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1 (토)

배 만들어 팔아도 '속빈강정' 되나…조선사 후판값 비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산 원자재 수급이 어려워진 데다 코로나19에 따른 중국 지역 봉쇄까지 겹치며 원자재 대란이 지속되고 있다. 원자재 수급난에다 가격까지 급등하면서 수출 채산성마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국내 수출 기업들은 "핵심 원자재에 대해 일시적으로 관세를 감면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 중이지만, 즉각적 반응이 없어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18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원자재가격 급등에 따른 무역업계 영향 점검회의'를 열고 수출 업종별로 애로사항 점검에 나섰다고 19일 밝혔다.

반도체,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 등 국내 16개 업종을 대표해 참석한 산업계 관계자들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기업 수출 채산성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어 범정부 차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공통된 의견을 밝혔다.

석유화학 업계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될 수 있어 원유와 벙커C유에 대해 무관세 적용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속한 일부 회원국은 이미 원유 등에 대해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으며 미국도 0.1~0.2% 수준의 저관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기본관세만 3%에 달한다. 석화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산 중질 나프타 수입이 전면 중단돼 나프타 가격이 연초 대비 30% 상승했고 이에 따라 할당 관세액은 지난해 대비 70% 늘어난 32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종의 경우 네온 등 공정용 희귀가스 수입 중 30~50%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의존하고 있다. 올해 들어 2월까지 네온 수입가격은 156%나 급등했다. 수입처를 중국으로 대체한다고 하더라도 중국산 가격은 더 큰 상승폭을 나타내 대책 마련이 마땅치 않다.

중국 선전 등 코로나19로 인해 봉쇄된 지역에 진출한 공작기계 기업들의 경우 부품 수급도 어려울뿐더러 내륙운송 지체로 판매량도 급감하고 있는 상태다.

철강가격 급등은 조선과 자동차 업계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조선협회 관계자는 "올해 4월 후판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국내 조선소 수익이 크게 악화됐다"며 "후판가격 인상분에 대해 쌓아야 하는 손실충당금이 늘어날 경우 회계상 영업손실은 4조4000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한국조선해양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후판가격은 2020년 t당 66만7000원에서 2021년 t당 112만1000원으로 두 배 가까이 급등했다. 한국조선해양 산하 조선3사는 지난해 조선사업에서 강재 구입에만 2조6454억원을 썼다. 매출원가 중 강재 구입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4%가량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조선사가 선박을 수주한 뒤 실제 건조에 이르기까지 2년 반가량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건조를 마친 선박은 주로 2019년 불황기 물량이라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 이후 수주 활황을 감안하면 앞으로 건조되는 선박이 늘어나고 이 때문에 후판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이 더 커지는 구조다. 한국조선해양 선박 수주잔액은 2019년 말 23조3481억원에서 지난해 말 32조9688억원으로 41%나 늘어난 상태다.

포스코 등 철강사와 국내 조선사는 올해 후판값 협상을 진행 중이다. 철강사들은 철광석과 유연탄가격 급등에 따른 비용 상승을 감안해 후판 공급가를 전년 대비 10% 수준은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조선사들은 2% 이내 인상을 요구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현대차·기아 등 국내 자동차 기업 역시 강판가격을 협상하고 있다. 철강 업계에서 요구한 t당 20만원 이상 인상 요구를 일부 조정해 t당 15만원 인상을 염두에 두고 최종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차량 경량화 소재인 마그네슘가격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지만 중국이 전 세계 공급량 중 90%를 차지하고 있어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마그네슘은 차체 경량화를 위한 필수 원자재로 꼽힌다. 자동차 강판, 배터리까지 가격 인상 요인이 줄줄이 발생하며 소비자 부담도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우람 기자 / 이새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