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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단독] 적십자 강원지사 건물 임대 ‘갑질 계약’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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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 아닌 화재보험 가입 강제

강원지사를 피보험자로 가입

화재·도난 등 재산피해도 면책

과도한 임차인 부담 증가 지적

지사 측 “내부 검토 후 즉각 개선”

세계일보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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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적십자사가 기관 소유 건물을 임대하면서 보험 가입을 강제하고 사고 책임에서는 쏙 빠지는 등 불공정 약관을 운영해 온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한적십자사는 정부 지원과 국민 성금을 통해 재난구호·공공의료·남북교류 등 사업을 주관하는 공공기관이다.

4일 대한적십자사 강원지사가 공개한 ‘상가건물 임대차 표준계약서’ 특약사항은 총 17개다. 이 중 불공정 계약 논란이 일고 있는 조항은 △제7조(갑의 계약해지권) △제11조(손해배상) △제12조(화재보험료) 등이다.

강원지사는 특약 제12조를 통해 ‘화재 도난 등의 각종 사유로 인한 을(임차인)의 재산 피해에 대하여 갑(임대인)의 책임은 일체 없다’며 임대인의 면책특권을 강조했다. 임대인의 면책특권이 강화되면서 임차인이 물게 되는 책임은 상대적으로 커지게 됐다. 공공기관인 강원지사의 손해배상 범위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반면 임차인의 부담을 높이는 ‘불공정 계약’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법률상 가입 의무가 없는 보험을 가입하게 한 조항도 문제다. 강원지사는 제12조를 통해 ‘을은 갑이 산정한 금액에 해당하는 일반건물 화재보험을 갑을 피보험자로 가입해 제출’ 하도록 했다. 또 건물의 화재보험료가 증액될 경우 그 증액분 전액을 임차인이 부담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는 2018년, 공공기관 임대사업과 관련한 보험 가입 강제사항에 대해 “임차인의 보험 가입 여부는 관련 법령 등에서 강제하고 있지 않은 이상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리고 시정·권고 조치했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법) 제6조에 따라 고객이 계약의 거래 형태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예상하기 어려운 조항 및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서 무효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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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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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조에서는 손해배상액과 관련해 ‘손해발생액의 산정은 배상 당시의 시가에 의거, 갑이 결정하기로 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일반적인 경우 법원이나 감정평가사 등을 통해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것과 달리 당사자인 임대인이 일방적으로 손해배상액을 정하도록 하는 조항으로서, 약관법 제10조에 따라 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 10곳은 2018년 5월, 임대인의 과도한 면책특권과 법령상 강제되지 않은 보험 가입 강제 등 불공정 조항을 자체적으로 전면 개정했다. 공공기관의 상업시설 임대차 계약의 경우 공공성을 인정, 불공정 약관 계약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한적십자사 강원지사 관계자는 “일부 문제 된 특약에 대해서 내부 검토를 진행, 즉각 개선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올해 초 이와 관련, 이의 제기가 있었던 만큼 문제가 되는 부분을 바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춘천=박명원 기자 03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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