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홍기훈 前 의원 특별고문 위촉
5·18 때 팔짱끼고 탱크 맞선 홍남순 아들
尹 “존경받는 어른, 모든 법조인의 사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국민의힘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11월 고 홍남순 변호사 생가를 찾아 고인의 동상 옆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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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25일 윤석열 당선인 특별고문에 홍기훈(69) 전 국회의원을 위촉했다고 밝혔다. 홍 전 의원은 5·18 민주화운동의 산증인이자 인권변호사로 재야 민주화 운동의 대부라 불린 고(故) 홍남순 변호사(1912~2006)의 아들이다. 윤 당선인은 홍 변호사에 대해 “자유, 인권은 거저 얻는 것이 아님을 몸으로 보여줬다”며 여러 차례 존경의 뜻을 표한 바 있다.
인수위 측은 이날 오후 “오랜 정치생활 동안 지역과 진영을 구분짓지 않고 국민통합,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해오신 분”이라며 홍 전 의원 위촉 사실을 밝혔다. 홍 특별고문은 전남 화순 출신으로 13~14대 국회의원, 국민통합추진회의 기획조정실장, 민주평화당 고문 등을 지냈다. 이번 대선에서는 윤석열 당선인 선대본부에서 특별고문을 지냈다. 인수위는 “윤석열 정부의 나아갈 바를 더욱 분명하게 밝혀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광주 민주화운동의 대부'라 불리는 고 홍남순 변호사(1912~2006). /연합뉴스 |
홍 특별고문의 부친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선두에 서서 신군부에 맞서 싸웠던 고 홍남순 변호사다. 60년대부터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시국사범과 양심수에 대해 무료로 변론하는 등 광주·전남 지역의 대표적인 인권 변호사로 활동했다. 76년 3·1 구국선언 등 30여건의 긴급조치법 위반 사건을 맡아 ‘긴급조치 전문 변호사’라 불릴 정도였다.
특히 80년 광주에서 민주화운동이 일어나자 일흔에 가까운 나이에 수습위원으로 나서 탱크를 막아섰던 이른바 ’죽음의 행진’으로 유명하다. 계엄군이 탱크를 앞세워 상무대에서 금남로 도청으로 올라오고 있다는 긴급 전갈이 오자 그는 김성용 신부 등 17명과 함께 횡대로 선 후 팔짱을 낀 채 상무대를 향해 약 3km를 걸었다. 이후 상경해 호남 출신 퇴역장군 등을 만나 “광주를 더 이상 죽이지 마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 일로 그해 12월 육군보통군법회의에서 내란죄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고, 1981년 12월 성탄절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민주화운동에 대한 보상법이 제정됐지만 그는 “소신껏 참여한 일인데 무슨 보 상이냐”며 끝까지 정부에 보상 신청을 하지 않았다.
고인은 90년대 들어서는 “이제 광주도 서운한 감정을 풀고 국민 화합과 평화 공존에 동참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말년에는 뇌출혈로 5년 넘게 투병생활을 하다 2006년 10월 14일 세상을 떴다. 옛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광주시 민주시민장으로 치러졌고 5‧18 국립묘지에 안장됐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빈소를 조문해 “고인은 원칙을 지키면서 이 나라의 인권과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호남의 양심이였다”고 했다. 지난 2011년에는 윤보선‧최규하‧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생전의 그에게 보낸 안부 서신이 경매로 나오기도 했다.
지난 2006년 광주 금남로 옛 전남도청 마당에 마련된 고 홍남순 변호사의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이 분향을 하고 있다. /김영근 기자 |
윤 당선인은 그간 여러 차례 고인에 대한 존경의 뜻을 나타냈다. 지난해 11월엔 전남 화순군에 있는 생가를 찾아 유족들과 만났다. 한달 전 열린 추모식에서는 추모사를 보내 “평생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몸 바쳤던 홍 변호사님을 가슴 깊이 추모한다”며 “모든 법조인의 사표로서 자유, 인권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몸소 실천으로 보여주신 가르침은 앞으로도 우리 사회의 큰 울림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은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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