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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군, 화학무기 사용했나...“드론 이용 살포, 호흡곤란·어지럼증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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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우폴서 정체 모를 물질 뿌려....화학물질 중독 증세”

조선일보

지난 7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 도시 마리우폴에서 친러 민병대원들이 거리를 순찰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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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러시아군이 화학 무기를 사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1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아조프 연대는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군이 남동부 마리우폴 마을에 머물고 있는 우크라이나군과 민간인에게 화학 무기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러시아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할 것이라는 예측은 나왔었지만 사용했다는 증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조프 연대 측은 공식 텔레그램을 통해 “무인기(드론)가 정체불명의 물질을 살포했으며, 물질과 접촉한 희생자들은 호흡 곤란과 강한 어지럼 증세를 앓고 있다”고 했다. 안드리 빌레츠키 우크라이나 아조프 연대장은 “3명이 화학 물질 중독 증세를 보이고 있다”며 “비참한 결과가 나타난 것은 아니다”고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날 연설을 통해 “우리는 러시아의 화학 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나는 세계의 지도자들에게 러시아군이 화학 무기 사용 가능성을 이미 논의했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싶다”고 상황에 대해 우려했다. CNN과 가디언 등 외신들은 다만 화학 무기를 사용했는지 여부가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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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10일(현지 시각) 구조요원들이 러시아군의 폭격을 받아 폐허로 변한 건물 잔해에서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화학 무기는 인체에 해를 입히는 독극물이나 화학 물질을 이용한 모든 무기를 의미한다. 폐와 호흡기를 공격하는 질식성 유독가스, 신경 전달 물질을 방해하는 신경 작용제 등은 아주 작은 양으로도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러시아를 포함해 대부분의 국가는 1997년 화학무기금지협약(CWC)에 합의하며 화학 무기 사용을 엄격히 금지한 바 있다.

러시아군이 화학 무기를 사용할 것이라는 예측은 이미 여러 차례 나왔다. 미국의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지난 2월 전쟁 초기부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화학 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을 점쳤다. 화학 무기 전문가이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신속대응군의 화생방·핵무기 방어 부대 전직 사령관이었던 해미쉬 드 브레턴 고든은 러시아가 산업 현장에서 주로 쓰이는 염소나 암모니아를 사용해 산업 재해로 위장하거나, 독성이 강한 신경 물질을 사용할 수 있다고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러시아가 어떤 화학 무기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나토의 군사 개입이 결정될 수 있다. 지난달 조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화학 무기를 사용할 경우 나토가 군사적으로 개입할지 묻는 질문에 “만약 그가(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그걸 사용한다면 우린 대응할 것”이라면서 “대응의 성격은 그(화학 무기) 사용 유형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러시아는 2017년 마지막 화학 무기를 폐기했다고 밝혔지만 이후에도 화학 무기를 사용한 의혹이 여러 차례 드러났다. 2018년 러시아 국가안보위원회(KGB) 장교였다가 영국으로 망명한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이 신경 작용제 노비촉에 중독된 채 발견된 바 있다. 당시 영국 수사 당국은 러시아 군사 정보기관인 정찰총국(GRU) 소속 장교 2명의 소행으로 결론 지었다. 2020년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도 공항에서 노비촉에 중독돼 쓰러진 바 있다.

러시아가 이번 전쟁에서 독가스와 같은 화학 무기를 사용한다면 이는 중대한 선을 넘는 행위로, 서방 세계는 단호한 조처를 해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BBC는 보도했다.

[김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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