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6 (일)

'시세 14억→분양가 4억' 반값아파트, "싸구려 논란? 품질 높인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방윤영 기자] [편집자주] '반값아파트'는 땅은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주택이다. 선거 때마다 나오는 공약이지만 실제 공급은 이명박 정부 때 뿐이었다. 당시 수도권에선 미분양이 날 정도로 성과도 좋지 않았다. 올해 '반값아파트'가 다시 등장한다. 서울시가 준비해 왔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도 포함됐다. 10여년 만에 돌아온 '반값아파트', 어떤 모습이고 이번엔 성공할 수 있을까

[MT리포트] 다시 돌아온 반값 아파트(上)


시세 14억 고덕강일 25평, 4억에 분양.."반값아파트 돌아왔다"

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 4월 10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최근 아파트값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강남3구를 중심으로 매수심리가 5주 연속 오름세를 보여 집 값 상승폭이 조금씩 커지는 분위기다. 2022.4.10/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12년을 마지막으로 반값아파트는 더이상 공급되지 않았다. 당시 서울 강남에서 분양한 반값아파트는 모집가구수를 다 채웠지만 수도권에서는 미분양이 발생했다. 저렴한 가격의 유혹에도 사람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이다. 반값아파트는 실패한 정책이란 꼬리표를 달고 사라졌지만 이후에도 선거 때마다 단골 공약이었다.

그리고 올해 반값아파트 시즌 2가 시작된다. 시장에서 사라진지 10년 만이다.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빠르면 오는 6월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지구 신혼희망타운 부지에 수백가구 정도의 반값아파트 공급을 준비 중이다. 분양가는 전용 59㎡가 4억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고덕강일지구 내 대표 아파트인 '고덕그라시움'의 동일 면적이 올해 11억~14억원대에 실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반값을 넘어 3분의 1 안팎 수준이다. 다만 건물은 분양자의 소유지만 토지는 임대해 사용하기 때문에 매월 30만원 안팎의 토지임대료를 별도로 내야 한다.

머니투데이

현행법에 따른 토지임대부 주택 개요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고덕강일지구는 애초 신혼희망타운이 계획돼 있어 SH는 국토교통부에 지구계획변경을 요청한 상태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구계획변경을 해도 문제가 없는 지 등 관련 내용을 검토 중에 있다"면서도 "토지임대부주택이 공공자가형이기 때문에 SH와 서울시가 지속적으로 시도를 하는데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SH는 서울시에도 이번 주중 주택건설사업계획변경 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유관 부서 간 협의에 따라 일정 차이는 있겠지만 SH는 빠르면 6월, 늦어도 7월에 고덕강일 반값아파트 사전예약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고덕강일지구 이후에는 마곡, 위례 등 SH가 보유한 부지에서 반값아파트가 나온다. SH는 전용 59㎡ 기준으로 서울 강북권은 3억원, 강남권은 5억원에 분양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머니투데이

현행법 기준 환급금 시뮬레이션


서울시의 계획과 별개로 윤석열 정부도 반값아파트를 준비하고 있어 시장에서는 이번에야 말로 반값아파트가 연속성을 갖고 공급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윤 당선인의 공약인 신혼부부·청년 대상 역세권 첫집 20만가구도 '반값아파트' 형태로 공급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도심주택공급실행 태스크포스(TF)는 첫 회의에서 역세권 첫집과 청년원가주택부터 논의했다. 그만큼 속도감 있게 준비하겠다는 의지다.

신혼부부와 청년을 위한 역세권 첫집 공급 방식은 크게 민간개발연계형과 국공유지활용형 두 가지다. 민간개발연계형은 재개발·재건축 사업 용적률을 300%에서 500%로 높이고 늘어난 용적률의 절반을 공공분양주택으로 기부채납해 반값으로 분양한다. 국공유지활용형은 역세권에 위치한 철도차량기지, 공영주차장 등의 상부를 복합개발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과거 반값아파트가 수요자의 외면을 받았던 원인을 반영한 제도개선도 이뤄지고 있다. 10년에 달하는 전매제한 기간, 과도한 시세차익 환수 규정이 일부 완화될 전망이다. 전매제한 기간은 줄이고 시세차익의 상당 부분을 수분양자가 가져갈 수 있는 구조다. 윤 당선인은 공약을 통해 시세차익의 30%는 회수하고 70%는 돌려주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반값아파트의 성공여부는 부지 확보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서울 등 수도권 주된 입지 뿐 아니라 특히 역세권은 국공유지가 많지 않기 때문에 민간사업에 기대야하는 한계가 있다. 민간사업에 기대는 비중이 클수록 공급 물량의 변동성도 커진다. 공급 규모가 작으면 혜택을 본 계층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간에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이전과 마찬가지로 단발성에 그칠 수 있다.


싸구려→민간아파트급으로…반값아파트 시즌 2는 다르다


머니투데이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이 지난 2월24일 서울 강남구 서울주택도시공사에서 세곡2지구 4개 단지 분양원가 등을 공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상반기 선보이는 반값아파트는 전용 59㎡(옛 25평)를 기준으로 강북 3억원대, 강남 5억원대에 공급된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반값아파트지만 '품질'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건축비를 더 써서 공공이 짓는 아파트는 '소형', '저품질'이라는 인식을 종식시키겠다는 목표다.

◇'고품질' 반값아파트 시즌2의 핵심은…서울형 건축비

SH공사는 반값아파트 공급에 앞서 '서울형 건축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주택을 지을 때는 정부가 정한 '기본형 건축비'를 적용해 건축비를 산정하게 돼 있다. 3월1일부터 적용된 기본형 건축비 상한액은 3.3㎡(평) 당 706만원이다. 전용면적 59㎡를 지을 경우 건축비는 약 1억7500만원 수준이다. 기본형 건축비는 물가인상률을 감안해 정부가 1년에 두번씩 상한선을 정하지만 업계에선 너무 낮다는 비판이 많았다.

정부로서는 공공주택의 가격은 낮추고, 물량은 늘리기 위해 건축비를 통제하고 소형 위주로 공급해 왔다. 하지만 '기본형 건축비'로는 시민들이 원하는 고품질 주택을 짓기 어렵다는 게 SH의 판단이다.

SH는 건축비를 3.3㎡ 당 1000만원은 투입해야 한다고 본다. 전용 59㎡를 2억5000만원 들여 짓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건축비를 올려도 강남에 5억원대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는 이유는 토지를 뺀 건물만 분양해서다. 아파트 분양가는 땅값인 택지비에 기본형 건축비, 가산비를 합쳐 정해지는데 이 중에 가장 비싼 땅값이 빠지기 때문에 시세 대비 반값에 공급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김헌동 SH 사장은 "미국 맨해튼에 있는 고급 아파트처럼 100년 이상 철거할 필요가 없는 아파트를 지어서 건물만 분양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정부 협조 안해도 서울형 건축비 가능…공공환수 규제도 개선 추진

서울형 건축비 적용을 위한 밑작업도 진행 중이다. 서울시와 SH공사는 서울형 건축비 산정 기준을 만들기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중앙정부에 제도 개선을 건의한다는 구상이다.

만약 중앙정부에서 승인하지 않더라도 서울형 건축비를 도입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건축비는 기본형 건축비에 구조 강화, 주택 고급화, 성능 개선 등에 들어가는 '가산비'가 더해지는데 고품질 전략에 따라 이 가산비를 활용해 서울형 건축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산비는 SH가 정하므로 서울형 건축비 도입에는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서울시와 SH공사는 품질 외에도 과도한 공공환수 규제를 풀어내기 위한 제도 개편안 논의에 착수했다. 현행 주택법은 토지임대부 주택의 의무 거주기간을 10년으로 두고, 매매시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만 매각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매각금액은 입주자가 납부한 입주금과 그 입주금에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이자율을 적용한 이자를 합한 금액으로 결정된다. 토지임대부 주택 분양자는 주택을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시세차익도 기대할 수 없는 구조다.

이같은 규제로는 반값아파트가 시장에서 외면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게 시와 SH공사의 생각이다. 따라서 수요자들이 원하고 실제 공급이 가능한 방식이 되려면 거주 의무기간을 줄이고 매매의 자유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사장은 "SH공사가 (건축비 등을 제외하고) 30% 정도의 이익을 남기는 가격에 분양가를 정하기 때문에, 그만큼 이미 공공이 이익을 환수한 것"이라며 "추가 환수장치를 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방윤영 기자 byy@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