글로벌 경제 전망에 대한 하방 위험이 지배적”이라고 밝혔다.

“물가는 조기 진화 안하면 잡기 힘들어 … 새 정부, 원자재 등 공급중심 정책을”

허장 IMF 상임이사는 “현재 인플레이션은 구조적 문제”라며 “우크라이나 사태가 끝나도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은 당분간 이어진다”고 했다.

새 정부에는 고물가·저성장이 얽힌 고차 연립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숙제가 주어졌다. 하지만 벌써 재정당국은 돈을 풀고, 통화당국은 돈줄을 죄면서 재정·통화의 엇박자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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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선진 8개국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소상공인 손실보상 종합 패키지’를 25일 발표한다. 이를 뒷받침할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규모도 함께 확정한다. 당초 예상(50조원)보다 줄어든 30조원 규모가 유력하지만, 역대 최대였던 2020년 3차 추경(35조1000억원)과 맞먹는다. 30조원 넘는 돈이 추가로 풀리면 치솟은 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다. 이미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유가·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가운데, 최근 달걀 등 농축수산물 가격도 오를 조짐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2일 특란 한 판(30개) 평균 소비자 판매가격은 7010원으로 전월(6358원) 대비 10.3% 올랐다.

돈 풀기를 예고한 새 정부와 달리 한은은 시장에 꾸준히 ‘긴축’ 신호를 보내고 있다. 앞서 14일 총재가 공석인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5%로 올렸을 만큼 한은은 다급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신임 총재의 언급처럼 연내 추가 금리 인상도 기정사실이다. 물가 상승 속도가 잦아들지 않는다면 추가 금리 인상이 한 차례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2014년 이후 8년 만에 기준금리 연 2% 시대가 열릴 수 있다.

결국 정부가 직접 나서 수십조원에 달하는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하는데, 통화 당국에서는 유동성을 회수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미스매칭’이 벌어지게 되는 셈이다. 재정과 통화정책이 엇박자를 내면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정책 운용은 경기 진작보다는 물가 안정에 무게를 둬야 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구조개혁을 통한 저성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물가상승으로 연계되지 않도록 공급 중심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며 “고통받는 계층을 중심으로 지원하되, 기존 재정지출을 구조조정해 유동성 확대를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규제 혁파와 제도 개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하도록 하는 기반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물가 상승은 조기 진화하지 않으면 잡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약간의 성장률 둔화를 감수하더라도 물가를 먼저 잡아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세종=손해용·조현숙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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